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特輯 - 누가,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미치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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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의 도가니, 아니다 부글 부글 쇳물이 끓어 오르는 용광로 속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강릉제일고와 강릉농공고의 일전이 벌어지는 강릉종합경기장 그곳은 동해바다 거센 파도처럼 일렁이는 열광과 함성, 기개가 한데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우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 멋진 한마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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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교 기수대의 사열을 받으며 선수입장 |
30년을 이어져 온 농일전, 일농전은 붉고 푸른 환희의 쓰나미를 만들어 내며 요동치고 휘몰아 갔다.
그냥 말이 좋아 구도 강릉이 아니다. 누구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이 장엄한 이벤트에는 80년의 축구역사를 가진 전통과 문화의 도시 강릉의 힘의 원천이며 강릉인의 저력이 묻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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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장을 가득메운 양교 응원단, 극성이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
마력처럼 누가 오라고 손짓하지 않아도 걸음 걸음 모여든 인파가 2만여명, 거리는 택시 마져 끊긴 정적의 도시로 변하고 시끌벅절 해야 할 시장은 한산하다. 시민 모두의 눈과 귀가 종합운동장에 집결해 있다.
어찌 그뿐이랴 , 전국 경향각지에서 이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동문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모처럼 고국을 방문한 어떤 교포동문은 이경기를 보고가기 위해 비행기표를 바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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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경기에서 만큼은 동창회장이 국회의원보다 의전상 서열이 높다.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필드로 나가는 권태원 강릉농공고 동창회장 뒷편에 이번 5.31 지선을 통해 석달 열흘을 굶어도 배고픔을 모를 개선장군 심재엽 국회의원이 서운한 듯 서 있다) |
이번 게임은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되어 경기 한 달여 전 부터 회자되기 시작한다.
숱하게 치뤄지는 대통령배니 장관배니 전국체육대회니 하는 것은 이 게임을 치르기 위한 오픈게임에 불과할지 모른다. 대회의 규모를 떠나 적어도 관중수와 관심도면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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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상 게임에 들어가면 한치의 양보도 없다. 모교에게 영광을 돌리기 위한 몰입이 있을 뿐이다. |
이 경기에 이겨야 비로소 진정한 한해의 승자며 이경기를 봐야 일년 경기를 다 보는 것이다.
구름 한점 없는 6월의 쪽빛 하늘과 잘 다듬어진 푸르고 푸른 잔디, 그리고 고집스럽게 수십년을 전통으로 이어져 온 붉은 줄무늬 유니폼과 푸른 줄무늬 유니폼의 양교 전사들...이 곳에서 야생마처럼 치고 달리던 선수들이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3명이나 뛴다는 것이 그냥 얻어진 과실이 아님을 비로소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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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교의 악대와 응원소품들의 입장 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
양교의 동문이 아니더라도 입장권을 사 들면서부터 가슴을 쿵쿵 뛰게 만드는 게임이 이 게임이다. 과거 7, 80년대 연고전이나 육.해.공 사관학교의 체육대회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에 못지 않은 빅 매치가 있으니 바로 강릉의 농일전이라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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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교의 화려하고 기발한 카드섹션, 이 경기장에 들어오면 눈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
6,70년대에는 게임이 끝나면 의례적으로 발생하던 장외결투(?)가 정부의 국지적 긴급조치로 이어질 만큼 이 대결은 빅매치 중 빅매치였으나 이제는 관전문화도 달라지고 양교 선배, 동문들이 성숙된 자세로 사전 조율하고 협조하고 협력하며 한판 멋진 맞수대결을 준비하고 펼쳐 낸다.
축구게임에 못지 않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양교 재학생과 동문들의 응원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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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무엇이 우리들을 이토록 미치게 만드는가!! |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양교 재학생들의 응원전은 현란하고 화려하고 멋지며 관중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간다. 강릉제일고의 용과 강릉농공고의 호랑이는 푸른 잔디밭 언저리를 돌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보호하며 강릉인들의 수호신으로 힘찬 콧김과 우렁찬 포효를 토해낸다.
그 누군들 남에 일처럼 여길 수 없도록 만드는 농일전의 마력이 여기에 있다. 이 게임을 보면서 외지인들은 "왜 다들 강릉을 축구도시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고 비로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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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선집중, 오늘의 승자는 누구? |
팽팽한 긴장감속에서도 '경기장이 날아가라' 하고 터져 나오는 양교 응원단의 환호성과 팡파레, 그리고 서로에게 보내는 힘찬 박수갈채.
선수들은 어느 전국대회에서도 발휘할 수 없는 투혼을 불사른다.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골문을 향해 비상하던 볼이 비껴가면 탄식의 소리, 골이 들어 가면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낼 듯 미치도록 내지르는 환호,
더욱 놀라게 하는 일은 또 있다. 강릉농공고의 'gnng 중계팀'은 경기내용을 인터넷 소리방송으로 중계를하고 강릉제일고도 시시각각 동문 홈페이지를 통해 문자방송을 한다.
또 하나 진기한 일은 축구심판들이 수당을 얼마를 더 얹어주든 상관없이 심판을 서로 안보려고 하는 게임이 라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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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 아마츄어 할것없이 취재경재 또한 불이 붙는다. |
이날 경기에서는 전반 20분 강릉농공고의 이상균 선수가 넣은 절묘한 슛이 골문을 가르면서 1 : 0으로강릉농공고의 승리로 끝났다.
양교 선의의 경쟁 못지 않게 22전 5승13무4패를 기록하며 강릉농공고가 1승만을 더 올리고 있을 만큼 팽팽한 역대 전적.
더러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을 관중들이 물병을 그라운드에 집어던지지만 그것 역시 그 만큼 모교를 사랑하고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때문이라고 가벼운 해프닝으로 웃어 넘긴다.
선수들은 지친 기색도 없이 게임이 끝나기 무섭게 양교의 응원단에 서로 찾아가 인사를 하며 '영원한 맞수, 아름다운 우정'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 순간, 강릉의 축구,강원도의 축구, 그리고 대한민국의 축구를 견인해온 양교의 한판 승부는 이로서 모두가 승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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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연막쑈, 높이 오를수록 하나가 된다. |
게임에서 진팀의 서운함도 잠시, 이렇게 감동과 환희의 한편 드라마는 막을 내리고 , 관중 들은 내남없이 주변의 쓰레기를 정리하고 아쉽기만한 자리를 뜬다.
이제 이 곳 강릉종합경기장을 거쳐 간 이을룡, 설기현, 정경호 선수가 이번 독일드컵에서 강릉과 강원도와 대.한.민.국의 영예를 걸고 활약을 하게 된다.
우리 모두 그들의 선전과 승리를 위해 맘껏 소리 높여 응원을 할 차례다.
<사진 : 강릉/ 강태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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