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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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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람소리
작성일 2008-01-2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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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겨울바다
바람소리/김윤기
산산이 부서지는 하얀 외침속으로
정결한 마음 하나 뛰어들지 못한 인심이
찬 바람을 피해 목로주점의 낡은 의자에 주저 앉는다
회친 날고기에 초장을 바르고
비린내 나는 일상의 언어들을 소주 잔에 채우고 비우며
마시고 또 마셔도
목마른자의 모가지는
해갈되지 않을 갈증으로 타들어 가고
허망한 시간의 곧은 등마루에서
차디찬 파도를 타고 있을 목쉰 겨울바다
외면해 버린 그 맑은 소리는
저물어 가는 하늘 끝에서 싸늘한 북녘으로 날아간다
소금끼에 찌든 나날들이
얼룩진 유리창 밖에서 가물거리는 눈부신 소리는
눈 멀고 귀 먼
인육의 살점속을 흐를 수 없는
거룩한 외침이런가
석양을 밟고 일어선 침묵이
카랑카랑한 겨울바다의 젊은 목소리에
수혈받지 못했던 심장을 벌떡거리며
하얗게 흩어지는 파도속으로 뛰어든다
텅 빈
바람소리/김윤기
어느 촌부의 소박한 삶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할
누옥의 지붕위에 눈물겹게 쌓여 있다
가난속에 투옥 되었던 서러운 삶도
세월은 바람으로
눈비는 눈물이되어
진흙으로 싸바른 감옥의 벽을 허물어 뜨린다
운명앞에 주어진 가난이란 수인번호가 거미줄에 걸린
부엌의 한 켄에서
활활 거리던 장작 불빛은 유령의 옷자락으로 펄럭이는데
눈물겨운 정을 나누며 살았던
시린 눈물이
녹쓴 추녀끝에서 방울방울 떨어진다
저리 큰 바다가 돌뿌리 하나에 걸여 저리 부서져 통쾌한 것인가
실패한 자의 보상심리가 발작을 이르키듯
심장부터 뛴다
인연의 바다
바람소리/김윤기
하늘아래 가장 깊은 곳을 채우고
밤낮 일렁거리는 인연의 바다
그 바다에 익사한 숱한 영혼들이 떠도는 바람소리
칼날같은 애증의 파도는 거칠어
눈밝고 귀밝은 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칠흑같은 바닷속으로 익사해 버리는 시간
눈 멀고 귀 어두운자만 살아남아 노를 젖는다
네 몸을 더듬어 생김을 알고
코끝을 세워 체취를 느끼며
노랫소리와 울음소리만 아련히 들리는 귀로
그 목소리를 알아듣고
너는
아름다운 자이다
너는 향기롭구나
너는 고운 목소리를 가졌구나
그 목소리에 설레이고
네 아픔이 내 눈물로 떨어져도
늘 그리운 이여
절절히 노래하며
눈 멀고 귀 어두운 자의 믿음이 노를 젖는
돛없는 배는
인연의 바다, 푸른 물위에 떠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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