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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자 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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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20-12-24 11:43 댓글 0건 조회 98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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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들자 노망

 

한 해를 보내려하니 머릿속엔 온통 푸념만 떠오른다.

2020년도가 종료되는 때를 맞으면서 뭔가 보람 있는 한 해 였다기 보다 그냥 흘러 보낸 듯 한 느낌이 더 강하게 들어간다.

시간은 보냈지만 남는 것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나이도 한 살 더 먹고 흰 머리카락도 엄청나게 많이 생긴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겠지만.

 

코로나로 시작된 올 한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간다.

보통의 전염병 정도로 알았던 코로나가 이렇게 극성을 부릴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세계 유수 백신제조회사에서 코로나 예방백신을 만들었다는 소식은 들리지만 그 덕분에 확진자가 확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백신에 대한 기대도 기득권을 가진 나라에서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된 것 같다.

당분간은 땟거리가 없는 나라에서 남의 일처럼 보일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 해를 보내는 마당에서 내년을 기대하는 것도 좋지만 지나간 날을 더듬어 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지난날에 단추가 잘 끼워져야 앞으로 끼워질 단추구멍을 찾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제의 인생을 바탕으로 오늘이 있는 것이고 오늘을 제대로 보내야 내일을 제대로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어제의 일들이 제대로 완수되었는가를 반추해 보면 오늘의 일들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발전을 위한답시고 열정과 재정을 우리 인생에 투입하고 있다고 본다.

딴에는 가장 깊게 생각하고 현명하게 판단하면서 실천한다고 하지만 허툰 구석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 본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근처까지 가려고 무진장 애를 쓰는 것이 우리의 인생 역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용을 쓰고 살아도 결국은 요모양 요꼴로 보여지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인생일 것이라 본다.

 

나이를 먹으면 뭔가 되겠거니 하는 망상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다고 본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되면 뭔가 새로운 세상이 열리겠거니를 갈망하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살아보면 오늘보다 어제가 더 나았던 날도 부지기수로 많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의 심리는 더 나은 날이 내 앞에 나타날 것을 고대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나이를 먹으면 철이 든다고 봤다.

어릴 때 개차반 같은 개구쟁이에게도 관심과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그들이 나이를 먹으면 철이 들 것이라는 신념에서 비롯될 것이다.

실제로 그렇긴 그렇다.

나이를 먹고도 철이 안 든 사람도 있긴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은 것으로 인식된다.

 

철 안든 놈이 철이 들어갈 무렵이면 인생의 종이 쳐 진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우리가 몇 천 년을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경험이자 진리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알만 하면 인생의 끝이 보이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 봐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요는 어떻게 해야지만 빨리 철이 들 것인가를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리드해 가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남보다 상대적으로 빨리 철 든 사람이 아닌가 싶다.

 

매우 안타까운 일은 철들자 노망이 찾아온다.”라는 것이다.

역으로 표현한다면 철 안 들면 노망도 안 온다.”는 건가?

나이는 차곡차곡 쌓이는데 철 들어가는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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