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자유 게시판

횡재의 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야부리 작성일 2006-07-20 19:25 댓글 0건 조회 1,181회

본문

"아니, 뭘 좋아 하시냐고요?"
사발깨지는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아마도 몇차례 물었었나보다...
말투는 아마도 공연히 남의 분위기만 깨면서
묻는 말도 못 알아 듣는 것이야? 정도의 내용이라
퉁명스럽기까지 했다.
죄진것도 없는데 엉겹결에 튀어나온 말은;
"찐빵요"
그 순간 나는 성남동 시장골목안에 자리잡은 찐빵집에서
풍겨나오는 술약섞인 찐빵의 냄새를 연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바탕 촌티로 진땀을 흘리고 결국 나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나는
슈크림이 들어있는 고급빵을 찐빵대신 먹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제과점에서의 시간은 정말 지루했지만 두 사람의 수다는 끝을 맺지
못하고 있었다.
장시간의 고문끝에 결국은 제과점에서 벗어나는 행운을 잡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극장을 가겠다고 한다.
"xx야, 나는 극장앞에서 적당히 시간보내며 기다릴테니 둘이 보고 나와라."
차라리 둘만의 시간을 주고 그 분위기에 섞이지 않는것이 훨씬 낳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내용이 어떻게 전달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그 말이 씨가되어 나에게
뜻하지 않은 크나큰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아낙의 주선으로 극장앞에서 나는 생면부지의 어떤 여학생과 인사를 나누는
일생일대의 큰 행사를 치루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아낙이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이 좀 더 이쁘게 생겼던가, 아니면 불러낸 친구가 좀 덜 생겼던지 둘 중에
하나였어야 하는데 일을 거꾸로 했던게 아닌가.
그 시간 이후, 나는 그 친구의 얼굴이 여러차례 찌그러졌던걸 아직도 기억한다.
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나는 또 다른 죄인의 모습으로 그 친구를 대해야 했다.

"야, 안죽도 극장앞에서 기다릴래?"
그 소리가 마치 나에게는 "파트너를 바꾸는게 어때?" 정도의 압박으로 들려왔다.
나는 대답대신 우리일당 네명의 표를 잽싸게 구입하는 센스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면서 속으로 이렇게 말했지.
"그건 좀 힘들게 생겼다, 친구야"

극장에서 나오자 이제 곧 막차가 끊어질 시간이 다 되었다.
거리도 많이 조용해 졌고 불어오는 겨울바람은 더욱 한기를 느끼게 했다.
포장마차에서 우동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나는 아쉬운 인사와 함께 또 다시
외톨이 신세로 친구아낙의 자취방 한쪽 귀퉁이에서 쭈그리고 자야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을려고....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