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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병속의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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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몽학선생 작성일 2007-12-29 11:34 댓글 0건 조회 90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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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또 서산에 걸렸다네
옛 시간을 지우듯 겨울비도 내렸고 간간히 바람도 지나간다네
화목난로의 장작타는 훈훈한 불맛을 그대는 아는가
정감이 있어 더욱 따뜻하고 가마솥에서 익은 밥맛처럼 그 구수한 불맛 말일세
불꽃마다 색다른 맛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 뭔가
어찌 기름타는 불맛을 장작타는 이 불맛과 비유하리

겨울이 오던 어느 날,
어쩌다 북쪽 하늘을 타고 날아든 두루미들을 보았다네
이름만 들어도 여우가 생각나고 이숍의 우화를 연상하게 되더군

모가지가 짤록한 호리병속의 물고기를 바라보며 쪼록거리는 배앓이를 하던 여우의 처량한 모습,
세모의 바람앞에선 우리네 모습같기도 하고,
그것을 즐기고 있는 두루미 눈알같은 비웃음이 그 누구의 표정도 아닌 내 자신의 표정이고
웃음일것도 같다네

이 한해를 보내는 동안 호리병안의 물고기를 바라보던 여우새끼처럼
눈앞에 두고도 얻지 못한 굴욕을 자넨 몇번이나 당했었는가?
얻으려 애를 쓰고 별짓 다하며 구했어도 얻지 못하고만 고통의 구부득고(求不得苦)
그 허망한 아픔말일세.
그리고
나는 얻었되 얻지 못한 너를 비웃어준 인간은 몇이나 되는가?

얼굴보기 싫은 넘, 쌍판을 대하며 원증회고(怨憎會苦)의 통증을 느꼈던 경험은 없었는가?
그리하여 잃은 것이 무엇이며 얻은 것이 무엇인가

우리앞에 누은 저 푸른강은 오늘도 흘러간다네
띄워 보내세
세모에 일어난 저 바람에 훌훌털어 보내고
고요히 눈을 감고 마음을 비워보세나,
그리고
그 빈곳을 채울 충만함으로 새날을 맞는
그것 또한 큰 기쁨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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