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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⑲ - 가면(假面)과 복면(覆面)에 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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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4 작성일 2016-02-06 11:07 댓글 0건 조회 9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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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 복면시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을 때 언뜻 떠오르는 것이 강릉의 관노가면극이었습니다. 강릉의 관노가면극은 가면을 쓴 관노가 몸짓만으로 양반을 놀려먹는 것을 주제로 하는데 '놀이라는 장르를 빌려 지배계급에 대한 저항을 합니다. 그럼에도 양반은 이 놀이를 슬쩍 눈감아 주는 아량을 보여줍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69하회별신굿역시 민중들이 탈을 쓰고 지배계급인 양반사회를 신랄하게 조롱하고, ‘봉산탈춤에서 말뚝이 역시 양반 사회의 비리와 부패를 풍자와 해학으로 꼬집고 고발합니다. 따라서 가면극은 풍자적 저항이라고 정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면을 통한 대중적 풍자행위는 이처럼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간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후환이 없도록 예봉을 피해 표현하는 절묘함이 있습니다. 동시에 지배계급에는 선정을 유도하고 피지배계급에게는 위안을 주는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가면과 복면은 익명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가면은 은폐이면서 노출이라는 이중성을 특징으로 행위가 끝난 뒤 슬쩍 노출시키는 묘미도 있습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복면가왕도 따지고 보면 가면가왕입니다. 복면을 쓴 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로 하여금 잔뜩 궁굼증을 자아내게 한 뒤 가왕이 누구인지 밝히기 때문이지요. 여기에 반해 복면은 자기방어나 자기보호적인 일방성과 노출을 철저히 금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면은 지금껏 그렇게 이어져 내려왔듯 문화. 예술적 퍼포먼스에 사용하면 되지만, 복면은 사회통념상 뭔가 떳떳하지 못한 행위를 할 때 쓰는 것으로 설정되어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인간의 상당수는 위선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지 모릅니다. 때로는 슬쩍 쓸쩍 노출을 시키면서 익명으로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사회적 공공적 가치를 세우고 목표를 관철시키는데 굳이 가면이 아닌 복면을 사용한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는 생각인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Happy한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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