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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되지 않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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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병호 작성일 2021-01-17 19:21 댓글 0건 조회 9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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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되지 않은 편지
   
    

2학년이 된 애란이는 서투른 글씨로 일기대신 매일 편지를 썼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니 얼굴이 보고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첫머리는
어머니! 보고싶어요 늘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어머니가 그립다는 자기의 심정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애란이는 편지봉투에 우표를 붙이지 않으면 편지가 배달되지 않는다는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애란이가 쓴 편지에는 우표를 붙이지 않았습니다. 

수취인의 주소는 명확하게 썼습니다.

" 하늘나라에 계신 보고싶은 어머니께" 라고 또박또박 썼습니다.
 
애란이의 어머니는 위암으로 지난해 겨울 어느추운날에 돌아가셨습니다.  

애란이는 몇일인지 날자를 기억하지는 못해도 추운날로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집안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날마다 술에취해 들어오셨고 학교에서 돌아온 애란이는

쓰렁쓰렁한 집을 혼자서 지켜야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살아계실땐 이웃 아주머니들이랑  아저씨들도
가끔씩 놀러 오셨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부터는

누구하나 놀러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애란이가 어머니께 편지를 쓰기 시작한것은 앞마당에 매어놓았던

누렁이가 없어지던 날 부터라고 합니다 마당에 들어서면 언제나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던 누렁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누렁이를 매어놓았던 말뚝에는  잘려나간 짧막한 끈만 남아있고

비온뒤라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부둥친 발자국이 기다랗게 패여있을 뿐이였습니다. 

애란이는 문득 어머니의 상여가 마당을  나갈때 떠나가기 싫어 앞으로갔다 뒤로갔다

하면서 서성이던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았기에 누렁이의 발자욱을 보고 어머니의 상여가

지금 막 떠난것처럼 느껴져 서러움이 북바쳐오르기 시작하였답니다.  

지금처럼 어머니가  안 계신 서러움을 알았더라면 상여에  매달려 울고불며

못가게라도 하였을텐데 그 당시엔  아무것도 모른채 추위만을 느꼈던 애란이의 가슴은

더욱 아팠습니다 이제 반겨주던 누렁이 까지 없어졌으니 흐느껴울며 책상에 앉아

어머니께 편지를 썼습니다  종이위에 떨어진 눈물자욱에 몽당연필이 지날때 글자는

더욱 또렷하고 새까맣게 진한색으로 그어졌습니다 .

어머니! 보고싶어요
하얀 꽃으로 덮인 상자속에서 마당을 안 나서려는 어머니를 여러사람들이 광목끈을

어께에  메고 끌고 나갔잖아요 저라도  매달려 못가시게 막았었어야 되는데...

그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어요 어머니는 이제 좋은 나라로 가신다기에 저는 좋아했어요

그리고 좋은나라를  구경하시고  곧 집으로 돌아오시는줄로 알았어요

영영 안오시는줄 몰랐어요 영영 안오시는 길이라 했으면  저가 몸부림치며 말렸겠지요

어머니는 저가 울면서 떼를 쓰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셨잖아요

아저씨들은 손을 곱아 보이며 열흘만 지나면 오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왜 아직까지 안  오시나요 학교갔다 돌아오면 꼬리치며 반갑다고 그러던

누렁이 마져 누가 끌고 갔어요
안 끌려 갈려고 발을 뻗디딘 자욱이 길쭉하게 나 있어요 어머니 언제쯤 오시나요?
그 춥던 겨울 어떻게 지내셨어요 빨래감 머리에 이시고 즐겨찾던 어머니의 빨래터에는
노란 개나리꽃이 복스럽게 피었어요 어머니 보고싶어요  애란 올림.  


5일 5일 금요일  어머니 보고싶어요
오늘은  아버지를 따라 시장에 갔었어요 아버지께서 어린이날 이라고선물을
사 주신다고 하셨어요 시장에는 엄마랑 아빠랑 함께 손잡고 다니는 언니 오빠들이
길거리를 빼곡히 메웠어요   아이스크림이 먹고싶었어요 아이스크림을 먹는 어린이들이
눈에 많이 보여서 연실 뒤돌아보며 걸었지요 그러나 아버지는  옷가게에 들리셨어요
치마와 윗도리 양말까지 사주셨답니다 집에와서 몇번을 다시 입어보고 하였답니다
그러나 누가 바라보아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옷이 참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어머니 보고싶어요

매일 일기를 쓰듯 씌여진 편지는  모두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어머니가 안계신 탓으로
애란이가 힘겨워하는 모습 때로는 어른스러운 모습 아버지의 아픔을 이해하려는
애란이의 모습들은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한 편의 드라마 원작이였습니다.
중간고사 시험 점수 발표가 있던날 애란이의 반에서 1등을 하였답니다 그 기쁨을
알릴 곳이없어  뒷뜰에있는 뽕나무에 올라가 어머니! 애란이가 일등을 했어요 외쳤답니다.
하늘에 조금 가까이 다가가서 외치면 어머니가 듣고서 기뻐하실것만 같아서였습니다
어느날인가  애란이의 담임선생님이 애란이 집으로 가정방문을 오셨습니다.


선생님은 1학냔때 부터 담임을 맡아온지라 애란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습니다 선생님이 애란이 집을 찾으셨을때 애란이는 저녁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을 만나자 애란이는 손에묻은 물을 감추어닦으며 책상이있는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선생님은 애란이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애란이는 집에돌아와서도 공부 열심히하는구나!
하시며 공부한 흔적을 찾아보았습니다 서랍을 열어보니 그 속에는 편지가 빼곡히
차있었습니다 애란이는 붉어진 얼굴로 가로막았습니다 선생님은 대충 짐작이 갔습니다.
어디 한번 읽어보자구나  말리지못한 애란이는 밖으로  훌쩍 뛰쳐나갔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애란이가 집으로 다시 돌아왔을때 선새님은 아직도 편지를
펼쳐들고 읽고 계셨습니다 애란이와 선생님의 얼굴이 마주쳤을때 선생님의
얼굴에는 눈물이 흥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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