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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내 사는 촌마을로 오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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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一 舌
작성일 2007-12-1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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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정(母情)
새끼 소를 찾는 어미소의 울음
모정의 깊이
어미소 우는
그 안의 눈물이여라
친 구!
지난 가을은 이른 봄부터 가꾼 국화가 유난히도 곱게 피었었다네
햇살좋은 날이면 벌 나비가 날아들어 윙윙거리고
바람 한점 없는 날에도 그윽한 향기는 무심히 흩어져
내 사는 뜰안은 더더욱 향기롭고 아름다웠었다네
이제 바람은 차고 그 꽃들은 시들어 말라가고 있다네
친 구!
바람없는 고요한 날, 홀연히 나에게로 오시게나
꽃으로 살다간 쑥대에 불을 지르고 서산에 기우는 해를 보세
친 구 !
한해가 또 바람에 실여 가고 있다네
가고만 한해는 다시 돌아올리 없지만
겨울은 여전히 하얀눈이 내리고 양지바른 곳에서 들꿩이 울겠지
눈이 내리면
일상의 모든것 걷어 치우고
내 사는 조용한 촌마을로 오시게나
벽난로에 장작불 피우고 군고구마 모락거리는 하얀 밤을 새워보세
겨울은 다시 돌아와도
이 겨울은 가고나면 다시 올리없다네
친 구 !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때, 어느 날이든
가슴 시리고 허전한 날엔 내게로 오시게
봄이면 꽃나무 밑에 주저앉아 도화주를 나누고
뜨거운 여름 날엔 푸른 숲으로 가세
그늘 진 가지 사이에 둥지를 튼 여린 새들을 보고
솔바람 지나는 숲속에서 소담한 꽃을 보세
친 구 !
문득 저러오는 날
문득 외로워 지는 날
내게로 오시게
봄마다 뻐꾸기가 한나절은 울다가는
내 사는 촌마을로 오시게나
안개낀 새벽의 들판을 걸어보고
밤이면 초롱거리는 별들을 세어보며
남겨진 주름진 날들
바람같이 살다가세
천명(天命)의 고개를 넘어 사라진
너는 보이지 않아도
저버덕거리며 걷고 있을 비탈진 내리막 길
그 곳에서 가고 있을
너도
나도
함께 길떠난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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