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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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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대지를 흔들어 대는 말복의 근처 어느 날 오후 시커먼 구름 떼가 몰려들더니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내며
여기저기서 불줄기로 금이 가는 것이 보인다. 번쩍! 우르르 쾅!
들판에서 일하던 농부들은 어디론가 숨어들고 어두운 들판에 고요가 잠시 흐르더니 이윽고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달구어졌던 함석지붕 위에 내리는 소나기는 마치 프라이팬에 물을 부은 듯
지붕은 안개로 피어오른다. 더위에 지쳐 칭얼거리다가 조금 전에 잠이 들었던
아기는 놀라 깨어나 울음소리를 보탠다.
빗방울은 어디에 부딪혀도 소리가 나지만 함석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는 어디에다 바유 할 곳이 없다. 굿당에서 내는 소리는 음률과 리듬이 있어 시끄럽지 않고
난타와 농악은 박자와 음색이 있어 조화를 이룬다. 함석지붕 위에 내리는 소나기야말로 철거공사 현장이요 난장판인 셈이다 소나기가 한 시간 정도 이어지면 정신을 잃고 멍하니 멍 때리는 시간이 된다.
몰려들었던 먹구름들이 모두 빗방울로 맺혀 내렸는지 동쪽에는 일곱색깔 아치형 무지개다리가 들어서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소나기를 피해 보려고 애쓰던 해바라기는 고개를 들어 태양을 찾고 있다
.
강아지도 집 밖에 나와 비 피해를 살펴보고 있다 화단에 피었던
꽃들은 흙투성이가 된 몸을 흔들어 털고 있다. 집 밖의 도랑물은
도랑이 메저라 흐르고 있지만 금방 얼굴을 내민 태양은 시치미를 뗀다,
빨래를 널어놓았던 양말 몇 켤레 마당 여기저기 떨어져 흙투성이고 장독대에는 미처 뚜껑을 닫지 못해 열려있는 고추장 단지에는
빗물이 고여 흥건하다. 가뭄에 시달리며 배배 꼬여만 가던 율무밭에선 맑게 갠 하늘아래 반질반질 하고 매끈한 씨앗으로 영글기를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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