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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털 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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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04-23 18:02 댓글 0건 조회 58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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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털 털 털


   일상사를 살아가는데 인간에게 웬 물건이 그리도 많이 필요한지 이해를 못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대형마트나 요즘 많이 찾는 다** 같은 곳에 가 보면 우리가 상상을 하지 못하는 물건들이 진열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모습을 볼 것이다. 물론 누구에겐가 필요하니까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은 된다. 과연 저렇게 많은 물건들이 인간의 생활에 필요할까 하는 생각은  그건 너 생각정도로 인식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이렇게 만은 물건들이 없어도 살아가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옛날 식으로 살아 보라 한다면 기겁을 할지도 모른다. 물론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 놓음으로서 세세한 부분까지 보듬어 줄 수 있다는데 대해서는 이해를 하지만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살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어찌하였던 과거에는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없어도 그럭저럭 추억도 만들고 생명도 유지하면서 살아왔다.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인간에게 선 보이면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편리하고 행복해 졌느냐를 따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인간의 생활에서 필요한 다양한 도구들이 과연 인간의 물질적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편리성만 따진다면 앞으로는 더더욱 인간의 말초적인 부분까지 자극할 수 있는 물건들이 속속들이 나오리라 본다. 그런 물건을 조절하는 물건들이 또 나온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물건의 탄생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동물에게는 필요 없지만 인간에게 필요한 물건 중에 중요한 게 신발이 아닐까 싶다. 원시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은 아마 신발 없이 생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 본다. 인간은 사유의 동물이 되다보니 맨발의 생활이 불편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발을 보호할 수 있는 도구가 탄생되었으리라 본다. 인류 초창기의 신발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연의 어떤 물질을 가지고 만들었을 것이라는 상상은 간다.

 

   다시 역사의 시계를 우리의 근대사까지 역으로 돌려보자. 구한말 서양문물이 물밀 듯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 조상들의 신발은 양 갈래로 나뉘어 졌다고 본다. 돈푼깨나 있는 집안에서는 가죽으로 제작한 신발을 신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여념집 사람들은 집세기(짚신)를 삼아서 신고 다녔을 것이다. 물론 미투리나 나막신 등 필요로 하는 곳에서 특이하게 발달한 신발도 있었겠지만 대중적으로 신고 다니기에는 한계가 있었으리라 본다.

 

   그러던 시절에도 요즘처럼 전문적으로 신발을 만들어 팔던 사람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짚신장수였던 것이다. 이들은 밤새워 짚신을 만든 다음 장터에 가서 판매 한 후 그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이었으리라 본다. 어느 마을 에 짚신만 전문으로 만들어 팔던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다. 이들은 짚신 만들어 파는 것을 가업으로 이어온 터에 두 부자는 밤에 호롱불 밑에서 열심히 짚신을 만들어 다음날 시장에 내다 파는 식으로 살았다.

 

   똑 같은 집에서 똑 같은 짚으로 엮어 만든 짚신이 시장에 나가면 판매의 양상이 판이하게 달랐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맨 집신은 가자마자 이내 잘 팔리는데 그 아들이 만든 짚신은 영 신통치 않았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짚신이라 하면 장시간 신고 다닐 신발도 아닌데 거기에 명품의 폼이 날 곳도 아닐진대 당시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어느 정도는 있었다는 것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아들의 짚신보다 아버지가 만든 짚신 쪽에 뭔가 남다른 매력이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선호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그 아버지인들 왜 몰랐겠는가? 생업을 짚신 만들어 파는데 올인 한 가운데서도 자식이 만든 짚신은 어딘가 부족했던 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그 아버지도 저승으로 가게 되었다. 자식과 짚신을 매어서 판매하던 이승의 생활을 접고 저승으로 가기 직전 자식에게 마지막으로 던진 한마디는 털 털 털이었다. 무슨 뜻인지는 독자 여러분께서 상상을 해 주시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초상을 치르고 그 자식은 예나 다름없이 밤새 짚신을 제조하여 시장에 팔러가게 되었다. 그런데 아버지와 같이 판매를 하러 갔을 때 자신이 맨 짚신은 거의 관심도 두지 않았던 소비자들이 웬일인지 모르게 금세 자신이 만든 짚신을 모두 사 가는 것이 아닌가? 물론 짚신 장수가 그 사람만 그 시장에서 독과점으로 팔았다면 모르겠으나 시장의 물정은 그렇지 않았다고 본다. 많은 짚신 장수가 있었지만 아들이 제조한 짚신이 예전에 아버지가 만들어 팔았던 것 처럼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그제서야 그 아들은 깨달았다. 아버지가 죽기 직전에 자신에게 말했던 털 털 털의 깊은 뜻이 무엇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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