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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이라서 좋다

고요히 여울지는 호수 하나

내 안에 있다

이유 없이 난 네가 좋다

조약돌 하나 던져 놓아도 동심원을 그리며

땅끝을 향해 너울져 가는 너를  나는 늘 눈물로 배웅한다

함께 있는 시간보다 더 소중한 것이 이별의 시간이기에

우리 영영 헤어지는 날

거센 비바람 몰아쳐도 좋겠고

달 뒤로 해(태양) 마져 숨어도 좋겠다

너와 나의 악연을 풀어줄

천둥과 번개

무섭게 몰아쳐도 좋겠다

너를 사랑한 내 죄의 무게 만큼

거칠게 몰아쳐 주면 더욱 좋겠다

내 마음 늘 봄이다

너를 만나면

내 안에 꽃이 핀다

서럽도록 눈부신 꽃이 핀다

하늘빛 푸르고 햇살 좋은 날

가엽게 흩날리며 지고 말

꽃이 핀다

산에 들에 피어 내 안에 숨어 시들고 말

어여삐 고운 꽃이 핀다

꽃이 진다

산에 들에 다시 피어날 꽃이

눈물처럼 떨어져

내 혈맥의 끝장까지 흘러든다

피고 지는 꽃 속에서

내 사랑은 노을이 짙어

어둠 속으로 잠겨드는 너를 향해

고요히 번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