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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90 – 『여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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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1-08-10 17:28 댓글 4건 조회 1,47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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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으로 상큼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 달여 동안 37,8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을 견뎌내며 지친 마라톤 선수처럼 어렵사리 입추에 다다른 것이다. 

2021년 여름, 정말 진저리쳐지는 더위였다. 그나마 폭염 속에 치러진 도쿄하계올림픽이 작은 위안이 되긴 했다. 관중도 없는 반쪽짜리 올림픽이었지만 어린 여궁사 안산은 3관왕이 되었으며, 펜싱 남자사브르 단체전에 참가한 어펜져스는 금빛 메달을 일궈냈다. 윌리암 텔과 쾌걸 조로가 한국인으로 부활할 줄은 그 누군들 예상이나 했던가.  

성경·불경·연경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여자배구는 투혼을 불사르며 메달보다 소중한 4위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으나, 게임에 지고 있으면서도 개념 없이 껌을 질겅거리던 철딱서니 야구선수는 언론의 질타를 받으며 머리를 숙인채 귀국하더니 어디로 잠수를 탔는지 간 곳이 없다. 국대가 되기 전에 인성부터 고쳐먹어야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도 끓어오르기는 마찬가지여서 후쿠시마 돌고래인지 거제도 멸치인지 모를 어종들이 속속 등장하며 열기를 더했다. 국정철학도 자질도 공부도 덜된  얼치기들에 허경ㅇ 까지 자유와 애국이라는 시대착오적인 가치를 앞세워 터무니없이 수족관에 발을 담그는 꼴이 가관이다. 그래서 이 여름이 더 덥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들녘에는 벼 이삭이 탐스럽게 솟아나고 한해 한 번쯤은 바다를 뒤집어줘야 풍어가 든다는 태풍도 간간이 한반도를 시비 걸듯 툭툭 건드려 준다. 가장 길고 뜨거웠던 여름이었던 만큼 알곡은 더 튼실하게 익어가고 과일은 향기를 더할 것이다. 

오지게 길었던 찜통더위와 있었던 듯 없었던 장마를 거치다가 보니 모기도 없고 매미소리도 예전같지 않았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달을 넘기도록 멍때리기에 돌입했던 멘탈을 가다듬고 더위로 잔뜩 이완된 몸을 추스르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겠다. 

오늘따라 페친이 보내준 강문 바닷가의 노을빛이 처연하도록 곱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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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헉!' 소리조차도 사치스러운 찜통더위에
코로나 19는 숙질 줄 모르고.. 올여름 정말 짜증스럽습니다.
다 지나가리니 힘냅시다.^ㅎ^

https://blog.naver.com/rang5441/222457700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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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넵. 힘내겠습니다.
앞으로는 더할 것인데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듯 합니다.
이러다가 아열대지역으로 편입되는건 아닌지 자못 염려스럽습니다.
늘 건강 유의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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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욱빈님의 댓글

임욱빈 작성일

지긋지긋하에 더웠던 금년 여름!
지 아무리 더워도 돌아오는 절기를 이기지 못하지요.

요즘, 시원한 바람맞으며 쇠주잔 3잔 분량의 술을 마시면 저녁을 보내지요.

에이포님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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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술로 열을 다스린다?
역시 작가님의 여름나기는 남다른듯...
이제는 6잔 분량도 괜찮을 만큼 서늘해 졌소.
참 더운 여름을 이겨냈으니 축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