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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넝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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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넝쿨
봄 가고 여름 나는데
그 붉은 핏방울 아직도 살아 흐르듯 하여
가시에 찔린 혈흔
차마 못 지웠노라
가시 돋은 육신의 행렬 푸른 넝쿨로 감싸 안고
비오는 날이나 해질녘에
그 누군가를 흠모했던 마른 기억을 주섬거리다
문뜩 떠오른 듯 붉디붉었던 그 열정을 그리워했노라
사랑했다는 것은
꽃과 바람을 흠모했던 실낙원의 죄명이다
해와 달 흘러가고 그 죄명 벗던 날
바람의 행적과 꽃의 행방을 잊기로 했다
생의 어느 한 곳도 푸르지 않았고 붉지 않았던 날 있었느뇨
들에 꽃피는 날 산에 꽃피고
산 위에 바람 불던 날 팔랑대던
내 안의 나뭇잎들
사람아!
사랑했다는 것은
일만 번 계절이 오고 가도 다시 피지 않을 꽃이 아닌가
영겁의 시간 속에 떨어뜨린 붉디붉은
핏방울 아닌가.
내가 소년일 때 어느 청순한 소녀를 사랑했다.
그 소녀가 숙녀가 되어 내 아내가 되었고
그 숙녀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다.
막내 아이 두돌 맞던 전 날, 그 엄마는 서른두해의 짧은 생애를 마치고 요절해 버렸다.
"하나님 나의 남편은 당신의 뜻을 따라 착하게 살고자 노력하셨던 분이었습니다.
이제 그 분을 이 세상에 두고 저는 떠납니다.
나의 남편을 주님께 맡기오니 부디 지켜 주소서"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녀의 고별 인사는 선홍색 핏방울 같은 눈물이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나는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영겁의 시간 속에 떨어진 그녀의 핏방울
살아있듯 선명한 그 핏방울
오늘도 여기에 나 있건만
분명히 있어야할 그 핏방울
지금
그 어디에 있음인가
천년이 가도 또다시 피어나지 못할
내 안의 영겁에 피 토하고 쓰러진 꽃이여!
날 사랑하기 위해 태어나
나의 운명을 하늘에 맡기고 떠나버린 가여운 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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