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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문화예술

길 위에서 길을 묻다 - ㉖ “江 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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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4 작성일 2016-03-20 14:38 댓글 0건 조회 9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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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선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마땅히 찾아갈 사람도 특별히 찾아올 사람도 없을 것 같은 날, 출근하던 차의 핸들을 휙 꺽어 바다가 있는 강릉으로 향합니다. 역마살이 도진 것입니다  

하루 이틀 쯤 행방이 묘연해도 튀어봐야 이번에도 바다가겠지 하고 아내는 아예 찾기를 포기한지 오래고...두 시간여를 거침없이 달려 도착한 강문 앞바다. 남도를 막 건너온 봄바람에는 비릿한 해초내음이 묻어나고 백사장 갈매기들은 언제나 처럼 비상과 착륙을 거듭합니다  

솟대가 세워져 있던 자리에 놓여진 벤취에는 봄 햇살이 먼저 내려앉아 있어 차마 앉기가 망설여집니다. 뭔가로 가득한 듯 해도 뭔가 허전하기만한 바닷가. 지금은 흔적조차도 사라지고 없지만 작은 배들이 숨고르기를 하던 아담한 포구가 있었고 정월 대보름이면 '강문진또배기'의 신명나는 가락과 춤이 있던 강문은 왠지 나에게는 정겨운 마음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나 내려왔네. 씻지말고 강문 그 커피샾으로 얼른 나오게"
  

혹 선약이라도 있느냐고 묻지도 않고, 무슨 일로 내려왔느냐고 따지지도 않고 당연히 그래야 하듯 만나 이미 단골이 되어버린 커피샾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돌아오는 길. 남은 건 손전화로 찍은 사진 몇 장이 전부입니다

강문 봄바다여! 못 말릴 역마살이여! 돌아오는 길의 허망함이여! 그러면서도 툭 하면 핸들을 강문으로 꺽는 이 버릇을 나는 십수년 째 고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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