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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 『아, 테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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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상 반쪽이 된 올 추석의 공허함을 메울 요량으로 TV를 통해 나훈아의 콘서트를 일부러 챙겨 봤다. 왕년의 가황歌皇답게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위해 15년 만에 언택트 스테이지를 마련하고 무보수로 열었다니 무엇보다도 큰 한가위 선물이었던 셈이다.
요즈음 공영 종편할 것 없이 화면을 달구는 트롯에 별 관심이 없는 필자 역시 알람까지 설정하고 보았으니 본방 시청률이 30%전후를 오르내릴 만 하고, 뒷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도 시청률이 18%가 넘었다는 소식이니 가히 그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하겠다.
공연을 시청하는 내내 요즈음 가수들에게서 볼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고 그의 음악에서는 완숙을 넘어 인생에 대한 관조와 그 무게를 풀어내는 방식, 득도한 듯 진중하게 삶을 대하는 자세가 묻어나왔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아무튼 그의 무대는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가을의 녹슨 철길을 걷는 듯 향수를 자극하고 감동을 넘어 숙연함 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했다. 코로나로 고생하는 의료진과 국민들에게 진심어린 위로의 말을 보낸 것까지는 좋았는데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다.” 등의 멘트를 날리면서 정치‘꾼’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가수도 얼마든지 현실정치에 비판적인 발언을 할 수 있다. 그가 한 말이 틀린 것이 아니라 나서지 말아야 할 여야 정치인들이 한치의 고민도 없이 숟가락을 얹어 모처럼 마련한 프로그램의 취지를 반감시켰다는 생각은 편협한 나만의 생각일까. 한건 잡으면 견강부회,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물대기에 나서는 정치인들, '그야 말로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다. 제발 생각없이 문화행사에 함부로 뛰어들어 그 진실한 뜻을 오염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위에서 문화훈장을 상신하겠다고 하자 인생의 무게도 무거운데 왜 또 그 무거운 것을 목에 걸어야 하느냐고 거절했다던 그였기에, 차라리 그를 우리나라 가요계에 큰 족적을 남긴 자유로운 영혼으로 내버려뒀어야 하지 않았을까.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복잡해. . .
♬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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