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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여고 교훈 교체를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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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여고 교훈 교체를 바라보면서
줏대없이 남 따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검증을 해야 하는 일에서는 남 따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창의적이고 선도적이면서 선구자적인 일에서는 남 따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라 본다.
세상을 제대로 바뀌게 한 사람은 남보다 생각이나 행동이 한 발짝 앞선 사람들일 것이다.
남 뒤에 따라가다 보면 만년 2인자 자리에서 벗어날 날 없으리라 본다.
오늘(2020.7.3.)자 강원일보 기사 중에서 일부를 인용해 본다.
“강릉여고가 개교 80주년을 맞아 새로운 교훈을 제정하고 2일 교정에서 새 교훈 선포식 및 교훈비 제막식을 가졌다.
1940년 개교한 강릉여고는 지난 80년간 '순결, 협화, 근면'을 교훈으로 삼아 왔다. 새 시대를 맞아 교훈을 바꾸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동문과 재학생, 교육공동체가 의견을 모아 '자유롭게 꿈꾸고 자주적으로 배우며 창의적으로 미래를 가꾸자'를 새로운 교훈으로 정했다.”
우리 모교의 교훈도 손 볼 때가 된 것이 아니라 지났다고 본다.
일제잔재의 땟국물이 묻은 교훈을 아직까지 쓰고 있다는 자체가 썩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 본다.
물론 당시에 학교를 나오신 분들은 그 교훈에 대해서 애착이 많이 가리라 보지만, 사회와 시대가 변해도 너무나 많이 변해있는 시점에 온 것이다.
유서가 깊은 교훈을 바꿀 수 없다면 교명도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명을 바꿀 정도가 되면 교훈은 당연히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소위말해 간판만 바뀌고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은 그대로 둔다면 그야말로 껍질만 바뀌어 버린 식으로 되어 버리는 것이다.
우리 모교의 교훈인 正直, 勤勉 , 謙遜이 과연 이 시대와 맞는 것인지 냉정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우리의 교훈인 3가지 덕목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나 졸업생들에게 얼마나 다가가는 이야기인지 생각을 해 보자는 이야기다.
우리의 교훈인 3가지 덕목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얼마나 소금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분석도 필요하리라 본다.
포괄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의 교훈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덕목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덕목을 추종하다보면 이 사회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라 마치 조선이나 구한말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으로 고착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교훈자체가 일제의 잔재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모교가 개교할 때 교훈은 아니라고 하지만 현재 쓰고 있는 교훈도 일제 잔재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우리라 본다.
正直, 勤勉 , 謙遜이 넘치는 인재가 과연 이 시대를 리드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짚어보자.
전에 모 대통령이 자기네 가훈이 ‘正直 ’이라고 자랑삼아 이야기한 것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이 퇴임 후 한때에는 영어의 몸이 되었던 적도 있다.
구호만 요란스러우면 뭣하겠냐는 것이다.
우리의 교훈은 일제 치하에서 그들이 한국인을 달달 볶을 수 있는 명분을 찾기 위한 방책의 슬로건처럼 보인다.
正直(순진하게), 勤勉(열심히 일만 하고), 謙遜(그저 굽신굽신 하는)을 아무리 좋게 해석하고 싶어도 괄호 안에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힘든 문구라 본다.
이런 구태의연한 캐치프레지를 가지고 날아가는 이 시대에 걸맞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지 동문 여러분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다.
결국 우리 교훈의 근본 내용은 성현군자가 되어야 실현할 수 있는 고차원의 이상향인데, 실제 우리 현실에서는 쪼다 같은 인간을 만드는 구호로 밖에 인식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시대와 사회가 변했다.
변해도 너무나 깊게 또 많이 변했고 앞으로도 더 변할 것이라 본다.
이에 발맞춰 옆집이나 앞집도 알아서 변하고 있다.
맨 먼저 변해야할 종갓집은 아직도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는 종가집이 추앙을 받았지만 이제는 그 종가집이 명절 때 잠깐 관심을 받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전통도 좋지만 그 전통도 가치와 의미가 이 시대에 맞아야 환영을 받는 시대에 온 것이다.
필자가 봤을 때 교훈을 바꾸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교명도 바꿔야 한다고 본다.
“중앙고”가 우리와 무슨 의미와 연관이 있냐는 것이다.
중앙고의 정체성이 도대체 뭣이냐에 대해서 시원스럽게 답변해 줄 동문 있으신지.
억지로 의미를 찾는다면 우리학교 주변에 빼곡히 둘러차 있는 아파트 정 중앙에 모교가 있다는 것이 모교 교명과 매치가 되는 단초일성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모교의 교명은 남의 바지를 입고 있는 듯 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영업이 제대로 되자면 간판이 좋아야 하는데, 최근에 간판을 바꿨다는 것도 일제 잔재가 그대로 묻어 있는 것을 또 사용하는 현실이 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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