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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가까이 두고 외로움의 곁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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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07-07-0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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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55회
본문
인생이란 무엇인가
한장의 백지위에 내가 그려가는 한폭의 수묵화이다
검은 먹과 맑은 물이 없으면 그려낼 수 없는 것이 수묵화이듯
기쁨이라는 것은
슬픔과 아픔으로 흘리는 눈물로만 그려낼 수 있는 아름다운 그림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떠는 맑은 눈물로만 그려낼 수 있는 한폭의 그림이다
그대가 정녕 아름다운 인생을 그리고 싶다면
슬픔을 가까이 두고
외로움의 곁에 있어야 하며
그리고
맑은 눈물을 흘려야 하리라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 류시화
너였구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숲을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
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
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
여기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한때 이곳에 울려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흰새의 날개들 같던
그 눈부심은
박수치며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
너였구나
이 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
서리 묻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
너였구나
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
서둘러 말을 타고 이 겨울숲과
작별하려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에게
들키고 말았구나
슬픔 너였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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