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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한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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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한 교장
싫던 좋던, 자의던 타의던 간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과 만나게 된다.
만나다보면 그야말로 별의별 인간의 군상들을 다 보게 된다.
어떤 땐 나의 인생에 소금 같은 역할을 해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또 어떤 때에는
엿 같은 사람을 만나 고역을 치를 때도 있을 것이다.
“구세주를 만났다.”라는 이야기도 이런 경우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대한 선택권은 그리 넓지 않다고 본다.
인생에서 고도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배우자를 만날 때라고 본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전후좌우 다 뜯어 본 뒤에 결정을 하게 되는 경우라 본다.
결혼에서 배우자를 만나는 것도 한정된 선택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주변에 자신의 배우자가 존재했으니까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연이던 필연이던 만나는 대상이 누구냐는 자신의 인생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라 본다.
어떤 경우에는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하여 그 대상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본다.
삼고초려의 고사에 보면 “중국 삼국 시대에, 유비가 제갈량의 초려를 세 번이나 방문하여
마침내 그를 군사(軍師)로 삼았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니면 훌륭한 스승에게 배우기 위하여 그를 찾았던 공자나 맹자,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
텔레스의 제자들도 그런 부류에 속할 것이다.
저도 교직에 있을 때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거기에는 교사집단도 있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부류의 사람들도 있었다.
수없이 많은 사람과 만남을 가졌는데 그 중에서 기억이 오랫동안 남는 사람이 있었다.
현직을 떠나보니 그 때 그런 분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나의 인생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던 계기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오늘 제목에서 본 바와 같이 럭셔리한 교장을 초당동 모 순두부집에서 만나게 되었다.
지금까지 많은 만남이 있었지만 이 교장과의 만남을 통하여 내 인생을 다시 한 번 복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나의 아집을 이분이 깨우쳐 주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내가 가진 사고방식이 최선이자 최고라는 망사에 사로잡혔던 시절에 이분과 만나면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투영을 받았었다.
그렇다면 그분의 지론이 무엇이었기에 이렇게 동감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인가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리라 본다.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가장 인상적으로 내게 와 닿았던 것이 궁상스러운 인생을 살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그 교장선생님이 내게 직접 그런 표현을 한 적을 없다.
만약에 면전에 대고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나는 반발을 했을 터인데 그렇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런 메시지를 강하게 던져주었던 것이다.
그것이 나의 가슴속 깊숙이 꽂혔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인생을 예술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직접 보여준 분이었다.
그분의 전공도 예술분야인데 인생 자체도 예술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물론 예술가가 가지는 뉘앙스를 되잖이 풍기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긴 있다.
자칫 잘못 풍기다보면 꼴불견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분은 예술과 인생이 절묘하게
조화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도 조화를 엄청나게 강조하였다.
일벌백계가 아닌 인간의 내면세계를 존중하여 줌으로서 자신이 추구하는 세상으로
인도하는 방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쓰는 방식으로 잘못하면 그저 야단치고 혼내는 스타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런 세계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오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신 분이었다.
늘 귀공자 같은 분위기를 늘 풍기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저 같은 경우에 특별한 일이 있어서 때 빼고 광내고 나가도 어딘지 모르게 촌티가 흐르는데
그분은 무엇을 걸치고 나와도 고상한 면이 도드라지게 보였다는 것이다.
다 같은 인간인데 누구는 억지로 치장을 해도 가식적으로 보이는데 그 분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타인에게 귀공자 스타일로 보여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답을 구하려 해도
난망일 뿐이었다.
럭셔리 한 것을 일상사에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는 분이었다고 본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품위와 격조를 찾으면서 먹는 것도 그분에게서 알아차렸다.
목구멍에다 음식만 집어넣으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뒤흔들었던 사례도 있었다.
“ 육고기가 물에 빠진 음식은 어울리지 않는 요리이다.”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음식도 격에 맞게 조리를 했을 때 제 맛이 난다는
이야기이다.
못 먹고 못 먹었을 시절에는 등 따시고 배부르면 만사가 형통하였는데 이제는 그런
범주에서 조금은 벗어나도 되지 안냐는 것이다.
차를 마셔도 럭셔리한 의미를 가지고 접근한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차라하면 보통은 커피를 떠올리게 된다.
이제는 커피가 세계적인 기호음식으로 등극이 된지라 그걸 마시는 것은 보통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교장은 남들이 하는 대로 한다면 그건 보통사람들의 영역이라 본 것이다.
남과 다른 뭔가를 가졌을 때 비로소 자존감이 설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그 분은 커피 대신 중국 곤명에서 들여온 보이차를 주로 음용하였다.
그 보이차도 그냥 보이차가 아니라 그 지방의 유명한 사찰에서 스님들이 마시기 위해
들여온 것을 가져다 이용한다는 것이다.
차를 한 잔 마셔도 그냥이 아니라 뭔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별난 사람의 엉덩이에 뿔이 달렸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은 적 있다.
럭셔리한 삶이 곧 남과 차별되고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삶을 살아도 우아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삶을 살자는 것이다.
요는 어떻게 접근해야지만 아름답고 우아한 삶이 열릴 것인가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그걸 풀 수 있도록 실마리를 제공해 준 분이 바로 제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럭셔리한
교장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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