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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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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20-03-06 11:22 댓글 0건 조회 74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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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보지 않은 길

쥐구멍에서 쥐가 드나드는 일은 적어도 쥐에 있어서만큼은 가장 수월한 일인지도 모른다.

긴급한 상황이 와도 쥐구멍, 먹이를 실컷 먹고 휴식을 취해도 쥐구멍, 잠자리에 들어도 쥐구멍만 찾으면 매사가 해결된다.

요는 쥐구멍을 만들기 까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번 만들어진 쥐구멍은 만든 쥐에게도 유용하게 쓰이겠지만 그 다음 생을 살아가는 쥐에게도 요긴한 안식처가 되리라 본다.

 

대한민국에 3월초는 삼일절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2일부터는 모든 학교가 일제히 개학을 맞이하면서 신학기가 시작된다.

입학식도 그 시기에 이루어짐으로서 한 해의 교육에 출발은 32일부터라 해도 과언인 아니다.

31일이 개학과 입학이라는 제도를 만든 것은 앞에서 쥐구멍 이야기를 했듯이 누군가가 파 놓은 구덩이다.

 

올해는 그 구덩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입학과 개학이 이루어져야 할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은 적막강산이다.

가장 바쁘고 분주하고 설레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공간이 그 반대의 상황으로 돌변한 것이다.

 

누구도 이런 길을 가 본 적 없는 전인미답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가슴 설레게 입학해야 할 신입생들도 어떻게 해야 할는지 잘 모르고 있다.

한 학년씩 올라가면서 새 학기를 맞아야 할 아이들 또한 어떻게 해야 할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아이들을 두고 있는 학부모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학교를 통하여 일어나는 일들의 시계가 멈추어져 버린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다면 그 전례를 보고 좀 더 현명한 대처를 할 수 있을 터인데 지금은 그럴 처지가 아닌 것 같다.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책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많이 있을 줄 안다.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은 사람이 많이 모여서 하는 일은 일체 허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칫 많이 모이다 보면 일시에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기에 이를 피하기 위한 좋은 수단으로 격리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일상사를 접어둘 수 도 없는 문제이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살아가야 할는지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본다.

빨리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종식되길 바라는 마음 이외에는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얼음장 밑에서도 때가 되면 봄기운이 올라오듯 조용한 학교 현장에서도 미루어진 개학과 입학을 위한 일들이 준비되고 있을 것이다.

3주 동안 늦추어졌던 학사일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 가에도 많은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학교로 가야할 학생들이 집에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돌봄 같은 경우에도 어려움이 많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진다.

 

학사 일정이 3주정도 순연이 되고 있다.

올해처럼 날짜의 아귀가 맞지 않게 돌아갔던 적이 없었기에 차후에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는지는 미지의 부분이 많다고 본다.

일단 시간의 기본 틀이 어긋나 있기에 이런 문제를 어떻게 조화롭게 풀어갈 것인가가 난제인 것이다.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게 수월치 않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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