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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뒤 따라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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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9-10-20 07:43 댓글 0건 조회 8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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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크 뒤 따라 가기

지난 주 중 철원으로 출장 갈 일이 있었다.

철원으로 가는 길은 홍천에서 서울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설악톨게이트에서 빠져나와 청평을 거처 포천을 거처 철원으로 들어가는 길과 서울 외곽을 거처 의정부를 지나 연천 포천을 지나가는 방법이 있다.

물론 춘천을 거처 사창리 고개를 넘어 가는 방법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날따라 춘천에서 넘어가는 길을 택해서 열심히 달리고 달렸다.

 

춘천에서 철원까지 가는 길은 그야말로 꼬불꼬불한 산길에다 언덕배기를 넘고 넘어서 가게 된다.

도로 또한 이 시대에 보기 힘들 정도로 좁은 길을 통해서 갈 수 밖에 없는 도로로 남아 있다.

가다가 앞에 초보운전이나 화물차 같이 달리지 못하는 차를 만날 때면 기약도 없이 빌빌 거리면서 뒤따라 가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열심히 달려 철원에 다 다다랐는데 갑자기 앞에 가던 차량들이 멈추어 서는 게 아닌가.

시간은 없고 빨리는 가야하는 마당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는데 그 원인인바 앞에 탱크들이 움직이지도 않고 서 있었다.

철원으로 들어가는 지름길이 그 길인만큼 차를 돌릴 수 도 없는 처지인바 그대로 기다리기로 했다.

그저 빠른 시간대에 탱크의 대열을 벗어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노심초사 기다렸다.

 

10여분 기다렸을까 다행이 탱크에서 추월해 가라는 신호가 떨어지면서 민간 차들이 움직여 탱크 옆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좋으련만 어느 정도 가는데 앞의 차량들의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짐을 알 수 있었다.

산골길이라 차도 많지 않았는데 아까 탱크를 기다리다 밀린 차들이 들어오면서 제법 몇 대의 차들이 앞에 차 있었다.

아까 비켜 왔던 탱크와 다른 탱크들이 이번에는 도로를 주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과거 모 친척 예식장에 가는 길에 그야말로 이런 탱크 대열과 합류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도로사정이 훨씬 더 좋지 않았기에 탱크가 가면 구지하세월로 따라가는 수 밖에 없었다.

탱크의 이동도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할 것 일진대 어디 가서 하소연 할 상황도 아닌 것 같다.

결국 탱크 따라가던 결혼식장 버스는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고 결혼식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기억이 불현 듯 떠 올랐다.

 

그냥 놀러 가는 과정에서 탱크 대열을 만났다면 그 또한 감내 할 수 있었으리라 보나 바쁜 일정을 쪼개서 볼 일 보러 가는 과정에서 그런 상황을 만나고 보니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이 또한 어디 가서 하소연 할 상황도 아니고 보니 빨리 이 대열이 내가 가는 방향과 다른 쪽으로 틀어지기만 학수고대하는 수 밖에 없었다.

세상사가 어찌 내 뜻대로 되겠는가 만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계속 같이 이동되는 게 아닌가.

하늘도 무심한 것처럼 느껴졌으나 이 또한 어디 가서 뭐라 할 상황도 아닌 것 같아서 그냥 속을 태우면서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계획된 시간을 넘고 나니 목적에 대한 상황은 체념으로 흘러버렸다.

5분 늦으나 50분 늦으나 늦은 건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위안을 삼으면서 탱크 뒤를 따르고 또 따랐다.

다행이 내 차 앞과 뒤에는 나와 유사한 심정으로 따라가는 차 운전수들이 많이 있다는 게 유일한 안위였다.

 

뒤따라 가다보니 탱크의 이동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지에서는 상대적으로 제법 속도를 내는 것 같았었는데 꼬부랑길이나 언덕길에는 맥을 추지 못했다.

그래도 이제는 어지간한 도로는 다 포장이 되었는데도 이 모양인데 과거 포장도 제대로 안된 도로를 달렸을 탱크를 생각하니 답답한 마음도 들어간다.

포장된 도로를 지날 때에도 도로 갓길을 먹어 들어갈 때 흙먼지가 날리는 게 보였는데 비포장도로를 달린다면 얼마나 많은 먼지가 날릴 것인가 상상만 해도 감이 확실히 올 지경이었다.

게다가 탱크가 굴러가는데 주변의 소음도 만만치 않았고 가속을 할 때 매연도 만만찮이 나오는 것 같다.

 

탱크를 운전하는 운전수는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겠는가?

일반차량처럼 운전을 최적화하기 위하여 디자인 된 것과 반대로 전쟁을 주안점으로 둔 탱크의 경우 적으로부터 안전을 우선으로 다음에 운전의 불편함은 감수하는 수 밖에 없으리라 본다.

 

만약 전쟁이 났을 시 이 탱크의 쓰임새는 어떨 것인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탱크의 속도에 맞추어 가자니 별 생각을 다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런 탱크를 끌고 다니면서 전쟁을 하다보면 제명에 못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먼저 들어갔다.

예전처럼 재래식 무기를 주축으로 전쟁을 한다면 전쟁터의 왕자가 탱크가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미사일이 발달하면서 구석구석 찾아가서 파괴하는 미사일이 날아다니는데 빌빌거리는 탱크를 가지고 전쟁을 한다는 것은 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그리고 요즘 시대에 탱크를 가지고 전쟁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와 맞지 않는 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간다.

 

어찌하였던 시간이 흘러 그야말로 내가 가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탱크의 대열이 움직였다.

이미 목표로 된 시간은 한참 넘긴 시간대이다.

어떤 일에 가능성이 있을 때 시간이 없다면 초조해지게 돼 있는데 이미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체념상태 모드로 들어간다.

 

탱크 뒤따라가기 운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못 느끼리라 본다.

하지만 살다보면 탱크 뒤를 따라가야 하는 인생곡절도 언젠가는 한 두 번 만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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