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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첫키스 - 제5화 -------------------------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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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야부리 작성일 2006-07-27 08:47 댓글 0건 조회 1,2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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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오늘 왜이래? 미쳤어, 미쳤어~. 정신을 좀 차려봐, 기집애야.
왠 이기지도 못할 술은 마시고 난리야..."

"내가 먹고싶어 먹었는줄 아니? 아이구~"

부엌에서는 틀어놓은 수돗물소리와 두 아낙의 알수없는 투정섞인 말이
서로 뒤섞여 그들만의 심각한 문제를 놓고 한바탕 수선을 떨고 있었다.

"야, 쟈들 왜 그래나?"
똥마린 똥강아지처럼 엉거주춤 어쩔줄 모르는 친구에게 물었다.

"낸들 아나, 왠넘의 못먹는 술은..제기!"

"야, 술좀 더 없나?"
벌써 여러차례 답을 들었으나 괜한소리로 또 묻고 있었다.

"내가 괜히 술은 사 가지고 와서...에이!"
내겐 아직 식도에도 닿지않은 술을 가지고 탓하고 있는 넘에게 더 이상의 말은
불필요함을 알았다.
목마른넘이 우물판다고 그렇다면 내가 사다 마시는 수 밖에...
바깥을 나가려면 쪽문처럼 생긴 부엌으로 나가는 문을 통해야 되는데
문지방을 넘자 벌어진 사태는 꼴이 꼴이 아니었다.

"아이구, 술 잘드시는 술꾼 아저씨! 왠일이셩~"
마치 꽈배기를 꼬듯하는 그 아낙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듯 그렇게 보였다.
뭐라고 떠들어도 지금 이 순간 나의 머릿속에는 속이 꽉 찬 술만이 있을뿐이었다.

여러시간을 퍼부운 눈은 대문을 열기조차 힘들정도로 많이 쌓였다.
갑작스레 나오느라 대충신고 나온 슬리퍼는 발바닥만 땅에 안닿을뿐...
정신이 버쩍들면서 술이 깨는듯 했다.
가로등을 가로질러 쏟아지는 함박눈은 인심고약한 서울의 모습을 보는듯 했다.
"이딴데서 왜 살아...?"

눈을밟고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마치 개미집을 향해 달려가는 불개미처럼 보이는 그곳에
조그만 구멍가게가 있었다.
"아이구, 젊은이..안추워? 맨발에 그게뭐야?"

"술이나 둬병 주세요, 쥐포랑요.."

가게문을 나서서 동네로 들어서는 모퉁이를 막 돌자 귀퉁에서 누군가 소리를 친다.
"니가 그렇게 잘났어? 잘났군, 잘났엉..."

술에 감겨 가지런했던 머리는 온데간데없고 갈라진 머리카락 사이로 눈만 삐꿈히 내놓고
쳐다보는 모습이란 마치 월하의 공동묘지를 보는듯 지하에도 저런 화상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여자가 술이 오르긴 올랐네, 웟다대고 반말이야?' 속으로 삭히며 꾸욱 참고 있었다.
술먹은 양으로 따지면 내가 훨씬 더 먹었는데 아무리 술을 똥구멍으로 먹었다고 해도 그렇지…
은근히 열이 치받는다.
술먹은 사람은 개만도 못하다는데 이런걸 두고 하는말인갑다.
술덕분에 받는 면죄부치고는 커도 너무 큰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는건지…라는 생각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느닷없이 비실거리며 목에 달라붙는다.
순간 나는 아낙의 입술에 눌려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게되었고 우리는 눈속에 우뚝선
전봇대에 기대어 오래간 그렇게 서로를 확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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