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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일기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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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량마눌
작성일 2006-07-0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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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4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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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안에 들어서자마자 침상 밑에 있던 차트를 확인 후
이름을 확인하더군요.
"ㅇㅇㅇ임 맞습니까?” 묻길 레
“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저쪽에서 수술 을 돕는 간호원의 짜증 섞인 말이
제 귀에 들려 왔습니다.
“뭐야~ 지금이 몇 시인데 아직도 남았어?”
시계를 들여다보며 불안해하는 모습 때문에
오히려 제 자신이 불안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목숨을 맡겨 놓고 처분만 바라는 입장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마음은 몹시 불쾌하였습니다.
이곳에서 근무하며 아무리 감정이 무뎌졌다고 해도
불안해 하는 환자 앞에서 멀쩡한 자신들의 시간때문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간호원들의 태도가 마음에 걸린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의사: “혈액형이 뭡니까?”
환자: "o 형인데요.”
의사: “가족 중에 혹시 유방암 환자가 있었나요?”
환자: “아니요.”
의사: “약에 의한 부작용이 혹시 어떤 것이 있나요?”
환자: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의사: “언제요?”
환자: “1986년도에 왼쪽 가슴에 유방암인 줄 알고 수술했는데
결과가 섬유선종으로 밝혀졌었습니다.
그 때 마취에서 못 깨어났었습니다.” 하며
머리맡에 의사에게 참고 하시라고 써 놓은 편지를 드렸습니다.
말로 해도 알아들으시겠지만
제가 잊어버리고 하지 못하는 말이 있을까 봐 궂이 편지를 썼습니다.
의사는 바로 제 옆에서 읽어 보시더니
“흠! 그래요.”
“염려하지 마시고 마음 푹 놓으세요.”
“이곳 마취 과장님이 참 섬세하시거든요.”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수술실안의 수술 방은 몇 개로 나뉘어져 계속 수술을 진행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주머니! 숨을 크게 쉬어 보세요.”
“자~ 아 크게 들이 마시고 다음 내 뱉고 잘 하셨어요.”
“잠깐 자고 일어나면 끝날 것이니 불안해하지 마세요.”
천정의 불빛이 눈이 부시게 환했습니다.
여러 개의 조명이 눈앞에 비춰져 현기증까지 일어났습니다.
파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링거액에 주사를 놓았습니다.
혈관을 타고 들어오는 주사액이 온 몸에 기운을 빼는 듯 하더니만
그 다음은 의식이 없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비몽사몽 정신이 없고 혼미한 것을 느끼면서 눈을 뜨려 해도
도저히 눈이 떠지지 않았습니다.
“아주머니! 자 눈 좀 떠 보세요.”
아련히 들려오기는 하는데 눈은 뜰 수가 없었습니다.
웅성웅성 들리는 소리와 무엇엔가 밀려가는 듯한데
갑자기 심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아이 어깨야~ 내 어깨가 빠져 있는 것 같아.”
“아~ 아파~ ”
“나 암이 맞았나 봐. 림프절 까지 수술했나봐.”
무의식중에 중얼 거렸나봅니다.
침상을 밀며 도와주시는 아저씨가 이런 말을 하시더랍니다.
“어떻게 환자가 의사보다 더 잘 알고 있네.”
라고요.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는데 자꾸
“어깨가 빠질 것 같다.”고 호소하여
무통 주사를 연결한 주머니를 확인 해 보니
기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었답니다.
안타까운 보호자가 간호원들을 재촉하니 연결을 했지만
기계가 고장이었나 봅니다.
급한 대로 링거에 진통제를 주사하고도 효과가 없어
새로운 무통 주사를 연결 하였습니다.
“아~유~ 고생했다.”
“엄마! 나에요.”
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그래도 눈을 뜨기가 어려웠습니다.
입이 타들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물~ 물 좀~”
계속 물을 줄 것을 요구했지만
수술 후 물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은 다 아는 상식이었지요.
마취약 냄새가 자신에게도 느껴지는데
자꾸 기침을 끓어 올려 뱉으라 하였지만 따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 후
정신이 돌아 왔습니다.
그렇게 깨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깨어난 후 보호자에게 들어 보니
수술실에 들여보낸 후 전광판에 이름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는데
몇 시간째 수술 중으로 뜨더랍니다.
저보다 늦게 들어간 환자는 하나 둘씩 나오고 있는데
저는 수술실 중이라고 전광판에 계속 더 있고 회복실로 넘어가지 않고 있기에
분명 무엇인가 잘못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답니다.
또한 수술도중 의사가 나오시더니
보호자에게 의견을 물어 오시더랍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유방을 다 절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남겨 놓을까요?”
만의 하나 암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실오라기 같은 가족들의 희망사항 이였는데
이게 또 무슨 말인가 싶어 의사 선생님께 되물었답니다.
“선생님 소견으로는 어떻겠습니까?” 하고 여쭈었더니
“나이로 보아 또는 환자가 깨어나서 받을 충격으로 생각하면,
살려 두는 것도 좋을 듯싶은데 아직 나이도 있고.......”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네. 그럼 그렇게 해 주세요.”
“제발 잘 부탁드립니다.”하고
보호자들은 모두 일어나 몇 번이고 인사를 했답니다.
그리고 다시 수술실로 들어 가셨는데
환자마저 회복실로 넘겨지지 않고 계속 수술 중으로
전광판에 떠 있으니 보호자들이 얼마나 놀랐었겠습니까?
저 역시 가족들을 수술실에 들여보내 놓고
기다리는 입장이 되어보았었기에 절절했던 그 마음 이해가 갑니다.
환자(제)가 의식이 돌아와서 물을 찾으니
따뜻한 물을 조금씩 주라 하더군요.
다른 수술과 달리 장기를 열은 것이 아니어서
궂이 가스가 나오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무관하다 하기에
빨리 목을 축일 수 있어 마취에서 깨어나는데 한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한 수술은 림프절의 전이를 막기 위해 액화 림프 절을 제거를 했답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겨드랑이에
유방하고 연결 되는 모든 신경관들을 제거를 했답니다.
그래서 어깨가 그렇게 떨어져 나가도록 통증을 느꼈던 것입니다.
수술 첫날밤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날이 밝아 왔습니다.
아침부터 의사와 인턴들 여러분이 우르르 병실을 찾아 오셨습니다.
“아줌마 수술하기 참 어려웠어.”
“처음에 멍울이 두어 개 되는 줄 알았는데, 열어 보니
유두와 밀접한 곳에 또 여러 개의 멍울이 발견 되었어요.”
“가족들과의 약속이기에 유방을 살리며 수술하느라 좀 애 먹었어.”
“자 일단 쉬어요.”
어깨를 툭 치며 환자를 안심시켰습니다.
보호자들은 우르르 나가는 의료진들을 향하여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고맙습니다.”를 외치며 인사를 하였습니다.
이제 치료 과정이 남았는데
유방 안에 얇은 관 두 개를 넣어 피 골음을 빼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몇 cc의 양이 나오는 가 소변 량과 같이 체크하라 하더군요.
수술하느라 후벼 놓은 유방의 통증과 겨드랑이의 통증을 가라앉히느라
항생제에 더 이상의 전이를 막기 위해 항암제 투여가 계속 되었고
기존에 먹고 있는 약까지 합쳐지니
이제부터 고통과 약과의 전쟁이 시작 되었습니다.
밥은 제대로 먹지 못하는데 독한 약과의 씨름이니
그 속인들 견뎌 내기 쉬웠겠습니까?
남들은 일어나 식사도 잘 하는데
저는 혈압이 자꾸 떨어져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고 누워만 있으니
함께 수술했던 환자들이 안타까워 한 마디씩 하더군요.
“일어나요. 일어나서 식사를 해야 약 먹고 견디지요.”
동변상련의 마음이 묻어나는 한 마디였습니다.
그러나
혈압은 점점 떨어져 간호원들이 달려오고
베게를 빼 놓으며 혈압과 체온을 수시로 체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를 떠올리니 지금 이 시간에도 현기증이 느껴집니다.
결국
의사의 처방으로 무통 주사 연결한 것을 제거해 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다른 진통제로 조치를 취할 것이니 이것은 뺍시다.”
무통 주사에 아편 같은 성분이 있어 혈압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충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시간대로 고통스러우면 계속해서 진통제를 놓고
저의 온 몸이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아들 녀석이 귀대를 해야 하는데
엄마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도저히 갈 수가 없다며 포대장님께 전화를 하더군요.
3박4일로 휴가를 나왔는데 나머지의 휴가를 당겨서 다 쓰겠다고요.
녀석의 아버지가 출근을 한 후에 녀석은 땀을 흘리며 뛰어 다니면서
보호자가 뜸하게 방문하고 계시는
위암 수술을 하신 할머님의 병수발마저 도맡아 하는 모습에
병실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아들 하나만 낳고 딸도 없어 걱정이 많았었는데
딸 몫까지 해 내는 녀석의 모습이 정말 대견스러웠습니다.
얼마나 섬세한지 조금만 불편하면 자연스럽게 녀석의 이름을 부르게 되더라고요.
만지기도 꺼림직 한 피 골음이 나오는 튜브도 정확히 체크하고
정말 나무랄 때가 없어 병원의 환자들이 사위 삼고 싶다고 들 하시더라고요.
칭찬이 너무 심했나요?
하지만 그 때 저에게 비춰졌었던 녀석의 자상한 모습이었습니다.
아직도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제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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