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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아주 옛날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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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몽학선생 작성일 2007-12-20 20:59 댓글 0건 조회 1,39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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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얘기 하나 들어 보세요.
강촌마을에서 있었던 얘긴데 - 제목을 굳이 붙이라면 < 인생의 전부를 잃는것>

강촌의 한 선비가 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탔다.
마침 배에는 뱃사공과 선비 단 두사람뿐이라 적막하기도 하고, 무료하기도 하고하여---
선비가 사공에게 말을 걸었다.
"이보게 사공! 자네는 예술이 뭔지 아남?"

" 어이쿠 선비님 저와 같은 쌍것이 어찌 예술이 무엇인지 알겠습니까?
당연히 모르죠?"

" 당연하다!?, ㅉㅡ쯔쯔으, 안됐군 사람이 태어나 예술이 뭔지도 모르고 살다니, 짐승과 뭐가 다를고--- "
그리고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배는 어느덧 강의 절반쯤을 지나고 있었다.

다시 선비가 입을 열었다.
" 이봐 사공! 그러면 자넨 철학이 뭔지 아는감?"

노를 저을 때마다 헤진 삼베 적삼 아래로 배꼽을 드려내던 사공이 대답한다.
" 어이쿠 선비나으리 저같은 무식한것이 어찌 철학이 뭔지 알겠습니까?
지는 그저 노젓는 재주 하나로 살아갑니다요, 철학이라뇨?"

물었던 긴 담뱃대를 입에서 빼며 선비가 말했다.
" 사공 자네는 사람으로 태어나 예술이 뭔지, 철학이 뭔지도 모르고 살다니-- 쯔쯔 않됐지만
자넨 자네 인생의 절반을 잃고 절반은 짐승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일세"

사공은 말없이 노를 저으며 강물을 가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낡은 배의 밑창이 터지며 배안으로 물이 들어오지 시작했다.

선비는 깜짝 놀라며 사공에게 황급하게 묻는다.
" 이봐 사공, 어떻게 된거야?"

그러자 뱃사공은 조용하고 품위있게 폼나게 선비에게 질문을 던진다.
"선비님 선비님은 헤엄을 치실줄 아십니까? 혹 개헤엄이라도 ---?"

선비는 황급하게
" 이봐 나같은 양반이 어찌 헤엄을 칠줄 알겠는가? "

사공은 다시 입을 연다.
무게있게 목소리를 깔며, 아주 정중하고 뽄때있는 어조로
"선비님, 애석한 일입니다만 선비님께서는 잠시 후 선비님의 인생 전부를 잃게 될것입니다."




나에게는 소중한 것이지만 타인의 수중에선 가치가 없는 것이 있다네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지만 그 어떤 사람의 목숨같이 소중한 것도 있다네
나에게는 원수같은 사람이지만 그 어느 사람에게는 은인일 수도 있다네
*** 몽학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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