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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전의 똘뚜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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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오원 작성일 2007-05-09 09:14 댓글 0건 조회 1,1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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魚物廛의 꼴뚜기들

언제부턴가 한번 가자 가자 하던 白巖온천 길을 지지난 주말에야 비로소 2박 3일 일정으로 고등학교 정기모임 회원중에 6가족이 서울에서 차 세대에 나누어 타고, 강릉에서는 한 가족이 저녁 장소인 동해안 평해읍의 후포에서 만나기로 하고 각각 떠났다네. 서울 일행은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경북 豊基에 있는 ‘풍기인삼갈비’집에서 인삼갈비탕으로 점심을 했는데, 갈비는 2-3개에 갈비살과 수삼과 마늘은 얋게 저며서 듬뿍 넣고, 은행과 잣과 파와 함께 어우러져 내는 맛이 아주 맛갈스러운데, 풍기지방의 규모에 비해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만 제값을 톡톡히 하더군. 이 집은 작년에 할머니들 일행이 풍기가 유명하다는 人造絹제품을 사러 왔다가 주인이 안내해 주어 안 식당인데 제대로 된 집을 소개 받았더군.

안동의 하회마을에 들러 한바퀴 둘러보고는 34번 국도를 타고 盈德으로 향하면서 竹嶺터널을 지나는데 길이가 자그마치 4600미터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터널이라는군. 우리나라의 토목.건축기술은 이제는 세계 어느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수준에 올랐으니, 桑田이 碧海가 되지 않았는가? 鄭周永 현대그룹 창업자의 조국애의 진한 감정이 뭉클 솟아 오르는데, 이런 분의 개척자 정신이 없었던 들 오늘의 한국건설을 이야기 할수 있겠는가?

영덕에 도착하기 한 시간 전쯤 경북 靑松에 있는 ‘新村藥水’에 이르니, 국도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파 놓은 여러 개의 藥水孔에서 약수가 용솟음 치듯 콸콸 솟아 오르는데 그냥 흘려보내는데……..수익사업으로 연결할수 없을까? 톡 쏘는 사이다 맛은 우리나라의 그 어느 약수 보다 훨씬 진한 맛을 내더군.
 
厚浦에 들러 강릉에서 합류하기로 한 일행과 미리 예약해 둔 ‘남산회집’에 들러서 펄떡 펄떡 뛰는 회로 시작해서 매운탕으로 저녁을 하고는 서둘러 백암온천에 당도하여 한화콘도에 여장을 풀고, 남산회집에서 싸 가지고 온 따끈 따끈한 대계를 빙 둘러 앉아 먹기 시작하는데, 아뿔싸, 속았다는 생각이 툭하고 머리를 치더군. 속이 거의 비어 있더군! 남산회집은 지나는 길에 그냥 들린 집이 아니고, 그곳 출신의 한 인사의 소개와 그 분이 직접 전화 확인까지 거쳤는데, 이런 애쓴 보람도 없이, 이렇게 허망한 꼴을 당하다니!

먹는둥 마는둥 서둘러 대계 쓰레기를 버리고 TV를 트니, 온통 한화의 金升淵(55)회장의 이야기로 뉴스가 도배질을 하는데……... 얘기인즉 지난 3월 8일 새벽에 김회장의 둘째 아들(22)이 청담동의 G가라오케에서 북창동의 S클럽 종업원들과 시비가 붙어 눈 아래를 10여 바늘 꿰매는 상처를 입었는데, 김회장이 직접 경호원과 폭력배로 보이는 사람들을 이끌고 G카라오케를 찾아가서 가해자들을 찾아내 청계산의 한 신축 건물로 끌고가 때리고, 짓밟고, 쇠파이프로 내리치며 폭행을 했을 뿐만 아니라 보복폭행을 진두지휘했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던데, 50여일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이렇게 호들갑을 떨어 대는지……..

스물아홉살의 나이에 선친의 갑작스런 타계로 총수자라에 오른 김회장의 자식사랑이 너무 지나쳤는가? 過猶不及이라는데….. 60년대 초에 나온 柳津 교수가 지은 ‘構文論’이라는 책 첫머리에 자식 사랑이 지극한 메추리 에미의 寓話가 나오는데, 메추리 에미가 하루는 시장을 보려고 숲을 나서는데 마침 포수가 숲에 들어 오길래,

“포수님, 숲에 들어가면 제발 제 자식은 잡지 마십시오. 부탁입니다.”
“그래, 알겠네. 그런데 자네 자식들을 어떻게 알수 있겠는가?”
“예, 제 자식들은 이 숲에서 제일 아름다운 새들입니다.”
“아, 그래!? 잘 알겠네.”
한참후에, 에미 메추리가 장을 본후 아침에 포수를 만났던 그 자리에 이르러 포수의 손에 들린 새들을 보자마자 땅 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땅을 치며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채 大聲痛哭을 하는데, 포수는 倉卒之間에 당하는 일이라 어쩔줄 모르고 쩔쩔매다가 에미 메추리가 좀 진정이 된 후에,
“아니, 여보게, 왜 이렇게 난리 법석을 떠는가?”
“아니, 포수님, 제가 아까 이곳에서 포수님을 만났을 때 그렇게 내 자식들은 잡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지금 포수님께서 잡은 새는 모조리 내 새끼가 아닙니까?”
“아니, 그게 무슨 말인가? 내가 잡은 이 새는 숲에서 제일 못난 새들만 골라 잡았는데, 자네 자식들은 제일 이쁜 새들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아이구, 답답해! 내가 못 살아! 못 살아! 아니, 제 새끼가 미운 에미 애비가 이 세상에 어디 있읍니까?”

이처럼 자식 사랑은 동서가 따로 없고, 어제 오늘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너와 내가 따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지만, 김회장의 父情은 事理分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더하여 節制를 제대로 하지 못한 대표적인 처신이라고 하는군.

韓火그룹은 25,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한국에서 재계 서열 10위 내외인 거대 企業群으로 말하자면 우리나라을 대표하는 기업군중에 하나인데, 이런 기업군의 總帥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르다니! 그것도 온 나라에 반 기업정서가 숨이 막힐 정도로 팽배해 있는 이런 판국에……….! 우리사회에서 ‘노블리제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은 사전속에만 모셔져 있는 낱말인가? 언제쯤 이 낱말이 사전에서 뛰쳐나와 살아 숨 쉬는 낱말이 될까?

다음날은 平海의 越松亭과  蔚珍의 望洋亭을 두루 돌아보았는데, 이 두 亭의 공통점은 푸른 해송림 너머로 짓푸른 동해를 바라다 본다는 것과 해송림 속에 세워진 고려조 때의 2층 목조 건축물이라는 것인데, 역사를 제대로 보자면 역사가 있던 그 시대로 되돌아가서, 그 시대의 눈으로 보라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라고는 하나…….. 몇 해 전에도 보았던 삼척의 海神堂공원에 전시해 놓은 男根조각은 또 보아도 그 기기묘묘한 형상이 참으로 장관이더군.

점심은 일행중에 추천이 있어서 강릉시의 玉溪를 지나 고개만 넘으면 바로 正東津의 모래시계 공원에 이르기 직전의 金津항의 맨 끝의 안쪽 고개 밑에 있는 ‘시골식당’이라는 집에서 미리 예약을 해 둔 ‘망치’매운탕을 들었는데, 집에 들어서자 마자 금년이 환갑이라는 바깥주인의 시원한 대머리가 우리를 반기면서 한다는 너스레가, “이 망치라는 고기는 수심 1,000-1,200미터에서 새우만 먹고 자라는 고기”라 맛이 기가 막히다고……. 너스레와는 달리 선도가 뚝뚝 떨어진 傷한 생선 토막 토막이 군데 군데에 끼어 있어 도저히 삼키지를 못 하겠더군. 점심을 끝내고 떠나기 전에 주인한테 이 이야기 했더니, 변명만 늘어 놓는데…….. 우리 일행의 나이는 73세가 1명, 70세가 2명, 69세가 1명이고 나머지 3명은 68세인데, 이런 연령대의 고향 손님들에게 대답 할 이야기가 고작 이 수준이라면 환갑이라는 나이가 아깝다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더군.

개인적으로는 남을 칭찬하는 것과 제 잘못을 알고 사과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해 오고 있는데, 시골식당의 주인은 한번 만났으면 足하다는 생각이고. 새우만 먹고 자라는 深海의 최고급 생선을 넣은 湯을 일인분에 고작 5,000원씩 받는다면 앞뒤가 맞는 얘기일까 하는 의구심과, 강릉시내의 중앙시장 2층에 있는 ‘해성식당’의 ‘삼숙이탕’은 맛도 逸品이려니와 나이도 지긋한 주인 아주머니의 마음씨는 금년이 환갑이라는 시골식당의 주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니, 속았다는 생각이 더 깊이 뇌리에 박히는군.

그나마 천만다행이였던 것은 시골식당 옆에 최근 강릉시가 거액을 들여 조성해 놓은 750미터 길이의 산책로를 산책한 것이라네. 돌 계단을 올라 바다를 향한 쪽의 가파른 나무계단을 내려오는 코스인데, 꼭대기에는 넓직한 쉼터가 마련되어 있고, 바로 옆에 서 있는 한그루의 老松은 그 크기로 보아 실히 몇백년은 됨직한데 깍아지른 졀벽에 깊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서서 온갖 風霜을 堪耐해서인지 위로 자라지는 못하고 옆으로 퍼지면서 조화롭게 이룬 형상은 몇백년을 代代로 내려 오면서 자연미는 있는 그대로 한껒 살리고 공들여 잘 가꾼 정원수 같다는 생각이 들던데, 나무계단을 내려오면서 소나무 사이사이로 펼쳐지는 동해의 장관을 보니 월송정과 망양정의 앉은 자리가 對比로 떠 오르더군. 그날따라 바람 한점 없는 날씨라 가까이 보이는 금진항 방파제 부근에 펼쳐진 동해의 바닷물은 온통 綠靑색 바로 그것인데, 참으로 아름답더군! 어떻게 turquoise보석이 이 보다 더 玲瓏할수 있겠는가?

강릉의 鏡浦臺는 그리 높지 않은 야트막한 언덕에 앉은 자리 부터가 월송정이나 망양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으뜸인 것이, 엄청나게 너른 경포호라는 천연호를 옆과 앞에 끼고,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곳에 남북으로 끝이 없이 뻗어 있는 海松林과 백사장 너머로 검푸른 동해가 사시 사철 넘실거리니 靜과 動을 한눈으로 호흡할수 있는 關東八景중에 제일이 아닌가 하네. 그래서 옛 어른들은 “天下 第一江山”이라고 일컬었는가?

후포의 남산회집에서의 일과 금진항의 시골식당에서 겪었던 기억하기 싫은 일은 강릉시내에 들어 와서야 깨끗하게 相殺되었다네.

일행중에 한분이 강릉 松汀동에 가지고 있는 아파트에서 하룻밤을 묵어 가기로 하고 중앙시장의 단골집에서 감자전과 메밀전에 옥수수로 빚은 동동주를, 싱싱한 회감을 함께 사 온 후에 煎다운 전으로 노리끼리 하고 달짝지근한 동동주를 함께 하니, 그 맛, 참, 부러울 것이 없더군. 이렇게 고향 정취를 맛 본 후에 싱싱한 대구탕으로 저녁을 들었는데, 이런 대구탕은 아마 이 세상 어디에서도 먹을수 없는 그런 음식이였다네! 좋은 재료에, 훌륭한 요리 솜씨에, 정성이 요리의 3대 요소라는 신념을 가지고 살고 있는 터에, 이 대구탕은 이런 3대 요소를 고루 갖추고, 적당한 양의 콩나물과 얇고 길쭉길쭉하게 썰어 넣은 무우와 함께 내는 시원한 맛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그런 음식이였네!


夏 童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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