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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의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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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병호 작성일 2006-12-01 07:44 댓글 0건 조회 7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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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의 그리움

그녀와 약속 장소는 가로등 밑이였지요

바로 첫 눈이 내리던 그 날이였어요

가로등의 불빛을받아 삿갓형으로

쏟아지는 눈은 만남을 축복하는듯했어요

이미 머리위엔 하얀 꽃가루 모자를 썻지요

손바닥을 펴고 그위에 떨어지고 있는 눈송아리를

하나 둘 세어보았지만 흥건하게 녹아버린 물방울만

바지가랑에 닦고 또다시 손 벌려 세어보고...

눈을 피하여 다른곳에서 기다릴 수도 있었지만

장소를 어기지 않기위해 고집을 부렸지요

그녀가 나를 보는 순간 깔깔거리며 웃어댔어요

백발의 할아버지가 됐다나요

주머니속에서 손을 말리고 우리는 손을 맞잡았어요

그리고 미끄러지지않게 조심 조심 걸었어요

발길이 딱딱하지않고 쿠션을 느낄수 있어 좋았어요

그러나 우리들의 행적을 감출 수는 없었어요

우리 뒤에는 네개의 발자욱이 또렸하게 남겨졌으니까요

지금은 그날의 첫 눈은 녹아버리고 없어요

하지만 천길이 넘는 그리움속에 빠져들어

오늘밤도 잠 못 이루고 허우적거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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