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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문화예술

길 위에서 길을 묻다 ⓼ - 주방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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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4 작성일 2015-11-15 22:24 댓글 0건 조회 1,4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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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가 깨어진지 꽤 되긴 했습니다만 우리의 어머니들은 사내자식이 부엌에 드나들면 ××이 떨어진다고 얼씬도 못하게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심심풀이로 배워놓은 바리스타 꼴난(?) 3급 자격으로 아침에 솜씨자랑 삼아 몇 차례 커피 한잔씩 타 주었는가 싶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손님이라도 오면 커피 타는 일은 의례 남편 몫이 되었습니다.

 

아예 밥하기나 설거지하기 가위 바위 보를 하자고 대드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다반사고, 게임에서 지기라도 하면 외식이나 하자고 흥정을 하고, 툭하면 다이어트를 빌미로 과일 몇 쪽과 빵 한 두 조각으로 아침을 때우기는 다반사가 되었습니다.

 

반전의 식문화가 전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직장에서 예우를 받으며 맛집을 찾아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리던 식도락가였는데 이젠 제법 A프런이 어울리는 유사 주부 신세로 전략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허기야 유명한 요리사들의 대부분은 남자이고 보니 딱히 변명거리도 없습니다만 이건 아니다 싶다가도 그야말로 삼시세끼 얻어먹기 더러워서라도 요리학원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할 판입니다.

 

물론 일이 이렇게 번진 데는 이른바 먹방(먹자방송) 효과가 한몫을 했다고 봅니다. 유명연예인들이 먹방에 줄줄이 출연해 요리를 베틀을 하는가싶더니 유명요리사 백종원씨는 백주부라는 이름으로 일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아주 간단해요." "참 쉽죠 잉?" 이래가면서 말입니다. 요리에 이골이 난 그에게는 요리 한 두가지 만드는 일이 참 쉬운 줄 모르겠으나 어머니의 가정교육을 철저히 실천해온 세대에게는 라면하나 끓이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떤 선배는 은퇴 몇 일후에 아내가 없는 사이 밥을 차려먹으려는데 요즘 꽤나 잘나간다는 전자밥솥 뚜껑 여는 방법을 몰라 자장면을 시켜서 먹었다며 엄살을 떨기도 했는데, 일 전 만났더니 자의 반 타의 반 요리학원에 등록을 했다 하더군요.

 

이 같은 현상에서 벗어나는 일은 벤처기업이라도 차려 꽝 꽝 벌어 전용요리사를 두는 방법 밖에 없는데 사정이 이렇게 되고 보니 당장은 대세라는 수식어가 붙여진 채 언제 아내 손에 이끌려 요리학원으로 끌려가야할지 전전긍긍해야 할 판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필자보다 두 시간 정도 늦게 퇴근하는 아내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시골 누님이 보내준 감자가 싹이 날 지경이라는 둥 감자 부침개를 먹고 싶다는 뜻을 넌지시 피력했는데 퇴근시간이 다 되어가거든요.

 

올려놓지도 않은 된장 타는 냄새가 창문 틈으로 솔솔 위로 올라오는걸 보니 아랫집 민우네 사정도 예사롭지 않은가 봅니다. 우 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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