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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⓺ -你吃飯了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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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목표 중 하나는 주요 5개 국어를 웬만큼 구사할 능력을 가지는 것입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일이든 여행목적이든 해외에 나갈 때 마다 통역이나 가이드의 입만 쳐다보는 답답함도 답답함이려니와 유창한 현지 언어로 소통하는 뭇 사람들이 그럴 수 없이 멋져 보이고 부러웠기 때문입니다.
영어와 일어는 서툴지만 가벼운 생활언어로 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는 됐기에 최근 중국어에 도전을 하게 됩니다. 지는 해와 뜨는 해를 구별 할 줄 안다면 중국어는 누구에게나 기회의 언어가 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국어 역시 만만치 않아서 자주 슬럼프에 빠지곤 합니다. 다행히 틈틈이 한자를 좀 배워 뒀던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만 어순이 우리와 틀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한자를 정체로 쓰는 반면 중국의 원어민은 문화혁명 이후부터 간체(略字)를 쓰는 바람에 더 혼란이 옵니다.
그런데 등록을 하고 생각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아 잔뜩 짜증이 난 어느 날, 대만인 강사가 내 책상 앞으로 오더니 느닷없이 욕을 합니다. 이렇게요.
"니 ××놈아!"
아무리 필자가 아쉬워 배움을 청하러 왔어도 그렇지, 나이도 어린 강사 놈(?)의 갑작스러운 욕지거리에 어안이 벙벙하여 한참을 쳐다보고만 있었는데, 한술 더 떠 히쭉 히쭉 웃기까지 합니다.
이 말의 뜻을 아는 독자도 많으시겠지만 얘기인 즉, "니 ××놈아!" 는 "你吃飯了嗎!(니츠판러마!)" 를 빨리 발음하면 듣기에 따라 욕이 되는 "너 밥 먹었니?" 라는 중국어라고요. 그렇게 중국어를 익히라는 가르침입니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했던가요.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서 복습도 하고 강사에게 욕 겸 인사 겸 되갚아 주었지요. 이렇게요.
"니××놈아! (你吃飯了嗎!)"
그 날 필자는 그렇게 앙갚음을 해준 덕분에 꼼짝없이 강사에게 점심을 사야 했는데 그것은 강사가 이렇게 능글맞게 받아 쳤기 때문입니다.
"워메이요우(我沒有=나 안 먹었어)"
국경은 있으나 마나하고 고유의 언어는 그대로 남아있는 그로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언어 때문에 더 분주하고 고달퍼 집니다. 때로는 “이 나이에 이거 계속 해 말아?” 길 위에 서서 길을 묻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예라이샹”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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