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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빈상의 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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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울목 작성일 2006-08-28 16:35 댓글 0건 조회 1,42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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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세종 때, 유관이라는 정승이 있었습니다. 어찌나 청렴결백했던지 홍인문 밖에 울타리도 없는 오두막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를 딱하게 여긴 세종이 울타리라도 좀 치고 살라며 권하여도 가난한 백성들을 운운하며 한사코 거절하였습니다. 세종은 결국 관리를 시켜 유관 정승 몰래 갈대발로 울타리를 쳐주라고 명령했을 정도였어요. 허술한 방안까지 다 들여다보여 남이 오히려 민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해 여름이었습니다. 장마가 계속되자 방 안에는 비가 줄줄 새여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빗물이 흥건하여 가재도구가 거의 물에 잠길 지경이었습니다. 정승은 다 찌그러진 삿갓 하나를 챙겨들더니 머리에 쓰고 앉아서 이렇게 말했어요.

“삿갓이 없는 가난한 백성들은 이 빗속에서 어떻게 지낼까”

우리 이웃과 사회, 국가를 경영하는 정치지도자에게 이런 분이 많이 있었으면 정말 살맛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바다이야기를 매일 접할 때면 유관 정승이 더욱더 생각납니다.

유관 정승이 어느 더운 여름 날 어진사람마을(현 양재동) 재뿌리골 부근에서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였습니다.

한 농부가 밭에서 열심히 일하는 말에게 자꾸만 가혹한 채찍질을 가하는 광경을 본 것입니다.

이를 지켜보던 유관 정승은 말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농부에게 "열심히 일하는 말에게 왜 자꾸만 채찍질을 가하는가?"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농부는 자고로 말이란 가혹하게 부려야 다른 생각 먹지 않고 일을 열심히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남의 말(馬)을 놓고 가타부타 언급할 수가 없어 이내 자리를 뜬 유관 정승은 열심히 일하는 말이 불쌍하여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긴 탄식과 함께 한 마디를 내뱉었다고 합니다.
" 아! 施罰勞馬! ( 시벌로마: 일하는 말에게 벌을 주는 것)

훗날 이 말은 후세 사람들에게 이어져 走馬加鞭(주마가편: 달리는 말에게 채찍을 가한다)
과 약간 다르지만 상당히 유사한 의미로 쓰였다 합니다.

마음에 안 들고 화가 날 때 욕이라도 해야 하는데, 이 때 억양을 좀 낫게 하여 유관 정승이 말한 시벌로마(施罰勞馬)라고 하세요. 특히 주의할 점은 상대방을 뻔히 쳐다보면서 너무 강한 억양으로 “ᄊ발놈아”라고 발음하면 상대방이 크게 오해를 하게 되는 잘못된 발음이오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축구에서 오심 판정이 있었다면 그 때는 큰소리로 말해도 무방하답니다.

"에이, ㅆ팔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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