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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key-k 산행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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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key-k 산행 동행
오늘 아침의 강릉 하늘은 무겁게 내려앉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한 날씨로 인하여 산행에 지장을 주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의 날씨가 전개되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웃날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획표에 의하면 점심이나 간식, 그리고 행동식은 스스로 준비해 오라고 고지되어
있었다.
하기사, 등산에서 자기가 쓸 에너지원은 스스로 챙겨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순리라 본다.
산에 가서 먹을 산식(山食)은 일반 식사와는 좀 다르게 운영되어야 하기에 스스로
챙겨 오는 것이 맞다고 본다.
덕분에 각양각색의 산식을 맛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는 가장 평범한 김밥과 과일을 좀 준비했다.
물론 그 전날 신경을 써서 장도 보고,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밥도 하고 김밥도 쌌다.
아침 일찍부터 엄청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계획된 10월 산행은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경상도에서 가장 변방에 있는 지자체 중 하나가 봉화군이라 생각된다.
이름은 그럴싸하지만 하늘 아래 첫 동네 정도로 산골 중에 산골이다.
이런 산골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만든 수목원이 바로 이 수목원인 것이다.
가보지 않으신 분은 우리 지역의 솔향수목원보다 훨씬 더 큰 수목원 정도로 상상해
보시면 답이 나오리라 본다.
그 곳을 가기 위해서 모인 동문과 그 가족은 거의 40여명 정도 되는 것 같다.
강릉시청 버스 정류장이 최종 출발지였다.
오랜만에 만날 동문 선후배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인다.
이런 기회가 없으면 선후배간에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으리라 본다.
등산이라는 특정일을 매체로 한 덕분에 뜻을 같이하는 동문들이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우리지역과 엄청 멀리 떨어진 곳 쯤으로 상상하겠지만 태백시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강릉에서 가자면 동해, 삼척, 도계, 태백 통리, 철암, 구문소, 태백, 춘양면
사무소에서 영월 방향으로 가다보면 나타난다.
삼척까지는 고속도로로 이동하고 그 이후 도계까지는 그럭저럭 자동차 전용
도로로 그 다음부터는 주구장창 왕복2차선 시골도로를 타고 가게 된다.
그것도 급경사에 급커브를 반복하면서 가야하는 좀 고약한 코스라 보면 될 것이다.
좀 좋게 표현한다면 인공과는 거리가 먼 자연과 접하면서 갈 수 있는 곳이라 본다.
수목원 이름 자체가 백두대간임으로 그 줄기는 강원도와 이어지게끔 되어 있다.
모양새가 강원도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고원지대이면서 온 천지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사이에 개천이 흐르는
곳이라 보면 될 것이다.
지형상으로 보았을 때 예전에 화전민들이 살았을 법 한 곳이라 보면 될 것이다.
공비가 출몰해도 소탕하기 어려울 정도로 첩첩산중의 산골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이런 곳에 이런 식물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그 누군가가 축축거려서
만들어졌으리라 본다.
잘은 모르지만 그 지역에 몇 몇 농부들이 콩이나 감자를 심어 먹던 곳이
었었는데 그 누군가가 지자체나 정부에 그럴싸하게 계획서를 넣어
예산지원을 받아서 조성했으리라 본다.
그 누군가가 바로 창의적인 인간의 표상이라 본다.
그 수목원 덕분에 경북봉화가 알려지고 그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되었으리라 본다.
태백까지는 강원도이니까 강원도 냄새가 물씬물씬 풍긴다.
특히 태백은 광업도시다보니까 경상북도로 넘어가는 길목마다 예전에 석탄을
캐었던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아니, 지금도 일부 탄좌에서는 석탄을 캐고 있다고 한다.
태백을 지나 경상북도로 넘어가자마자 펼쳐진 풍경은 사과밭이었다.
개천을 따라서 별로 넓지도 않은 밭엔 온통 사과로 뒤덮여 있었다.
그렇다고 사과농사가 걸작으로 잘 된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고 그저 그럭저럭
재배하여 수확하는 식으로 보였다.
너무 시골이 되다보니 과수농사를 짓는 사람도 죄다 나니 많은 사람들로 채워진
모양새인 것 같다.
자연스럽게 사과농사도 신진기법이 아닌 재래기법으로 지어지는 듯 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요란스럽게 많은 량의 사과는 달렸지만 매력을 끌 수 있는 사과밭은 보이질
않았다는 이야기다.
개천이 흐르는 대로 단 도로를 가다보니 도로도 개천스타일로 만들어졌다.
태백에서 경북으로 넘어가는 초입에는 제법 긴 터널이 뚫려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강원도 쪽 보다 경상도 쪽에 더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한 느낌이다.
태백 경계를 벗어나 얼마 안가다 보니 제법 큰 마을이 보이는데 이게 춘양이라는
곳이다.
눈에 띄는 문구 중 하나가 “억지 춘향”라는 간판이었다.
춘향전에 보면 춘향이 원치도 않은 일을 억지로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파생된 숙어라 보면 될 것이다.
춘양에서 이 단어를 차용하여 많은 사람에게 홍보를 하는 효과를 얻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목적지인 춘양면에 위치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도착했다.
수목원 명칭을 살짝 비틀어보면 그 수목원이 왜 경상도에 가 있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간다.
백두대간에 중심은 강원도인데 그 지위를 경상도에 빼앗긴 듯 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매가리가 없는 강원도가 되다보니 그런 중후한 명칭도 네베시 경상도에 넘겨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국립이란 거창한 명칭이 붙은 것을 보아하니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타다가 만든 것 같다.
그러다보니 스케일도 다른 수목원보다 더 크다고 하는데 그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그까짓 악산이 몇 백만 평 있으면 뭣하겠는가?
써먹을 수 있는 진쪽의 땅이 더 중요한데 이 수목원의 개념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나 어쩐다나 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야생화를 주로 심다보니 그 야생화가 가을을 엄청 타고 있었다.
인간도 그렇다고 본다.
가을을 타면 피부도 푸석푸석해지고, 손발도 거칠어진다.
얼굴에 기름기도 점점 줄어드는 게 인간 가을의 전형이라 보면 될 것이다.
야생화는 가을이 되면 종자를 성숙시키고 월동을 해야 하기에 자연스럽게
잎이나 꽃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열매로 가기 때문에 부실해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이게 바로 자연스러운 이치이자 현상이라 본다.
그래도 가을의 정취를 그대로 보여주는 식물들도 없잖아 있다.
구절초, 개미취, 쑥부쟁이, 마타리, 억새, 수크렁, 산국, 용담 같은 것은 이때가
제 맛이 나는 야생화이다.
등반 겸 산책로를 따라 가다보니 호랑이 소굴이 보였다.
굴은 아니고 철책을 단단하게 쳐 놓은 곳 안에 호랑이 6마리가 살고 있었다.
별로 넓은 공간도 아닌데 6마리씩 넣어 놓고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때 호랑이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산책 겸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말이 호랑이지 우리 안에 갇혀있음으로 무기력한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호랑이 눈에서 갱끼가 나와야 하는데 눈이 어디 붙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티미해 져 있었다.
형체만 호랑이지 호랑이다운 맛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숲에 난 산책로를 따라서 한 참 올라가다보니 색다를 영역이 또 보인다.
시원한 물줄기가 하늘을 향해서 솟고 있었다.
한여름이라면 시원한 맛도 있었겠지만 으슥으슥 추운가운데 치솟는 물줄기는
그냥 을씨년스러울 뿐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왜 물줄기가 솟아나야 하는지 그 정체성도 문제가 좀 있었다.
그 분수의 존재감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수목원 입구 광장에다 설치를
해 놓는 것이 지당하리라 생각된다.
야생화가 크는 곳에 분수가 솟구친다는 것 자체가 뭔가 어색해도 한참 어색한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옆에 캔버스 천으로 조그마하게 야외 공연장을 만들어 놓았다.
공연장 무대에 나무 데크를 깔아 놓았는데 거기서 여러 명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공간으로는 적격이었다.
해는 나지 않았지만 캔버스 천 천막이 위에 있고, 아래는 깔판이 깔려 있어서
잔디밭보다 훨씬 나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12시가 좀 안된 시간이었지만 배고픔을 달랠 수 있는
좋은 공간을 놔두고 그냥갈 수는 없었다.
같이 간 동문들이 삥 둘러 앉아 자기가 싸 가지고 간 음식을 농고 먹으면서
농고인의 우정을 돈독히 하는데 주력하였다.
점심 후 야생화원을 한 바퀴 돌았다.
배가 부른 다음에 보이는 세계는 그 전과 사뭇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배고플 때 잘 안보이던 마가목 나무의 열매도 더 빨갛게 보인다.
갈대꽃의 일렁거림도 밥 먹기 전보다 훨씬 더 살랑거림을 볼 수 있었다.
잔뜩 흐리던 날씨도 밥 먹은 후에 구름이 슬슬 걷히기 시작하였다.
가까운 곳은 우리 토종의 냄새가 풀풀 나는 야생화가 자태를 뽐내고 있고,
멀리 보이는 숲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웅장한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
자연의 절묘한 조화를 여기서 볼 수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오는 과정에 공연장에서 섹스폰 연주가 있었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 마련된 공연장의 배경은 나무를 잘라서 쌓아 놓은
모습으로 자연과 일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하는 수목원 탐방에서 색다른 느낌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올라갈 때 잘 안보이던 모습도 내려올 때 제대로 보이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이렇게 촌구석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모인다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산책로나 등산로에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주 건물에도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주 건물 안에 있는 가든샵에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카페와 푸드 코트도 있어서 등산이나 산책으로 피로한 몸을 차 한 잔, 음식 한
저름으로 풀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많은 국비를 들여서 만들어진 공간인 만큼 편의시설도 타 식물원보다 더 크고
웅장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귀가를 위하여 정해놓은 버스탑승 시간 14시30분이 되었다.
많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아침에 타고 왔던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는 과정에서 아쉬움을 좀 더 달래기 위하여 태백 황지에서 낙동강으로 가는
길목에 특이한 경관인 구문소에 들렀다.
구문소라는 이름은 굴(窟)이 있는 물길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자연이 파 낸 굴로서 신비하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하면서 이해하기도 좀 힘든
장면이 펼쳐지는 곳이다.
이곳이 점점 유명해지다보니 이제는 굴 통과 전과 후에 관람을 잘 할 수 있도록
데크와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 많은 사람이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아침에 출발했던 곳에 다시 떨어진 시간은 오후 5시
30분을 좀 더 넘긴 시간이었다.
같은 버스에 타고 갔던 산악 애호 동문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서로 작별의
인사를 나누면서 이번 산행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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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key-k산악회님의 댓글
key-k산악회 작성일
key-k산악회 10월 산행에 동참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자생꽃을 감상하며 걷는 소풍 같은 일정이라 땀으로 체내의 노폐물 배출에는 실패했지만 눈으로 즐기고 가슴에 담아온 풍경은 한동안 생활의 활력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기수를 넘나들면서 도란도란 대화를 하면서 걷는 뒷모습들이 너무 아름답다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동문 산악회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런지요.
장문의 산행기 감사드리며 다음 산행에서 다시 만나 뵙기를 소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