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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쌀 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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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50 작성일 2024-02-04 19:44 댓글 1건 조회 7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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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쌀 같은 놈

 

 

한자에 요런 글자가 있다.

라고 읽으며 뜻은 이라는 말이다.

놈이란 이놈 저놈 이라고 이야기 하는 3인칭 단수로 쓰이는데 지금은 약간 상스러운 표현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옛날에 하도 많이 썼던지라 지금도 이란 단어는 수가 좀 틀리는 이야기를 하는 자를 

격하하면서 쓰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욕은 아니지만 욕같이 들리는 뉘앙스가 강한 단어라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좁쌀은 어떤가.

잡곡 중에 라는 작물의 이삭에서 추출해 놓는 것으로 밥이나 떡 같은 가공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滄海一粟이라는 표현이 있다.

넓고 큰 바다에 좁쌀 한 알라는 의미로 하찮거나 미미한 것을 비유해서 표현하는 말이라 보면 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람의 배포를 좁쌀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작은 일에도 발발 떨면서 판단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 생각의 폭이 좁은 사람, 10원짜리 

하나 가지고도 손끝이 떨리는 자, 큰일을 떠벌릴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자, 좁은 세계만 

집착하는 부류를 일컫는 말로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배포가 크다고 죄다 긍정적인 것이라 보는 것도 경계를 해야 할 것이다.

잘못 배포를 잘못 키우다 한 방에 인생을 망치는 사람들도 비일비재하게 봐 오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중국에서는 중용의 도를 가장 이상적으로 봤다.

어느 쪽으로나 치우침이 없이 올바르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을 최선으로 인식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용이하지는 않다.

이론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든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 선자령에 등산을 가기 위하여 점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점심은 김밥으로 준비를 하는데 그 재료는 어제 마트에 가서 조목조목 구입해 왔다.

날씨가 좀 추운 가운데서 김밥을 제대로 먹기 위해서는 꼬드밥보다는 눅눅한 밥이 나을 것 

같아서 찹쌀을 좀 넣어서 밥을 지었다.

 

 

김밥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엉조림이 들어간다.

하고많은 재료 중에서 왜 우엉조림이 들어가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발동하였다.

잘은 모르지만 우엉조림이 짙은 갈색이 되다보니 흰밥과 시각적인 매치가 잘 될뿐더러 길쭉하게

 만들 수 있어서 김밥의 규격화에 적합한 재료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김밥을 김밥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재료로 인식했기에 지금까지 김밥에서 우엉은 우월적인 

위치에 올라 있으리라 짐작된다.

마트에 가면 아예 우엉과 단무지를 한 세트로 만들어 놓은 것을 판매하고 있다.

김밥에서는 바늘과 실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엉, 단무지, 맛살, 김밥용 김, 밥만 있으면 김밥의 기본은 된다.

거기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시금치, 계란부침, 당근 볶은 것, 오이지, 깻잎, 참깨, 치즈 같은 것을 

넣어서 만들 수 있다.

 

 

김밥용 김도 김밥을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기술이 좋아서 그런지 김밥 전용 김을 가지고 김밥을 싸 보면 옆구리가 터지면서 그 안에 재료가

 삐져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김밥을 더 튼튼하게 만들기 위하여 김을 2중으로 겹쳐서 싸면 어떨 것인가에 대해서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는 별로였다.

김밥용 김은 질긴 맛이 있는데 그걸 겹으로 싸 놓으면 너무 질겨서 맛이 급격히 떨어지는 불상사가

 발생된다.

 

 

김밥을 다 싸고 난 다음 도시락에 담고 난 다음 달랑 한 개를 남겨 놓았다.

딴엔 마누라한테 내 솜씨와 함께 맛이라도 보여 주려고 남겨 놓은 것이 큰 화근이 되어 버렸다.

잘 보이려고 남겨 놓았는데 그걸 보더니 한다는 말이 좁쌀 같기는라는 말이 들려왔다.

맛은 뒷전이고 어찌 한 줄도 아니고 한 개를 달랑 남겨 놓고 먹어 보라는 것이냐라는 의미였다.

남편이라고 좁쌀 같은 놈이라고는 말 못하고 그저 뒤끝을 흐리고 만 것이다.

마누라의 그런 말을 듣고 보니 뒤통수를 세게 한 방 맞은 것처럼 띵하다.

내가 봐도 좁쌀 같은 짓을 하긴 한 셈이 된 것처럼 보였다.

얼른 반성을 하고 남은 김을 가져다 아예 한 줄을 싸서 대령을 시켰다.

 

 

썰어 놓은 김밥 한 개 때문에 졸지에 좁쌀영감으로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하기사 좁쌀처럼 산 덕분에 마누라와 지지고 볶으면서 지금까지 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깡촌에서 소시민으로 태어나서 그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좁쌀 인생으로

 변해버린 것을 어쩌겠는가.

 

 

오늘 선자령 등산에서 내내 좁쌀 같은 놈이 내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고 맴돌았다는 것이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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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회53님의 댓글

김양회53 작성일

달랑 한 개는 너무했네요. ㅋㅋㅋ
점심때 합석을 하자고 했는데 먼저 내려 가시는 바람에 손수 정성스럽게 만든 김밥을 먹어볼 절호의 기회를 놓쳤네요.
리얼한 한편의 유쾌한 콩트를 보면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산행에 늘 함께 해 주시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