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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축구 성공비결 '흐름을 읽고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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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남=연합뉴스 작성일 2006-05-04 19:54 댓글 0건 조회 1,5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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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05.04 08:31 43'


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김학범(46) 감독은 3일 인터뷰 도중 국제전화를 받았다. 호주 프로팀 퀸즐랜드 로어에서 코치로 일하는 ’K-리그 철인’ 신태용(36)의 목소리였다.
13시즌 동안 401경기를 뛴 친정 팀 성남이 전기리그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듣고 스승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김학범 감독의 대답은 우승 직후 소감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야! 태용아, 우리 팀이 잘해서가 아니라 다른 팀이 못한 거야”

국가대표팀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채 아마추어팀 국민은행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지만 프로팀 사령탑으로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는 김학범 감독의 지도력에 축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의 지도철학은 평범한 듯 하지만 독특한 구석이 있다. 김 감독은 한가지 예를 들었다.

“프로 선수가 조기 축구회에 갔다고 가정을 해보자. 전혀 힘들이지 않고 볼을 툭툭 차면서 모든 걸 할 수 있다. 왜 그럴 수 있을까”

답은 기술이 뛰어나서도, 체력이 좋아서도 아니다. 경기의 흐름을 읽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지도 철학에 대한 강의는 계속됐다.

“죽으라고 뛰면 힘만 들지 그렇다고 경기가 풀리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일단 흐름을 읽으면 플레이가 수월해지고 재미있어진다. 그리곤 경기 자체를 즐기다보면 자연스럽게 풀린다. 그러면 어떻게 흐름을 읽느냐. 그건 감독이 하는 일이 아니다. 철저하게 선수들의 몫이다”

감독의 역할은 빌딩을 지을 때 골조를 세우는 것 뿐이라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다. 인플레이 상태에서는 수십만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는데 선수가 모든 걸 감독의 지시대로 수행하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게 축구란 뜻이다.

성남 숙소에서는 감독도, 코치도, 선수도 예외없이 매일 서너개씩 경기 비디오를 본다. 눈이 아플 정도로 쳐다보면 길이 보인다는 게 바로 답이다.

김 감독은 3년 전부터 ’패싱 게임’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사람이 축구공보다 빠를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 때문이란다.

“뛰어다니는 것보다 패스를 하면 힘이 덜 들게 마련이다. 전개 속도도 빨라진다. 그런데 왜 뛰어다니느냐. 당연히 패스를 해야지”

성남 선수들은 훈련 시간의 90%를 패스와 트래핑 연습으로만 소화한다고 한다. 다른 팀 코칭스태프가 보면 ’프로팀에서 기초만 가르치느냐’며 웃을 법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 감독의 신념은 단호하다.

“웬만한 선수는 1∼2초에 7∼12m를 뛴다. 1∼2초가 빠르냐, 늦느냐에 따라 모든 게 결정된다. 우리 선수들에게 트래핑 훈련을 시키는 건 이 점 때문이다”

’공부하는 감독’, ’K-리그 최고의 분석통’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고 하자 자신의 ’교수법’은 복잡한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첫째 즐겨라, 둘째 패스하라, 셋째 빨리 반응하라’

사실 이것뿐이지만 말로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게 축구라는 얘기도 했다.

3일 오후 성남의 홈 구장인 분당 탄천종합운동장. 성남 선수들이 세 파트로 나뉘어 볼 뺏기 훈련을 했다. 두 조가 볼을 돌리고 한 조가 볼을 빼앗는 패스 게임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볼을 뺏는 술래가 누구인지 선수들이 계속 헷갈려 한다. 볼을 빼앗아 놓고도 다시 엉뚱한 조에 패스해서 스스로 술래가 되기도 한다.

김 감독은 “의도적으로 선수들에게 혼동이 오게끔 하는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그렇게 해야만 흐름을 생각한다. 생각하지 않으면 그 다음 흐름을 내다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남은 지난 해 후기리그와 올해 전기리그에서 연속 우승했다. 김 감독의 트레이닝복에는 통합우승을 의미하는 별이 여섯 개다. 이 가운데 3개를 전임 차경복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로서 일궈냈다.

일곱 번째 별을 달면 순전히 자기 몫이 된다. 그렇지만 김 감독의 대답은 늘 한결같다.

“볼은 선수들이 차는 거지 내가 차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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