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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열리는 소리 들으며 한해시름 잊어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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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요거사
작성일 2007-12-1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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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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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람소리/김윤기)
그대
아시는가?
늙거나 젊거나 사람의 심금을 을리는 이름하여 「4대향(四大香)」을 ㅡ
이른봄 만설(晩雪) 내린 밤
사창문을 사록사록 두드리는 이 있어 내다볼적에
청량한 달빛을 품고 아리하게 번져오는 향 있으니 곧 매화의 암향(暗香)이 그 하나요
4-5월 꽃중에 곧은 절개 세우며 일세를 풍미하는 라이락의 농향(濃香)이 그 둘이요.
한여름 녹수(綠水)에 몸을 담가 속세의 번뇌를 깨우치는 연꽃(蓮花)의 청향(淸香)이 그 셋이요.
늦가실 홍엽(紅葉)질때 홀로 향내 뿜어 천리밖 임 부르는 만리향(萬里香)이 그 넷이라.
그러나 그대
이세상 향기보다 더 심금을 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아시는가?
바로,
꽃잎 열리는 소리라네.
청개화성(聽開花聲) ㅡ
꽃잎 열리는 소리를 듣는 선비의 멋스러움 ㅡ
그 얘기를 잠시 들어 보시게.
연꽃은 여러장의 꽃잎이 겹쳐 한송이 큰 꽃을 이루는데 3-4일 동안 폈다 오무렸다를 되풀이 하지.
낮에는 피었다가 밤이되면 오무러 들어 마치 수면을 취하는것 같다고 하여 '잠잘수(睡)'자를 써 수련(睡蓮)
이라는 이름이 붙었네.
빛에 얼마나 예민한지 밤은 물론 흐린날 조차도 꽃잎을 닫아 버리니 그 도도함이 오죽하랴.
낮에만 피운다 하여 자오련(子午蓮)이라고도 하고 미시(未時:오후1-3시)에 핀다고 하여
미초(未草)라고도 하니 만화(萬花)중에 그 까타로움이 제일이네.
오후 해질무렵 연꽃이 피어있는 못 주위를 1시간정도 돌면서 연향을 맡으면 그리 정신이
맑아질수가 없지.
코로 들어간 향기가 아랫배로 내려가면 청량한 기운이 온몸을 돌면서 전신은 물론 머리까지 맑아져
개운하며 훈훈한 그 기운은 여름철 보기(補氣)로 그만이로세.
허나
이 수련이 이른 새벽에도 부지런한 녀석은 꽃잎을 피우기 시작한다는 것
그대 모르시지?
기실 한낮에 피우는 것들은 주위의 소음때문에 '꽃잎 열리는 소리'를 제대로 듣기 힘들어.
해서 '청개화성'을 제대로 할려면 이 새벽참을 놓쳐서는 않되네.
내가 아는 청산거사(靑山居士) 그는 이 새벽시간을 노린다네.
사위가 적막한 중에 연지(蓮池)에 배 띄우고 들어가 연꽃 사이로 가만가만 스며둘어서는
꽃봉오리에 바싹 귀대고 기다리면 꽃잎이 열리는 미세한 음향이 난다네.
사박사박 새악시 기척같은 그소리가 귓밥을 간즈럽히는 풍류를 가히 짐작하시겠는가?
세상이 저리 혼탁하다고
그대
탄(嘆)하지만 마시게.
오늘도 연못 가상자리에 수즙은 각시처럼 청초한 자태의 수련이
간간히 이는 잔물결에 하얀 속살을 두리우는 그곳으로 찾아가시게.
그리고
청개화성 미묘한 운(韻)을 받아 잠시라도 한해의 번뇌를 잊는 몰아(沒我)를 누려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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