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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전철의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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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03-16 08:19 댓글 0건 조회 74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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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전철의 충격

   ‘정중지와라는 말이 있다. 쉽게 풀어 이야기한다면 우물 안에 개구리라는 뜻이다. 인간 세상에 접목을 한다면 우물은 자신이 구축하고 있는 영역이라 보면 될 것이고 개구리는 그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을 의미할 것이다. 개구리가 아무리 식견이 뛰어나다 해도 바깥세상을 보지 않은 한 그 우물 안이 모든 세상에 전부인양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개구리 입장에서야 큰 불만이 없겠지만 주변에서 보는 다른 개구리의 관점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하고많은 동물을 다 배제하고 개구리를 식견 없는 존재로 보았을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연못 안에 가물치, 논바닥에 사는 미꾸라지 등이 있을 것 같은데 개구리를 비유한 것은 그만큼에 상응하는 이유가 있으리라 본다. 인간의 언어표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듣는 사람이 확실하게 각인 될 수 있도록 화법을 구사하는 일일 것이라 생각된다. 지구상에 많은 언어 중에서 깊은 의미를 함축하여 한 단어로 모아 놓을 수 있는 언어가 한자문화가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백미라는 단어가 있다. 여기에 쓴 백미는 도정이 된 흰쌀이 아니라 어떤 집단에서 가장 도드라지게 보이는 부분이란 개념의 언어를 일컫는다 보면 될 것이다. 백미의 어원은 촉나라 시대에 마 씨의 형제 중 흰 눈썹을 가진 자가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것을 빗대서 만들어진 단어라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의 언어 중 백미라는 말을 대입시킴으로 표현의 격을 높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은 A 회사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야.”라고 표현하는 것과 그 사람은 A라는 회사에 백미야.”라고 표현한 것을 비교해 보면 답은 어느 정도 나오리라 본다.

 

   우물 안에 개구리를 이야기하다 글의 중간부분이 잠시 삼천포로 빠진 듯 한 느낌이 들어간다. 삼천포가 아무리 샛길의 마지막이라 할 지언정 거기서 제대로 빠져 나올 수 있다면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의 영역이 아닐까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정신적인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 세계를 넓혀 주기 위하여 어린 시절부터 대도시나 타 국가에 유학을 보내기도 한다. 넓을 세계를 보면 안목이라던가 학문의 세계가 더 넓어 질 수 있다는 논리일 것이다.

 

   미디어의 발달로 세계는 일일 소식권으로 들어와 있다. 우리와 대척점에 있는 아르힌티나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실시간에 알 수 있는 세상에 온 것이다. 옛날 같으면 그런 나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지도 못하고 살았을 터인데 이제는 지구 구석구석까지 다 실시간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세상에 들어온 것이다. 관심만 있으면 세상사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하여 속속히 알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교통의 발달은 지구를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름하여 지구촌인 것이다. 아프리카 오지도 맘만 먹으면 찾아가 볼 수 있는 세상에 온 것이다. 어찌 보면 국내의 유명 지는 잘 모르지만 세계의 유명한 곳은 다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세계의 유명한 곳은 한 두 번씩 다 갔다 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세상이 우리의 손바닥 안으로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젊은 날에 많이 읽었던 책들 중에 무협지 군들이 상당히 많았다. 황당무계한 표현들이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해 준 덕분에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상은 자유라 했던가? 무림의 고수들은 하나같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범위를 벗어난 경우를 보았을 것이다. 그것이 그 소설에 제 맛인지도 모른다.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 중에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것이 축지법이 아니었나 싶다. 사람이 날아다니는 것은 내공이 무한해 지면 가능하다고 할는지 모르지만 땅을 인위적으로 늘였다가 줄였다가 하는 방식은 그야말로 이해의 차원은 물론 상상의 차원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었다고 본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서는 몇 백 킬로미터는 잠깐이면 오가는 세상이고 몇 천 킬로미터도 어렵지 않게 들락날락 하는 세상에 온 것이다. 어찌보면 무협지 보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현실화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세상에 온 것이다.

 

   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인하여 지구가 너무 좁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면 어떤 사람은 좁아빠진 한 반도의 남쪽 부분도 제대로 다녀보지 못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필자도 그런 부류 중 하나일 것이다. 세상 넓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넓은 세상보다 내 자신이 발을 담그고 있는 세상을 먼저 아는 것이 더 중요치 않을까 싶다. 우리는 무조건 해외로 나가는 것을 식견 넓힘의 시발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된다. 우리 주변부터 제대로 알고 더 넓은 세상을 개척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일전에 광주광역시에 문상을 갈 기회가 있었다. 광주광역시는 지도상으로 필자가 있는 곳에서 가장 먼 대도시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한반도를 대각선으로 그었을 때 그 꼭짓점에 있는 지역이다 보니 가고 오는데 걸리는 시간도 만만찮았다. 특히 직통으로 가는 도로가 없다보니 이 도로 저 도로를 옮아가면서 가다보니 더더욱 멀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고속도로를 위주로 타고 가는 터에 시간단축은 어느 정도 되는 것 같았으나 원초적으로 거리가 워낙 먼 곳이라 생각보다 걸리는 시간은 길어 보인다.

 

   문상을 마치고 돌아와야 하는데 이미 시간은 저녁 7시를 넘기고 있었다. 용빼먹는 재주가 없는 이상 그 시간대에 떠나서 당일로 강원도까지 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한 일로 보여졌다. 그렇다고 거기서 일박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에 어찌하였던 강원도 근처까지 와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근데 문상을 간 곳이 광주광역시에 전철역이 있는 송정 쪽이었다. 고속전철이 강원도로는 오지 않지만 서울로 가는 편은 많이 있는 것 같았다.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725분발 고속전철이 있는 것을 알고 그것을 타기 위하여 부랴부랴 송적 역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46,800원을 주고 서울의 종착지인 용산역까지의 표를 끊었다. 그 역에서 처음 타는 기차인지라 매표원에게 확실히 물어 탑승구까지 찾아갔다.

 

   고속전철은 정해진 시간에 정확하게 도착을 하였다. 열차 탑승 티켓에 적혀있는 차량 호수의 열차에 올랐다. 의자는 생각보다 넓게 배치하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도 있는 것 같았다. 굳이 넓게 만들지 않아도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었다. 지정된 자리에 앉아서 조금 기다리다 보니 이내 기차가 출발하였다. 미끄러지듯 움직여지는 기차가 정읍과 익산에 잠시 정류를 하고 이내 용산역까지 미끄러지듯 달렸다. 모니터 상으로 보이는 속도는 시속 280km를 넘나들고 있었다. 밤이라 창밖의 상황을 잘 볼 수 없었지만 불빛이 뒤로 밀리는 과정을 보노라니 그 속도가 만만찮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옛날 기차를 탔을 때 나던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기술의 발전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급격하게 돌아가고 있는 세상을 많은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 이렇게 빠른 열차를 타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람의 경우 그것을 한 낫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분 초를 다투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이보다 더 훌륭한 도구는 없으리라 본다. 이 열차를 타는 데는 비행기처럼 요란스러운 수속도 없다. 티켓을 끊어서 보통 기차를 타는 수준이라 보면 될 것이다. 목적지도 서울의 중심부가 되다보니 이어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도 좋은 편이다. 호기심에서 바라본 고속전철을 일상생활에서 직접 접목을 해 본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야말로 우물 안에 개구리 식의 생활과 사고방식에서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살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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