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자유 게시판
어둠에 깔여죽은 오늘이라는 시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07-07-21 23:04
댓글 0건
조회 785회
본문
2007. 3. 25(일) - 해질녘에 여찬리와 삼정평에서
내 어린시절에도 이 집은 있었다네
담은 허물어 졌지만 옛모습 그대로 일세.
석수쟁이 였던 주인은 오래전에 세상을 뜨고
부드럽고 질리지 않는 흙의 내음,
패이지 않는 굳은 가식으로 포장할줄도 몰랐고
급하지도 않았고 곧지않은 마음들이 어울려 살았었다네.
포장되지 않은 굽은 이 길처럼 ---
쉽게 저물어 갔었던 유년시절의 나의 봄날처럼
오늘도 짧았었다.
해질녘에 찾아 든 삼정평,
부모님께서 씨를 뿌리고 김을 매시던 곳
오늘은 적막하여
생전의 부모님 보다 더 나이든 나를 보느니
등짐에 허리가 휘던 등마루가 곧은 삼정평,
쏟아 내리는 땀방울에 온몸이 젖던 한여름의 삼정평,
땅거미가 스며들면 싸늘한 한기에 떨며 콩단을 거두던 가을이 머물다 가던 곳,
그래도 종달새가 지져귀던 봄이 있어 행복했었다네.
그때의 밭들은 논으로 변했고 봄은 늦어서야 논에 이른다.
죽음에 이르고자 지는것이 해가 아니다.
잠들기 위해 내려 앉는 것이며
꿈꾸기 위해 어둠을 펴는 것이다.
어둠에 깔려 죽는 것은 오늘이라는 시간이다
한벌의 수의도 못얻어 입고
꿈에서도 다시 살아나지 못할 오늘이라는 시간의 죽음,
안개 처럼 사라지는 죽음,
흘러가 돌아오지 않는 이별,
애석하여 석양에 고개숙여 곡을 한다.
어이 어이!
잘가거라 오늘이여 !
짧은 봄날의 내 하루여 !
내 생의 하루여 !
나는 잠들 것이며 꿈꿀 것이다.
오늘이 죽어가고 내일이 눈뜨고 있을 깜깜한 시간의 안식을 접고
까만 바다위, 까만 하늘에서 날개를 달고 별을 따리라.
너에 별을 따다 내 곁에 걸어놓고
그리고 빛나게 하리라
네 차가운 눈물이 이슬보다 더 초롱거리다 떨어져
잠자는 봄을 깨워 싹트게 하고
꽃을 피우게 하리라
하늘의 끝 어두운 곳에 깊게 잠들어 있을 네 침실로 날아들어
차갑고 어둠운 사슬에 매여 벙어리가 되어버린 네 입술을 깨우리라
오랜 침묵의 사슬을 풀고
바르르 떨고 떨며 이내 뜨거워질 입술로 내 빰에 입맞추게 하리라.
나는 너보다 기뻐하며 너는 나보다 행복해 하리.
그리고
내 생의 하루가 숨을 거두고 내 생의 하루가 주어지는 시간에 돌아와
또 하루를 살아갈 내가 되는 것.
이것이 봄날의 꿈이다.
인생이다.
늙고 주름진 친구여 !
꿈을 꾸자
하루에 한번씩 주어지는 꿈꾸는 시간에 우린 잠들지 말자.
그리고 사랑을 꿈꾸자
파릇하게 돋아나는 빛깔의 꿈속에서
물쓰듯 낭비해 버린 오늘이라는 시간을 찾아내자.
Pledging My Love(영원한 내 사랑) - Emmylou Harris(에밀루 해리스)
- 이전글홈페이지 용량초과로 새 하드 장착 등 - 정상적으로 회복 07.07.23
- 다음글이젠 더 이상의 분열은 자중 했으면 합니다 07.07.2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