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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의 독주(毒酒)를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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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07-06-02 08:22 댓글 0건 조회 1,0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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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12(토) 오후 4시가 넘어서

아카시아꽃이 피길래 홀쩍 떠나고 싶었습니다
5월의 흘찍한 날씨탓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쳐박힌 자전거를 끄집어 냈습니다
마땅히 갈곳도 없었지만 나서고 싶을때 떠나야 하는 것이라
길이 있으니 길따라 훌훌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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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에 나와 보고서야 모내기철이 돌아온걸 실감하게 됩니다
시골태생이라 모내기가 한창인 들판을 보면 생각나는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때 그시절의 모내기 풍경들이 삼삼히 떠오릅니다
그때가 어느덧 40여년이 지나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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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게 재수없는 운명을 타고난 나무일 것도같고
아니면, 억세게 재수좋은 나무일 것도 같습니다
뿌리채 뽑히지 않고 이렇게라도 살아 남았으니 행운이기도 합니다
그럭저럭 살아 가는덴 별 지장도 없어 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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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라일락향에, 오월엔 아카시아꽃 향기, 신록의 싱그러움 마져 마음껏 마십니다
돈내라는 사람도 없고 이래서 시골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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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물은 졸졸 흐르고 아카시아꽃은 흐드러지고 바람마져 신선한 이곳에 내가 있습니다
나는 감격에 젖습니다
가슴마져 아린 행복에 젖어들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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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내 안에 있는 이여
그대가 그리울때 나는 외롭습니다
그 외로움은 끝이 없고
그 그리움도 끝이 없습니다
그대의 흔적은 구름이며 말없이 스쳐가는 그대의 그림자가 바람입니다
나보다 더 외로워 보이는 그대의 그림자입니다

아득한 내 안에 있어 나보다 더 외로운 이여
내 외로움은 눈물로 달래는 것이지만
눈물마져 말라버린 그대는
들녘의 바람으로 떠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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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그저 그리워 하며
외로우면 외로워 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즐거운 날에 희희닥 거리며 만나면 반가워서 얼싸안고 이별을 슬퍼도 하며
때되면 밥먹고 사는 짐승이 되는 것입니다
혼자이고 싶을때 혼자 있으면 되고 괴로운 일은 괴로워도 하며
죽음의 날에 죽음을 받아들일 이 자유로움이 내가 누리는 최고의 자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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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멍으로 등교도 하고 모르는 문제는 컨닝도 하며 내가 아는 정답을 건너 주기도 하고
친구놈 도시락에 빌붙기도 하며 맘내키면 통채로 도시락을 주기도 하며
숫장 틀리면 거지 밥그릇도 박살 내기도 하며
인정이 우쭐하여 쌀독채로 거지에게 건너 주기도 하며
그럭저럭 살다보니 이순에 이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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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플라톤의 이데아에 빠져 황홀한 파라다이스을 꿈꾸기도 하였고
니이체의 헛바닥에 유혹되어 초인이 되고도 싶었고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에 도취해 보기도 하며
스토아철학에 올인할까도 했고
공자의 논어에 바람이 난적도 있고
그렇게 자초한 풍상속의 자학적인 삶이 이제사 타인의 삶이나 기웃거리는 치졸한 짓거리를 걷어 치우고
내 삶의 한 가운데 진정한 내 자유의 깃발을 달아맨 의지의 깃대를 꽂는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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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사랑함으로 너를 그리워할 자유를 누릴 것입니다
눈물이 나도록 그리운 것이라면 나는 자유로이 울어 버릴 것입니다
네가 싫으면 네 곁에서 떨어져 나가 네 자유를 해하지 않을 곳에서 너를 미워할 내 자유를 지키겠으며
너 또한 내가 싫으면 내 곁을 떠나 나를 미워할 자유를 누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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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여
너를 사랑함으로 사랑하는 내 마음의 자유를 빼앗지는 말아라
죽을때 갖고 가더라도 그게 싫어 그 자유를 빼앗으려 들지 말아라
네 마음의 자유로 미워하고 네 안에서 거두어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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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앞으로 걷는 세상에서 옆으로만 걷는 게처럼 그것이 게의 삶인것은
그것을 비웃고 누가 그 자유를 빼앗을 수 있으리
하늘이 준것이니, 그것이 섭리이니,
너만 앞으로 걸으면 되는 것을
섭리를 거슬러 살아 남은 자도 없고 그 철칙을 피할 자도 없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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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악 -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박건

사랑하는 이여
허허로운 곳에서 너를 만나고 싶다
네가 있으면 더욱 쓸쓸해질 고독에 빠지고 싶다
고독하여 서로를 갈망할 깊은 사랑에 빠져들어
너절한 세상 밖에서 한잔의 독주을 마신 목마를 탄 고독한 소년이되고 싶다
너만을 사랑하는 고독한 소년이 되어
내 사랑, 하나를 지키기 위해
지옥같이 뜨거운 네 영혼의 혈관을 타고 정처없는 여행을 떠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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