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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82 - 꽁지머리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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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단골이용소에서 이발을 하다가 미용실에서 커트를 하기 시작한 것은 지리해진 일상에 뭔가 새로운 변화를 줘봐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젊었을 때야 그러려니 하지만 환갑 나이에 새삼스럽게 헤어샵을 드나든다는 것이 쑥스럽기도 하고 주책스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타고난 변죽이 언젠들 참아낼까. 6년 전 어느 날 과감하게 결행을 했다.
이 같은 결정을 한 데는 그럴만한 합리적 사유까지 있었으니 이용소는 이발비도 비쌀뿐더러 면도는 물론 드라이 까지 하다가보니 시간을 많이 낭비한다는 점이다. 반면 헤어샵은 이발소에 비해 가격도 절반이하 수준이고 조발만 하다가보니 시간도 많이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구나 전에 다니던 단골 이발소 이발사형兄의 고집스러운 꼰대스타일이 아니라 헤어샵에서는 본인만 원하면 요즈음 유행하는 투블럭(two block) 등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바꿔주니 트랜디 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면도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인데 그 정도는 감염병 예방차원에서나 가성비로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코로나 19는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미용실에 가는 일 조차도 두렵게 했다. 웬만큼 사태가 안정되면 자르리라며 차일피일 참고 지내던 참에 2차 대유행이 시작되었고 그러는 사이 헤어샵에 발길을 끊다가 보니 어느새 머리칼은 고등학교 졸업 무렵의 장발족처럼 되고 말았다. 그래서 퍼뜩 생각나는 것이 이참에 아예 머리를 길러 꽁지머리를 해 보자는 것이었다.
이 나이에 누구 눈치 볼 것도 없고 요즈음에는 그나마 가끔씩 있던 강의 요청도 없으며, 어쩌다가 세미나 등 공식석상에 얼굴을 내밀어야 할 때가 있지만 웬만큼 길게 되면 단정하게 묶으면 될 일이었다. 가문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 하나가 탄생하기 직전이다.
지가 뭐 대단한 아티스트도 아니고 강단에서 교양과목을 가르칠 때면 ‘옷 잘 입는 남자가 성공한다’며 외모지상주의를 목청 높이더니 자신은 정작 이제와서 꽁지머리를 한다? 헛 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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