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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⑬ - 단순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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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집안 대청소에 들어갑니다.
늘 가진 것이 부족한데 대해 불만을 해왔는데, 막상 정리 정돈을 하려고 하니 웬 정리할 것 들이 이리도 많은지 자신이 저질러 놓고도 짜증스러워 집니다.
정작, 꼭 있어야 할 것은 없고, 지난 세 계절을 거치면서 충동구매로 한두 번 입고 아무렇게나 걸려있는 옷가지부터 해외출장 시 기념으로 사와 진열장도 아닌 곳에 던져지듯 쌓여있는 공예품과 읽는 둥 마는 둥 서고에 수북이 쌓인 책과 서류나부랭이랑 의외로 나는 너무도 가진 것이 많아 주체를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먹지도 않을 걸 쟁여만 둔다고 필자가 늘 잔소리를 하는 아내가 관리하는 두 개의 냉장고 냉동실은 또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해 아예 거들떠보지 않기로 합니다.
치우기를 반복하다가 지칠 즈음에 베란다 창가에 오두마니 겨울을 나고 있는 소사나무 한그루를 봅니다. 수시로 줄기의 모양을 손보고 가지치기를 하는 등으로 제법 모양이 잡혀가는 나무는 겨울에 접어들면서 제 스스로 잎을 떨궈 빈 가지가 좀 쓸쓸해도 보이기는 하지만 의외로 단촐하고 잘 정돈된 모습이어서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함께 느끼게 합니다.
‘단순하게 살아라’의 저자 로타르 자이베르트는 우리네 삶을 중요한 일과 급한 일을 4개의 범주로 나눠 보면 중요하고도 급한 일, 중요하지만 급하진 않은 일, 중요하진 않지만 급한 일, 그리고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로 분류가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건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이다“ 고 합니다.
법정스님은 아예 무소유한 삶도 사셨는데, 새해에는 좀 덜 사들여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생활도 생활의 범주도 좀 단순화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생활이 단순해지면 의사결정도 명쾌해지는 지혜를 이 나이가 되어서야 한그루 나무를 통해, 소소한 가사노동을 통해 익히고 배웁니다.
공연하고 허접하며 계획성 없는 허욕이 불러온 나의 노동이 헛되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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