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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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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9-12-20 22:46 댓글 1건 조회 83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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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교 교훈

正直, 勤勉 , 謙遜을 기치로 내 걸고 학생들을 가르쳤던 모교가 어언 90년의 역사를 가지게 되었다.

교훈은 그 학교에 정신적인 지주이자 상징이며 기본 사상을 심어 주는 역할을 해 왔다고 본다.

학교마다 가지는 교훈이 그 학교의 색깔을 나타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제 강점기인 192871일에 개교한 터에 많은 부분에서 일본의 색채가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건물도 일제 시절에 지어졌던 것이 있어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다 사라져버렸다.

특히 필자가 농공고에 다니던 시절, 강당은 그야말로 고색창연은 아니지만 우리 영동지역에서 가장 큰 목조건물로 자리매김 되었던 기억도 난다.

아쉽게스리 불이 나는 바람에 홀랑 타 버렸지만 당시에 위용은 지금 생각해 봐도 생생하게 뇌리에 남아 있을 정도이다.

 

우리의 교가나 응원가 같은 것은 지금도 남아서 많은 동문들에게 당시와 지금을 연결시켜 주는 고리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유형의 문화보다 무형의 문화가 더 장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뜬다면 교명일터인데 이는 몇 번에 걸쳐서 바꿔 주는 바람에 뚜렷한 정체성을 나타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또 한 가지 걸리는 것이 교훈이 아닐까 싶다.

교훈은 만들 당시에 사회상과 시대상, 그리고 학교의 교육목표나 이념을 잘 실현시켜 줄 수 있는 함축적 의미를 가진 것으로 설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의 교훈은 일제 강점기 교육을 실현하기 위하여 만들어 진 것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해방 후 정비를 하였다하였지만 그걸 만든 사람 또한 일제 시대에 일제의 입장을 대변하였던 선생들이 만든 것인 만큼 당시에 때가 묻지 않았다고 이야기 할 처지는 아닌 것 같다.

 

특히 우리 교훈의 면면을 살펴보면 겉으로는 그럴싸하나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을 보았을 때 일본 잔재가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제 당시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명분을 그럴싸하게 하면서 조선인을 억압하고 통제하여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을 것인가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고 본다.

대 놓고 그런 짓거리는 할 수 없는 처지에서 교묘하게 교훈을 통하여 자신들의 발밑에서 설설 기도록 만들었을 개연성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교훈에서 정직부터 살펴보자.

정직의 이면에는 일본에 수탈할 물건을 정직하게 기록해서 빠짐없이 보내라는 고약한 메지지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쥐뿔도 없는 놈이 정직해 봐야 뭣을 가지고 정직을 하겠는가?

다분히 타인을 억압하고 통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의 단어로 정직을 선택한지 모른다.

정직의 이면에는 정직하지 못한 놈이라는 굴레를 은근히 뒤집어 씌워놓은 듯 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근면이다.

물론 잘 살자면 근면해야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메시지보다는 이 또한 일본인들이 한국인이 노동수탈을 하기 위한 구실로 그런 구호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겸손이다.

겸손은 뭔가 있는 자가 없는 자 앞에서 내 세우는 미덕이라 본다.

쥐뿔도 없는 놈이 겸손하다면 이것은 비굴이라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국 일본인 앞에 비굴할 정도의 인식을 가지고 살라는 무언의 압력인지도 모른다.

 

우리 모교의 교훈인 정직, 근면, 겸손이 과연 이시대의 트렌드와 맞느냐에 대해서 이제는 심도 높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근대사 중에서도 유신시대나 군사문화시대에는 위 세 가지 이슈가 그럴싸하게 먹혀 들어갔을 것이다.

국민을 통제와 억압의 대상으로 삼았던 유신, 군사문화시절에는 통치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보다 더 좋은 교훈은 없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이렇게 변화된 시대에 우리 모교 교훈이 과연 변화된 시대에 걸맞는 캐치프레이즈냐에 대해서는 이론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된다.

공맹자 시절이나 일제 잔재시대, 유신이나 군사문화시대에나 걸맞는 교훈을 가지고 미래의 인재를 만들겠다는 것이 과연 바른 생각인가에 대해서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정직, 근면, 겸손이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는 구호는 아닌 것 같은 것이 나만의 생각인지?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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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락님의 댓글

해오락 작성일

  좋은 생각의 발상이라고 봅니다. 교명이 바뀌면 당연히 교훈도 굴로벌 시대
 걸 맞는 것으로 변혁해야 되지 않을까요?  마누라 빼고 다 바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