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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방 녹음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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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06-24 19:41 댓글 0건 조회 57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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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방 녹음이 돼요?


   모교 축구부가 좋은 성적을 올리는 바람에 최근 들어 많은 동문들이 행복감에 젖어 있는 것도 부인하지 못하리라. 뿌린 만큼 거둔다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아왔던 터이라 이번에 우리 후배들이 보여준 좋은 성적은 많은 동문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교육을 백년지대계라도 일컬으면서 가까운 결과보다 먼 훗날에 결과를 보라는 메시지를 늘 주고 있다고 본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회가 변하면서 빨리빨리 문화에 젖다보니 오늘에 투자가 내일에 결과를 가져와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공부건 축구건 기술이건 간에 배우면 이내 결과가 나오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는 세월이 생각보다 빨리 간다는 것이다. 교육의 백년지대계는 한 인간에게는 긴 세월이 될는지 모르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교육에 영향이 그만큼 서서히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해 주는 대목이 될 것이다. 교육에서 너무 서두르거나 재촉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실제로 결과에 대해서 보채지 않아도 어느새 결과가 우리 앞에 와 있는 경우를 우리는 수도 없이 많이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 모교 축구부가 지난번 금강대기와 농상전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 왔었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 우리 모교 축구부가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도 과거에 투자한 결과가 쌓여서 이루어졌다고 본다. 우리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서 축구부를 키워왔다고 본다. 관심과 투자 그리고 관계 되는 사람들의 피땀 어린 열정이 이루어낸 결과물이라 보면 될 것이다.

 

   필자에게도 고등학교 생활이 있었다. 학교니까 당연히 좋은 것을 많이 배웠으리라 본다. 당시에 많은 선생님들이 당시에 우리를 위해서 온갖 열정을 다 바쳐서 가르쳐 주었을 것이다. 그 선생님들이 가르치자마자 이내 좋은 결과가 나타나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하였던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 이렇게 빠르게 흘러가리라 상상도 못했는데 결과론적으로 빨리 간 것은 시간 밖에 없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모교 재학생들의 열정으로 인하여 우리 동문들은 모교를 재삼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는 것 같다. 계기가 없으면 생각할 여력조차 안 생길 정도로 정신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었는데 이런 참에 모교 재학생들이 많은 동문들에게 준 선물로 인하여 과거 학교생활을 피드백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필자가 농고를 다닐 때 많은 훌륭한 선생님들이 계셨다. 그분들의 지식과 지혜, 열정을 다 배웠으면 지금 이 상황보다 훨씬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었을 터인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선생님의 이야기를 잘 듣고 실천해서 손해될 것은 없다는 것이 중론인 것이다. 단 선생님의 말씀이 복음처럼 들리면서 당연히 좋은 이야기일 것이라고 치부해 버린 과거가 아쉬울 뿐이다. 당시에 제대로 듣고 익히고 실천했더라면 이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었을 터인 데를 생각을 하면 더더욱 아쉬움이 클 뿐이다.

 

   그 당시 모 교감선생님이 계셨다. 학교생활에서 숙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선생님의 유형으로 교장, 교감, 학생부장, 담임, 전문전공 담당교사가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역할이 있음으로서 그들에게 영향을 받는 강도는 달랐을는지 모르지만 우리를 위해서 다 필요했던 선생님들이었을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배우는 학교에서는 교장과 교감이 학생과 조우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교장선생님은 전체 조회 때 훈시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이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본 교감은 이도 저도 아닌 존재감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기가 모호한 상황이라 본다. 교감이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장선생님처럼 훈시라도 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면 예나 지금이나 뚜렷하게 각인되는 인물은 아닌 것 같다.

 

   농고에 다닐 시절 그래도 교감선생님의 진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학교를 방문 라디오 프로그램 녹음 장면이었다. 무슨 프로그램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지금으로 말하면 골든 벨 정도라 할까, 어찌하였던 녹음이 이루어지던 어느 한 순간에 일이다. 당시에 교감선생님이 총괄지휘를 하고 계셨던 것 같다. 그 교감선생님도 방송의 생리를 잘 알지 못했을 터인지라 궁금한 점이 시시때때로 많이 있었던 것 같다. 녹음이 시작됐는지 아니면 준비 단계였는지는 모르지만 그 교감선생님이 쥔 마이크에서 우렁차게 이런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 시방 녹음이 돼요?” 사투리에 억양이 그대로 실려 있는 그 멘트에 많은 학생들은 웃음을 참기가 좀 어려웠다는 사실이다. 늘 교감선생님과 접했다면 그 멘트가 별로 와 닿지 않았을 터인데 아주 오랜만에 그것도 마이크를 통해서 우렁차게 들여왔던 그 멘트는 그 교감선생님의 진면목을 한 순간에 다 보여준 명 장면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렇게 녹음을 했던 순간을 기점으로 이제 40여년이 훌쩍 흘렀다. 엊그제 일 같은데 벌써 40여년이라니 믿겨지지 않는다. 모교에서 좋은 소식이 들리니까 갑자기 옛날 생각이 떠오른다. 좋은 일도 그렇지 않은 일도, 특이 했던 일도 평범했던 일도 지나고 나면 다 추억으로 남는 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누가 더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간직하느냐가 중요하게 느끼는 시점에 와 있다. 지난날 인생에서 소소한 것도 포장만 그럴싸하게 잘 하여도 자신의 인생 자체가 좀 더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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