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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76 - 그대 길을 잃었거든...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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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0-09-10 10:04 댓글 0건 조회 1,00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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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이 필요했던 시간, 나의 첫 순례지가 왜 하필 몽골이었을까. 마음이 허허로울 때 뿌리를 찾아가는 인간의 본능에서였을까?

어떤 민족을 정의하는 가장 바로미터는 언어다. 한민족은 통구스계의 몽고종족으로 알타이어족에 속한다. 이 알타이어족이 보다 살기 좋은 삶터를 찾아 이동과정에서 한 갈래가 일찌감치 한반도로 이주했으니 바로 한민족이다.

은 칸(khan) 즉 매우 크거나 높다는 뜻을 가진 알타이어로 터키족, 몽고족, 퉁구스족은 언어의 문법구조나 음운의 법칙 등이 서로 관련이 있어 이를 알타이어족이라고 분류한다.  

더구나 몽골은 문명의 흐름에도 태초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의 모습도 삶의 방식도 아직은 단순하니까 머릿속에 혼재했던 상념들 중 버려질 것은 버려지고 정리정돈이 될 것 같은 예감에서였다. 번잡함이 없는 그곳에서 그리고 내가 걸어 온 길에 대한 성찰, 내 미래의 길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을 것이다.

몽골의 깊고 푸른 밤하늘은 얼마나 별이 총총하던지 나는 그곳에서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은하수를 만났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렌즈를 짙푸른 하늘을 향해 열어놓고 나니 북극성과 오리온, 카시오페이아가 마치 바로 눈앞 투명한 유리판 속에 진열되어 있는 듯 한눈에 들어왔다.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나는 마치 고향의 강을 만난 듯 그 별들의 강을 새벽이 올때 까지 첨병이고 또 첨병였다. 

별은 길을 잃은 나그네에게 방향을 알려준다
. 방향을 알면 별이 보이기도 하지만 별을 보면 방향을 알 수도 있는 것이다. 윤극영이 만든 동요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돗배에...”를 부르며 자라난 어린 시절의 내 꿈이 향하는 곳은 어디였을까? 테를지국립공원에 머물던 어느 날 밤은 알퐁스 도테의 별을 떠올렸다. 밤이면 더 눈부시게 하얀 빛을 발하는 자작나무 숲에서 요정같이 예쁜 소녀가 나와 내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기대며 말을 걸어 줄 것만 같았다.   

학교를 마치면 집으로 돌아와 소를 치고 양떼를 몰던 초등시절, 등잔불 아래서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숙제를 마친 다음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멍석위에 팔베개를 하고 누우면 은하수가 강이 되어 흘렀다. 별하나 별둘 별셋 별넷... 그 무수한 별들을 헤다가 어머니 무릎을 베고 잠이 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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