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자유 게시판

불쌍한 후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21-02-05 07:46 댓글 2건 조회 1,094회

본문

             불쌍한 후배


개천에서 용 난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

용이 나고 싶어도 개천 자체에 물이 너무 작아서 용이 자랄 수 없다면 모를 일일까.

용이 자랄 수 없는 환경에서 용 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용이 바다에 사는 해룡처럼 손톱만 하다면 모를 일일까, 적어도 집채만 해야 그럴싸한 용이라 보았을 때 강릉의 남대천에서도 용 나오긴 다 글러먹었으리라 본다.

 

우리 교육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중 하나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일 것이다.

대입수능이 끝나고 성적이 발표될라치면 개천에서 용 난 소식이 어김없이 들려온다.

어느 시골 조그마한 학교에서 높은 성적을 올린 학생이 있으면 개천의 용이란 틀에 넣고 기사화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 난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현상은 점점 줄어들면서 한강물줄기 쪽에서만 무수한 많은 용이 나오는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이제는 아무 시골개천에서나 용이 나올 수 있는 처지가 아닌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용을 잉태하고 잘 키우기 위해서는 물 좋고 목 좋은 한강 주변으로 가야한다는 말이다.

 

실제 교육현장에 있어보면 왜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가를 얼추 알 수 있을 것 같다.

몇 십 년 전에는 우리 강릉에서도 모 고등학고 출신들이 서울의 4대문 안에 있는 일류대학에 무더기로 들어갔던 시절도 있었다.

당시에는 강릉의 남대천에서도 용이 심심찮이 나왔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언제 부터인가 남대천에서 용 나왔다는 소식이 점점 희미하더니 이제는 씨가 서서히 말라 가는 듯 하다.

왜 남대천에 용에 씨가 말라가는 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용이 하늘에서 뚝 떨어 졌다면 모를 일일까, 대부분의 용은 그 에미가 새끼를 낳아 주어야 커서 용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용을 낳기는 낳는데 용 새끼가 어느 정도 크면 남대천을 등지고 한강줄기로 옮아간다는 것이다.

남대천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용의 싹은 트긴 트는데 결국 승천을 못하는 이무기로 전락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강릉 남대천에서 용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남대천 정비를 잘 하여 용이 나오도록 해야 하는 게 우리 지역의 소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과거처럼 용이 승천하여 입신양명의 세계로 가는 것이 최고의 용이었는데 미래의 용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용도 사회의 분화가 다양화되듯 많은 유형의 용들이 나올 수 있는 세상이 될 것 같다.

이미 선진국은 용 자체를 입신양명에서 새로운 틀로 전환한지 오래 되고 있다.

 

미래의 용은 상당히 다양한 스타일로 나올 수 밖에 없으리라 본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스타일의 용을 만들 것인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요즘 세계를 주름잡는 용들을 보자.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애플의 스티브잡스, 알리바바의 마윈, 테슬라의 머스크 엘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 아마존의 베이조스 같은 사람들의 면면을 보자.

이들이 입신양명을 위하여 공 맹자를 읊었던 사람들은 아니쟎냐는 것이다.

하나같이 엔지니어 아니면 프로그래머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모교는 어떤가?

내면에 들어가 보면 그야말로 정통의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산실이 아닌가?

위에 열거한 용들 만큼은 못 하다 해도 역사가 100년이 다 다가오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할 간판 용도 하나쯤은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용은커녕 제대로 된 이무기조차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 아닌가.

왜 그런 현상이 발생되었을 까를 짚어 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역사는 유구하지만 용은커녕 이무기도 만들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를 냉철하게 짚어 봐야 할 것이다.

일부 우리 선배님들이 하도 답답해서 농공고의 간판을 악을 써가면서 떼어 냈다.

그 결과도 달라진 게 뭣이 있는지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는 것이다.

한 술 더 떠 우리도 남대천 변에 있으니 남의 학교처럼 용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열망에서 인문계를 만들어 달라고 외쳤으나 이 또한 넘사벽이 되고 말았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 가 보면 용을 만들려는 의지 자체가 아예 없다고 본다.

어떻게 하면 성실하고 고분고분하면서 말 잘 듣는 똘마니를 만드는데 역점을 두고 있는 모습밖에 보이질 않는다.

필자도 거기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반성을 하고 있음을 밝혀 둔다.

모교교육의 이상이 똘마니 양성에 포커스가 맞추어졌는데 어떻게 거기서 용이 나올 수 있겠는가.

그런 곳에 아무리 형질이 좋은 용의 씨앗을 뿌려 놓는다 하더라고 결국에 나오는 것은 똘마니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다.

 

열정이 넘치던 선배님들은 체념에서 단념의 단계로 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외친들 메아리조차 없는 상황에서 누가 총대를 메겠는가.

하지만 커 나가는 후배들이 이 사회에 나가서 똘마니가 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본다.

요즘은 애들도 거의 안 낳는 시대에 귀한 아이들을 데려다가 똘마니나 만드는 교육은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것이다.

모교에 들어오는 후배들이 그저 불쌍하고 측은할 뿐이다.

 

댓글목록

profile_image

壁煖爐님의 댓글

壁煖爐 작성일

똘마니 : 
바로저장 단어장선택  주로 범죄 집단에서 부하나 하수인을 속되게 이르는 말
---------------------------------------------------------------------
조선생님!
후배들을 너무 격하하는 말씀은 삼가하시는게 좋을 듯합니다.

profile_image

조규전님의 댓글

조규전 작성일

무슨 말씀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우리 모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는 기본틀이 산업역군을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요.
결국 남의 밑에서 성실하고 근면하고 겸손하게 열심히 일해 주라는데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나요?

같은 교육이라도 리더가 되기 위한 교육을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왜 인문계를 만들려고 악을 썼습니까?
이 사회를 이끌어갈 리더를 우리도 만들어 보고픈 욕망에서 그러지 않았나요.

후배를 격하하자고 쓴 글은 결코 아닙니다.
저도 거기 출신인데 후배들을 격하해 봐야 제 얼굴에 침밷는 격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모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은 리더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교육을 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쓴 글임을 이해해 주시면 더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