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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蝴蝶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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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요거사
작성일 2007-10-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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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번심(煩心)을 멀리하고 진여삼매(眞如三昧)를 얻으려 소요재(逍遙齋)에 올랐다.
오의(奧意)를 해효(解曉)하려 하나 천망(天網)은 회회(恢恢)하고 일망창해(一望蒼海)에
낭흔(浪痕) 조차 없으니 근심만 창황(猖遑)했다.
마음을 진정하고 좌망(坐忘)에 들어 만물(萬物)을 제일(齊一)코저 애써 심재(心齋) 하였으
나 몰아일도(沒我一道)를 구할수 없으니... 어허 이를 어찌하리.
장생(莊生)의 대붕(大鵬) 위세에 가위가 눌렸던지 도무지 일심(一心)이 무망(無望)하다.
부운(浮雲)을 밟고 홀로 난간에 의탁했다.
색성(色星)이 하도 뚜렷하여 어린듯 취한듯 관주(觀周)타가 홀연 몽중(夢中)에 들었는데
일진농향(一陣濃香)이 진동하는 가운데 순식간에 한마리 호접(胡蝶) 되어 허공을 날았다.
효색(曉色)이 만산(滿山)하여 웅자(雄姿) 교태(嬌態)한 영봉(影峰)이
어느덧 발밑에 닿아있다.
희미한 새벽안개에 젖어 수묵(水墨)의 농담(濃澹)이 어즈러이 춤추는데
어디서 들려오는 와공(蛙公)의 울음소리 선경(仙景)의 새벽꿈을 느닷없
이 깨는구나.
홀연 패옥(佩玉) 부딪는 청아한 음률따라 일위(一位) 미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첩은 무산(巫山)에 사는 계집이 온대 낭군께서 고당(高堂)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잠자리를
받들고자 왔습니다' 하였다.
그 아름다움에 취하여 스스럼없이 운우의 정(雲雨之情)을 나누었다.
헤어질 무렵이 되자 미인은 차마 손을 놓지 못하며 "아침에는 구름되고 저녁에는 비 되어
(朝雲夕雨) 조석으로 그리워 하리다" 못내 침읍(沈泣)터니 자취를 감추었다.
이때 무산을 바라본즉 산봉우리에 휘운(輝雲)만 걸렸으니 바로 무산지몽(巫山之夢)이로다.
정신을 수습하여 다시 길을 따라 오르는데 신휘(晨暉)를 가르는 새벽닭의 울음소리 초충
(草蟲)의 합창을 잠재우고 온갖 산조(山鳥)의 지저귐마져 고적(孤寂)한중에 천년교목(千年
喬木)의 울울(鬱鬱)속에 천봉(千峰)이 교합(交合)하여 금수산(錦繡山)의 첩첩돌올(疊疊突
兀)한 저 자태는 천산(天山)의 단봉(檀峰)을 무색케 한다.
송림(松林)속 한처(閒處)에 한 초막이 있고 농숙(濃熟)한 천일취(千日醉) 한동이와 산채
한접시가 나란이 있어 마신후 대취(大醉)했다.
그때 한 자의인(紫衣人)이 나타나 "괴안국(槐安國) 왕의 명으로 공자를 모시러 왔습니다"
사자(使者)를 따라 홰나무 구멍속으로 들어가 커다란 성문앞에 당도하니 국왕이 맞아서
부마로 삼았다.일로 남가군의 태수로 부임하여 백성을 잘 다스리고 재상으로 승진되어
20년을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어느날 그 홰나무 아래서 도로 잠을 깨니...
어허~모두가 남가일몽(南柯一夢)이였다.
다시 수십리를 점입소로(漸入小路)할제 녹엽(綠葉)을 투과하는 조광(朝光)
의 빛줄기가 계곡을 피어오르는 안개마져 담록(澹綠)으로 물들이니 선계
(仙界)가 필시 예 아닌가.
속세(俗世)의 홍진(紅塵)이 오심(吾心)을 희롱한 탓인지 계명(鷄鳴)은 창랑
(暢朗)치 아니하고 자규(子規)의 단장성(斷腸聲)만 은은히 쟁명(爭鳴)했다.
크게 고개를 흔들고 한호흡에 깎아지른 바위길 틈새를 돌아오르니
오호라~
입에서 나오는건 오로지 경탄일성(驚嘆一聲)ㅡ
아침햇살 자박자박한 발소리 끝자락에 무한광대(無限廣大)한 호수가 널려있고 분홍빛
도화림(桃花林)이 울울창창(鬱鬱蒼蒼)펼쳐 있다. 물길 양켠 수백보에 걸쳐 잡나무가 일체
없고 향기로운 풀들은 정갈하고 청초한데 미풍에 흩날리는 꽃잎만이 난분분(亂紛紛)했다.
땅은 평평하고 넓으며 집들은 엄연하고 좋은 밭과 아름다운 연못곁에 줄이은 뽕나무와
대나무가 무성한 중에 소가 울고 개가 짖었다.
씨를 뿌리고 농사짓던 남녀들이 어디 사람인가? 묻기에 갖추어 답하니 주객(主客)이 희락
(喜樂)하여 술을 빚고 닭을 잡아 대접하며 스스로 이르기를 '선세(先世)에 난을 피하여
이곳에 온후 절경에 취하여 나가지 않으니 바깥세상과 떨어졌노라'
이에 손을 꼽아보니 수백년이 경과한지라 모두들 놀라고 탄식하였다.
홀홀(忽忽)히 되돌아 나갈제 잊지않고 곳곳에다 표식을 하였는데 후일 그길을 다시 찾을수
없으니 애석타! 무릉도원(武陵桃源)을 몽유(夢遊)하였음이로다.
이세상 어느곳이 꿈속에 도원인가(世間何處夢桃源).
두날개를 휘휘저어 닿은곳에 일망무제(一望無際)한 침운(沈雲)이 깔려있고 망연(茫然)히
내려다 보니 담수보다 더 맑음이 있으나 도리어 깊어 검디검었으며(淡無淡水深還墨),
아차(峨嵯)한 절층(絶層)위에 위태로이 걸려있는 편운(片雲)이 있어 앙연(怏然)히 올려다
보니 하늘보다 더 높음이 있으나 도리어 얕아 아래아래로 내려갔으니(高無高天還返低),
내 회갑(回甲) 일생애(一生涯)에 무아오의(無我奧意)를 맛보았기에 객이 신선의 근원에
들었음이니 늙음 또한 슬프지 않았다(客入仙源老不悲).
어느덧 홀연(笏然)히 한 잠에서 깨어났다.
스스로 즐겁고 뜻대로 훨훨 난것이 분명한 호접(蝴蝶)이였는데 이제 문득
보니 또한 분명한 나 였다.
저 꿈에 내가 나비가 된것인지 나비가 내가 된것이 알지 못하였다.
나비의 꿈을 꾸는 나였던가? 나의 꿈을 꾸는 나비였던가?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절대인식(絶對認識)은 일체의 존재를 하나로 봐야 한다.
선악이나,미추,시비등의 상반되는 것들을 구분하는것은 무의미하므로 무한(無限)의 경지
에서 소요유(逍遙遊)를 목적으로 물아일체(物我一體)에 든다.
「저것은 이것에서 나왔으며 이것은 저것에서 나왔다. 이것이 또한 저것이요 저것 역시
이것이다...」
금방 꿈에서 깨어난 구상유취아(口尙乳臭兒)마냥 혼미하여 황망히 수족을 수습한후
잠깐 서안(書案)에 기대었더니 낯익은 호접 한쌍이 어른어른 손짓을 하는구나.
와각상쟁(蝸角上爭)의 부질없음에서 어서 깨어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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