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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⑳ - “동상, 고마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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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중히 하는 책 중에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있습니다.
수년전, 법정스님이 열반에 드시면서 스님이 펴내신 책들이 서적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더구나 스님이 유언으로 자신의 저서에 대한 절판을 해줄 것을 요구했던 때문에 책 수집가나 독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던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스님이 펴 내신 책들 중에 가장 베스트세일링은 당연 ‘무소유’였습니다.
어느 곳이었던가 워낙 오래되어 기억은 없지만 여행 중에 서점에 들려 사서 소중히 읽고 서고의 수필집 칸에 모시듯 꽂아 두었던 이 책이 사라진 것을 안 것은 스님이 열반에 드신 바로 그즈음
이었습니다.
법정스님이 열반에 드시면서 이 책의 가치가 갑작스럽게 늘어난 것에만 마음이 홀려 서고 곳곳을 이 잡듯 뒤졌는데 책이 온데 간데 없었습니다.
책의 형태로만 본다면 A4 절반 사이즈의 얇고 참 보잘 것 없이 소담한 이 한권의 책은 정가가 6천원임에도 불구하고 기십여만원을 줘도 못 구한다는데 찾다가 지쳐 누군가가 보려고 가져갔나 싶으면서도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위안으로 지냈습니다.
그런데 저 지난 해인가 누이동생과 통화를 하던 중에 우연히 이 책을 스님이 돌아가시기 오래전에 동생이 읽으려고 가져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럼 됐지’ 하고 잊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설에 누이동생이 집을 방문하면서 가져온 설 선물보따리에 이 책을 함께 넣어 가지고 왔습니다. 가지고 있어도 뭐라고 할 것도 아닌데 오빠 허락도 없이 가져가 읽은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냥 가지고 있으라는 말이 몇 번이고 목구멍에서 오르내렸는데 왠지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평소 워낙 책에 대한 강한 집착이 순간적으로 무소유를 놓고 소유와 무소유를 갈등하다가 소유 쪽으로 기울어버린 것입니다. 그렇게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동생에게는 미안했고 무소유를 그야말로 무소유 하게 된 동생의 마음은 살짝(?) 허전했을 것입니다.
몇 번이고 읽어 손때가 묻은 책을 들고 반가움에 표지 뒷장을 살펴보니 고 김수환 추기경께서 남기신 후기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책이 아무리 무소유를 말해도 이 책만큼은 소유하고 싶다."
오늘 부터 다시 정독에 들어가야겠습니다. 무소유가 이 책의 정신이니 언제라도 다시 무소유가 되어도 아쉽지 않도록 말입니다.
아무튼 동상, 미안하고도 고마 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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