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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78 - ‘혼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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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0-12-11 13:38 댓글 2건 조회 1,2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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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멈춤을 했다. 그 사이 가을이가고 세 번째 팬데믹이 찾아왔다. 세상은 다시 공포에 휩싸이고, 어쩔 수 없이 집콕 아니면 산으로 들로 혼행의 시간을 보내야 했으니 멈춤마저도 그리 쉽지 않은 나날이었다  

어느 젊은 도반이 쓴 책의 제목처럼 멈추고 보니 비로소 은둔으로 허허로워진 자신도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주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한결 가까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를 자문하던 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가왕 나훈아는 아, 테스형을 절규했다  

멈추어졌던 계절, 단풍 물드는 가을의 문턱에서는 미루나무 늘어섰던 고향의 신작로가 먼저 떠올랐고, 늦가을 어귀에서 마시는 커피잔 속에는 짧은 글 하나를 쓰다가 문득 기억해낸 한 얼굴이 어른거렸다. 옛 친구를 찾아 길을 떠났지만 막바지 가을 거둠질에 바쁜 고향친구는 행여 폐가 될까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다가 돌아와야 했고소뿔도 단김에 빼라고 바닷가 한적한 커피샾에서 30년 만에 만난 얼굴(?)과는 그동안 공백이 너무 길었던 탓일까 짧고 어색한 안부만 나눈 채 헤어져야했다.

여며 쓴 마스크 사이로 반쯤 드러낸 얼굴에는 언뜻 언뜻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고, 그런들 먼 길을 돌고 돌아온 해후라고, 그 동안 험한 세상을 어떻게 견뎌왔냐고 부둥켜안고 엉엉 울 일도 아니지 않은가. 더구나 이 엄중한 언텍트 시대에...  

카렌다는 겨울 한낮의 초승달처럼 달랑 한 장 남아 어설피 벽에 걸렸고 시나브로 연말로 다가서고 있다. 이 암울한 회색의 계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혼행을 떠날 채비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연약하고 못난 자신을 보호하고 서로 도우며 그것에 감사하며 살아갈 뿐, 어차피 인생은 혼자 왔다가 혼자 떠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니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훌쩍 혼자만의 발걸음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심은 참 청승스럽다  

백신은 아직 저 멀리 있고 갈 길 역시 멀다. 지금은 다만 함께 생을 걸어왔던 그대들이 그립다. 그곳에 가면 두 손을 모아 입에 대고 소리라도 쳐 봐야겠다  

잘 지내고 있나요~~~”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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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님의 댓글

365일 작성일

ㅋㅋ
잘 지내고 있읍니다.
코로나 때문에 알콜로 소독도 매일 하죠.
알콜 소독하고나니 인생은 더 즐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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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탄핵주에 적십자회비고지서 분해주, 유엔의 날 회상주, 대설주. 동지주에다가 크리스마스주  곧 다가 올 입춘주....
술이 없나. 핑게가 없지 ㅎㅎㅎ
그려, 마실 수 있을 때 실컷 마시며  바이러스 소독도 하고 인생 즐기시게나. 
즐겁지 않으면 어찌 인생일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