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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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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03-17 10:28 댓글 0건 조회 74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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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사투리 


   고속전철이 강릉까지 오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회로 그것이 현실화 되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논리에서 우리 지방 사람들이 꾸었던 전철의 현실화가 기적처럼 이루어진 것이다. 미끄러지듯 달리는 고속전철을 바라보면서 세상 변함이 빠름을 물론 끝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올림픽을 기점으로 강릉에 soc는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추었다고 본다. 하드웨어는 구축이 잘 되어 가는데 거기에 받쳐줄 소프트웨어도 신경을 쓸 때가 되었다고 본다. 올림픽이 끝난 다음에도 영동지방이 유수한 문화예술도시, 동계스포츠의 요람, 타 지역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관광도시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강릉의 가치를 다양한 분야에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관광의 원초적 출발은 보는 것에서 부터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먹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옮아가지 않았나 싶다. 관광을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아닐까 싶다. 금강산은 보는 맛이고 식후경은 먹는 맛인 것이다. 이론적으로 관광이란 단어의 정의를 내릴 필요조차 없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언어의 표현인 것이다. 이 표현을 달성한 다음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도 생각해 봐야할 시점에 온 것이다. 보고 먹는 것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으리라 본다.

 

   자고로 강릉은 대관령이라는 큰 고개가 있는 관계로 영서지방과는 다르게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이런 문화가 타 지역에서 보았을 때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맛 볼 수 있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볼거리가 풍부한 관광지가 있다하여도 그 지역에 스토리가 없으면 의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수한 관광지에는 하나 같이 진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토리가 한 두 개씩은 다 있다는 것이다. 영동지방에도 뭍혀있는 감동의 스토리를 하루라도 늦기 전에 발굴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강릉을 가장 강릉답게 보여줄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강릉단오제가 아닐까 싶다. 이 축제는 매년 단오날을 전후하여 1주일 정도 이루어짐으로 연중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의 스토리를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관광이 한 시점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이상 늘 강릉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도 강릉의 문화를 늘 소개시켜 줄 수 있는 오죽헌이 있으나 이 또한 보는 것에 중점을 둔 공간인지라 그 또한 관광객들에게 줄 수 있는 감동도 한계가 있다고 본다.

 

   관광은 그 지역만이 가지는 맛을 진하게 느낄 때 더 큰 매력을 가질 것이다. 우리가 타 지역에 가 본다는 것은 그 지역의 볼거리와 먹거리를 맛보기 위함도 있지만 그 지역사람들의 삶도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을 느낄 것이다.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이 대중화되면서 서울의 집 구조나 시골의 집 구조나 별반 차이는 없다. 그렇기에 가옥에 관한 차별화가 많이 완화되면서 지역 간에 삶에 구조에는 별 관심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뭔가 차이가 나는 부분을 보고 체험하고픈 것이 관광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관광이 가장 발달한 곳에 제주라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제주를 찾아 떠난다. 제주가 이렇게 관광지로 각광을 받는 이유가 볼거리와 먹거리도 있지만 제주 특유의 사투리도 한 몫을 차지한다고 본다. 제주도에 가야지만 들을 수 있는 언어를 맛 볼 수 있다는 것은 인간 생활의 내면을 볼 수 있는 기회나 마찬가지라 본다. 강릉도 제주 못지않게 사투리가 발달되었을 뿐더러 보존도 잘 되고 있는 곳이라 본다. 문제는 방송매체가 발달하면서 우리의 귀중한 사투리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나 시골사람들이 혹간 사용하는 경우는 있겠지만 대중적인 언어는 거의 표준말에 가깝다는 것이다.

 

   사라져가는 문화를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우리 지방의 사투리는 아직까지 보존 상태가 양호하지는 않지만 그런 대로 살아 있는 곳이 있다고 본다. 시내를 조금 벗어난 변두리 지역에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우리 지역의 사투리를 가감 없이 구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강릉 중앙시장에서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이 물건을 사고 팔 때 나오는 언어에서 사투리가 그대로 묻어 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구사하는 사투리가 아닌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사투리가 통용된다는 것이다. 반면 젊은 사람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표준어에 근접된 언어를 쓴다고 본다. 특히 관광지가 되다보니 다양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우리 지역의 언어보다는 전국 공통의 언어를 구사하려는 욕망이 크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연배가 높은 층 보다는 사투리를 구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로 나가다 보면 결국 우리 지방의 사투리는 사용을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소멸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언어의 특성은 시대에 따라서 변한다고 한다. 물론 기본 틀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겠지만 명사 같은 경우에는 새로운 물건이나 현상이 생기면서 끊임 없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대신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나 현상들은 점점 인간의 뇌리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컴퓨터와 스마트기기의 발달로 인하여 만들어진 언어가 얼마나 많은가. 실제 이런 언어가 젊은 사람들에게는 익숙할는지 모르지만 구세대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기 그지없는 말이 되는 것이다. 동 시대를 살아가면서 신 구 세대가 쓰는 언어가 확연히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구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사용하던 언어가 갑자기 소멸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antique에 관심을 가진지가 얼마나 되었는가? 지금은 그것을 찾고 싶어도 찾기 힘들뿐더러 찾았다 하여도 워낙 값이 높게 형성되어 구하기 힘든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무형의 antique도 훌륭한 자산인 것이다. 이 자산 중에서 하나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는 것이 그 지역에 사투리라 생각된다. 이것이 귀중하다는 것은 소멸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용하는 사람이 사라지면 그것도 자연스럽게 없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없다 해서 사람의 삶이 망가지는 것은 아니라 본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 주고 우리 지역의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는 귀중한 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들이 다 할 수 있는 것은 귀한 것이 아니라 본다. 그 곳에 가야지만 맛 볼 수 있는 것이 귀한 것이다. 중국에 가면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그대로 본 따서 만든 관광지가 있다고 한다. 모방의 산물이라 보는데 그 가치는 투자한 돈 이상의 것은 기대하기 어려우리라 본다. 우리나라에 프랑스 에펠탑과 같은 것을 세워 놓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겠는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리라 본다.

 

   우리 강릉은 수도권에서 보았을 경우 변방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 지역만이 가지는 지리적 문화적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박물관적 도시인지도 모른다. 많은 지역이 수도권과 동일시한 개발로 인하여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이 동질화 되었다고 보지만 아직까지 강릉은 나름대로의 문화영역을 고수하고 있는 곳이라 본다. 우리 지역 또한 언젠가는 수도권과 같은 문화로 편입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갈 것이다. 결국 강릉의 맛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릉의 맛과 멋은 여러 곳에서 체험할 수 있지만 그 중에 백미는 역시 언어 소통의 과정에서 나오는 강릉 특유의 사투리가 아닐까 싶다. 이것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작업이야 말로 강릉을 가장 강릉답게 표현할 수 있는 대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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