게시판

동문 문화예술

길 위에서 길을 묻다 176 - 그대 길을 잃었거든...➃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0-09-25 11:23 댓글 2건 조회 1,021회

본문

몽골의 하늘은 푸르다 못해 에메랄드로 만들어진 호수처럼 깊었다. 야트막하게 펼쳐진 구릉에 그림자를 남기며 솜사탕 같은 흰구름이 빠르게 흐르고, 그 신비의 하늘을 이고 선 자작나무가 울창한 숲길을 걷고 또 걸었다. 때마침 이른 가을인데도 몽골에 첫눈이 내렸다. 푸른 초원위에 눈이 살짝 덮힌 풍경은 한국을 떠나오기 전 모니터링을 했던 것 보다 지극히 몽골다웠으며, 순도가 높은 싸~한 산소는 영혼까지 맑게 해주는 듯 했다.

어떤 별자리를 타고 태어났는지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는 행동을 했고 나의 판단은 자주 빗나갔다. 주변여건과 내 생각의 괴리 때문이거나 너무 앞서갔거나 했을 것이다. 그나마 학교는 기본적인 시간과 공간의 생활질서는 잡아줬지만 내 꿈의 대안은 되어주지 못했다. 더구나 나의 꿈은 당시의 현실로는 황당하기 그지없었으니 당연히 그럴 것이다. 학교는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리를 잡고 사람을 키웠지만 그 안에서 꾸는 꿈은 이리저리로 이동하고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때로는 비틀거리며 돌고 돌아 온 먼길, 중심을 잡고 주변도 돌아보며 이제 사람노릇 좀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는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유유자적 평소에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일들을 즐기면서 보낼 수도 있겠지만 인생에서 포기해서는 안 될,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끝내 피워야 할 꿈이 있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났으면 무어라도 남겨야 한다는 인생의 자국이 강박처럼 다가왔다몽골의 초원을 걸으면서 내내 생각한 것은 그 꿈에 대한 것이었다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늦었지만 끝내 이룰 것인가.

그리고 걷고 또 걸으며 포기할 것과 이룰 것을 선별했다. 인생 21, 여러 갈래의 길 중 포기해야 할 길과 죽는 날까지 이루어야 할 길에 대한 판단이었다. 내가 선택한 꿈을 위해서는 오랫동안 꾸었던 다른 꿈들을 포기해야 하는 아쉬움과 아픔은 컷지만 욕심을 내고 모두 짊어지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버킷리스트 열가지를 골라내고 그 중 먼저 실행해야 할 것과 가장 무게를 두고 실행해야 알 것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나머지 일곱가지는 인생을 걸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귀국하여 주위의 어처구니없다는 조소와 극구만류를 뿌리치고 그 세가지 꿈의 길에 도전했다.

 

댓글목록

profile_image

임욱빈님의 댓글

임욱빈 작성일

에이포님!
유년 시절의 많은 질문과 의문에 대하여 스스로에게 묻고 고민하셨던 흔적들을 읽었습니다.
어쩌면 소생 보다 더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지금도 도전 중이란 꿈!
반드시 이루시기 바랍니다.

명절 차례를 지내고 형제와 조카 가족들이 모두 떠나고 집안 청소를 하고
이렇게 앉아 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내내 건강하세요.

profile_image

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나는 지금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며 궁상을 떨며 보니   
자꾸 저지르게 되는군.
그게 도전인지는 몰라도... 허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