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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 풍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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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20-03-30 09:03 댓글 0건 조회 7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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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뚝 풍년

 

봄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아니 격하게 다가온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글을 쓰는 순간 나의 곁에 바싹 다가와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지난 겨울은 비교적 따뜻했던 관계로 예년보다 일찍 찾아 온 봄으로 인하여 농경생활의 리듬이 좀 빨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지방은 주로 산간을 끼고 있기에 예전부터 다랑논이 많이 보인다.

주식이 쌀이 되다보니 벼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이 조금이라도 허락되면 죄다 논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평지에 논이던 다랑논이건 간에 봄이 되면 할 일들이 엄청 많아진다.

논은 성격상 물을 가두어두어야 하기에 논둑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논둑의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논농사의 성패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겨울을 지난 논들의 논둑은 대부분 헤식해져 있다.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논둑 자체가 엄청 약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가을 겆이가 끝나고 난 다음부터 두더지나 쥐가 굴을 뚫어서 기껏 만들어 놓은 논둑에 구멍을 내기가 일수인 것이다.

이렇게 훼손된 논에 물을 아무리 대 본들 물이 고여 있을 리 없는 것이다.

 

가래질을 하기 전에 논둑의 정비부터 먼저 들어가야 한다.

특히 경사가 진 곳에 다랑논을 일구어 놓은 경우에 논둑정비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마른 땅이라면 모르지만 항상 물이 차 있는 흙을 가지고 둑을 만든다는 자체가 용이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악 조건을 견딜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우리 선조들은 무진장 많은 노력과 함께 머리를 써서 대처했다고 본다.

 

좀해서 논두렁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방법은 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식이 있긴 한데 여기에는 쌓을 적당한 돌이 제공되어야 하는 전제조건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할 수 없이 다른 방법을 강구하여 논두렁을 보강시켜야 하는데 이 작업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개샘이라도 나서 항상 물이 찔찔 솟아나는 모래땅의 논둑 정비는 난공사 중에 난공사가 된다.

 

그렇다고 정비를 하지 않으면 죄다 무너져 농사 자체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어떤 방법을 강구하던 간에 신경을 많이 안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지금 같으면 비닐이나 부직포가 발달하여 그것을 뒤집어 씌우고 작업을 하면 되겠지만 옛날에 그런 물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보면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조상들은 그런 악조건을 견딜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말뚝이라는 좋은 도구를 고안해 낸 것이다.

이 말뚝도 그냥 아무 나무나 베어서 만드는 게 아니라 좀해서 썪지 않는 성질의 재료를 사용하게 된다.

그 대표적 나무가 소나무인 것이다.

굵은 소나무는 논두렁 근간이 되는 곳에 박고 가는 소나무는 세세한 부분에 박아서 사용하게 된다.

 

논농사에 있어서 말뚝은 없어서는 안 될 아주 귀중한 농자재로 자리매김 되었으나 세월이 변하면서 그 자리도 다른 소재에게 내 주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장비의 발달로 인하여 인력소모가 크지 않은 방향으로 재정비되었다고 본다.

그래도 논두렁 정비작업은 논농사에서 상당히 골 아픈 일 중 하나임은 틀림없을 것이다.

 

우리지역에 때 아닌 말뚝 풍년이 벌어지고 있다.

말뚝의 난립으로 인하여 남모를 고민을 하는 사람도 없지 않으리라 본다.

말뚝을 찾는 사람이 있는 이상 말뚝 없어질 날은 없겠지만, 시대와 세월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너무 안변하는게 우리지역의 정서가 아닐까 싶다.

아직까지 과거 고정관념의 말뚝 가치가 변치 않는다는 것은 이 시대의 트랜드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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