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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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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오는 것은 만남이요, 가는 것은 이별이라.
태어남은 희망이요, 죽어 감은 절망이라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유시유종이라 했다.
시작이 있음으로 끝이 있고 그 끝이 있음으로 다른 시작이 잉태하게 되는 것이다.
올 가을도 사정없이 가고 있다.
엊그제 가을이 시작된 것 같은데 어느새 가을의 중턱을 넘어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누가 그랬다.
가을은 “조락의 계절”이라고,
그렇게 싱싱하던 나뭇잎도 계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낙하를 하고 있다.
떨어지기 아쉬워 수직낙하는 못하고 흔들흔들 거리면서 떨어지는 모습이 애처롭다.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서 사람의 눈을 매료시키는가 싶은데 찬 가을비가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그것도 모자라 세찬 바람까지 동원하여 달랑달랑 겨우 매달려 있는 낙엽을 쫒아내 버린다.
좀 더 오래 달아두면 어디가 덧나는 것도 아닌데 이 자연은 속전속결로 처리를 해 버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 이 노래를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을이 되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새롭게 소환되는 노래이다.
최헌이란 가수가 부른 오동잎이라는 노래이다.
“오동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밤에
그 어디서 들려오나 귀뚜라미 우는 소리
고요하게 흐르는 밤에 적막을
어이해서 너 만은 싫다고 울어대나
그 마음 서러우면 가을바람 따라서
너에 마음 멀리멀리 띄워 보내 주려무나.”
가을은 그냥 가는 게 아니라 생각된다.
지난 여름날의 뜨거웠던 열정도 가을이라는 보자기에 싸여서 겨울로 향해서 가지고
가는 것 같다.
가을은 여름에서 겨울로 가는 전령사인 것이다.
무더운 날씨에서 갑자기 맹추위로 넘어가는 것을 완화시켜주는 완충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난여름은 하도 더워서 올 가을이 올 것인가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할 정도였다.
하지만 자연의 시계는 큰 오차를 남기지 아니하고 가을을 선사했다고 본다.
예년보다는 조금 늦게 시작하고 좀 늦게까지 이어질 모양새이다.
올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계절의 변화가 좀 지연이 되는 듯 한 느낌도 받는다.
시월이 다 가는데도 불구하고 단풍이 들 생각을 하지 않은 산천초목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아무리 용을 쓴다 해도 조만간에 가을은 겨울에게 자리를 내 주게 될 것이다.
많이 남지 않은 가을을 어떻게 우리의 가슴속에 진하게 남길 것인가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할 시점에 온 것이다.
내년에 다시 올 가을이 있는데 뭘 그리 호들갑을 떠냐고 할는지 모르지만 올 가을과 내년
가을의 느낌은 차원이 다를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시점인 것이다.
올 가을이 멋있지 않은데 내년 가을이 멋있게 전개되리라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좀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주어진 가을인데 이 가을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가을의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배웠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고,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생각하는 계절이라는 의미이다.
허구많은 단어나 의미를 다 놔두고 왜 사색을 끌어드렸을까 하는 생각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정초에 한해를 시작하면서 뒤도 돌아볼 겨를 없이 달려왔는데 이 시점은 수확도 끝나가는
시기임으로 여유를 좀 가질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바쁜 와중에 사색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보면 요맘때처럼 좀 한유할 때 사색하기
알맞은 시점이라는 것이다.
사람마다 가을을 타는 것은 다 다르리라 본다.
어떤 사람은 유독 가을만 되면 타 계절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이 솟아나면서 주체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그렇지 않고 조용하게 가을의 참맛만 느끼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추측해 본다.
온 천지가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초록으로 뒤덮였던 대지가 알록달록한 색깔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대 자연의 신비가 아니겠는가.
인간도 자연의 한 조각이기에 격하게 변하는 자연과는 분리될 수 없다고 본다.
겨울을 준비하기 위하여 자연이 이렇게 몸부림을 치는데 인간이라고 그냥 있을 수 만은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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