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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느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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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병호
작성일 2008-01-29 20:03
댓글 0건
조회 788회
본문
`72년 정월 대보름 군용열차 차창에 비치는 보름달은 입김에 서려
밝아졌다 흐려졌다를 반복했다 고향에서 망우리를 돌리듯 손바닥으로
빙빙 돌리며 뿌연 입김을 닦을때 보름달은 밝아지지만 손바닥은 시려웠다
광주 포병학교에 도착 하자마자 선착순에 이어 달밤 체조가 우리를 맞는
첫 인사였다 벌거숭이들이 땅바닥에 누어 두 다리와 양팔을 하늘을 가르킨 채
교관의 입에서는 "저기 중천에 떠 있는 보름달을 보라! 고향에도 저 달이
부모님들의 밤길을 밝혀주고 있을거다 그 달과 무엇이 다르느냐?"
하지만 웬지 지금의 보름달은 차게만 느껴졌다
이 땅에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매섭던 칼바람도 따뜻한 훈풍이되어
산에는 진달래피고 빨랫줄에는 제비들이 줄지어 앉아 봄을 노래하고 있었다
훈련생활을 끝내고 일선 부대에 배치되어 새벽이면 대남방송에 어김없이
남진의노래 "꽃 피는 아랫마을 ~아랫마을 이쁜이~ 하고 흘러나왔다
노래에 현혹되지 않고 정신을 가다듬어 초병들의 근무상태를 순찰 돌며
또릿또릿한 눈망울을 마주 대할 땐 대한민국 군인으로서의 자부심도 가졌다
세월은 흘러 제대 라는 낱말이 국어사전에서 뛰쳐나와 나의 눈 앞에서 알짱거릴 때
제대는 열손가락 안에서 즐거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대대병력이 길 옆으로 500m 가량
늘어서서 박수와 손을 흘들며 부디 건강하시고 사회에 나가 성공 하세요! 라고 외치는 사이
땀 흘리며 훈련하고 때로는 축구와 배구를 하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연병장은
멀어져만 갔다 뭔가 아쉬움이 남기도 하였다
어머니는 쌀 두말을 머리에 이고 나는 멜빵을지어 쌀 세말을 지고 시장에갔다
바로 동짓날 하루전으로 기억된다 바람 한점 막을 수 없는 노상에 앉아 푸성귀를
팔고있는 할머니 화덕에 연탄불 한장 피워놓고 꼬부라진 손가락을 애써 주물러 피우며
이거 떨이로 다 줄테니 200원만 주고 가요! 다 헤진 목도리로 목과 얼굴을 감싸고
눈과 코 입 만이 간신이 드러낸 얼굴에도 주름살은 숨기지 못 한 채 할머니의
목소리 마져 추위에 떨고 있었다
몇일전 영하 27도 ! 삼십년 만에 찾아온 추위라 했다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로서의
겨울이다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나서는 순간 문고리에 손이 달라붙었다
내가 어렸을때 느끼던 겨울이 새삼 머리에 스쳐갔다 어머니가 기워준 광목 버선에
고무신 중허리를 새끼줄로 동여매고 등교하다 집으로 되돌아와 신발을 벗을때
버선과 고무신이 얼어붙어 벗겨지지않고 버선이 발에 얼어붙어 벗겨지지 않았던
그 시절 지금와 생각하면 어렸을 때가 더 용감했던것 같다
그날 저녁 우리 식구는 찜질방에 찾았다 샤워를 하고 찜질방 한곳에 모인 우리는
아침에 추웠던 느낌을 서로 주고 받으며 시간이 얼마쯤 지나자 삼복을 맞은듯
땀이 물줄기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시간에도 거리에서 군고구마를 팔고 찹쌀떡을
팔고있는 그 들에게는 얼마만큼의 취위로 다가서고 있을까를 생각하니 흐르던
땀방울이 멈춰 버린다.
밝아졌다 흐려졌다를 반복했다 고향에서 망우리를 돌리듯 손바닥으로
빙빙 돌리며 뿌연 입김을 닦을때 보름달은 밝아지지만 손바닥은 시려웠다
광주 포병학교에 도착 하자마자 선착순에 이어 달밤 체조가 우리를 맞는
첫 인사였다 벌거숭이들이 땅바닥에 누어 두 다리와 양팔을 하늘을 가르킨 채
교관의 입에서는 "저기 중천에 떠 있는 보름달을 보라! 고향에도 저 달이
부모님들의 밤길을 밝혀주고 있을거다 그 달과 무엇이 다르느냐?"
하지만 웬지 지금의 보름달은 차게만 느껴졌다
이 땅에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매섭던 칼바람도 따뜻한 훈풍이되어
산에는 진달래피고 빨랫줄에는 제비들이 줄지어 앉아 봄을 노래하고 있었다
훈련생활을 끝내고 일선 부대에 배치되어 새벽이면 대남방송에 어김없이
남진의노래 "꽃 피는 아랫마을 ~아랫마을 이쁜이~ 하고 흘러나왔다
노래에 현혹되지 않고 정신을 가다듬어 초병들의 근무상태를 순찰 돌며
또릿또릿한 눈망울을 마주 대할 땐 대한민국 군인으로서의 자부심도 가졌다
세월은 흘러 제대 라는 낱말이 국어사전에서 뛰쳐나와 나의 눈 앞에서 알짱거릴 때
제대는 열손가락 안에서 즐거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대대병력이 길 옆으로 500m 가량
늘어서서 박수와 손을 흘들며 부디 건강하시고 사회에 나가 성공 하세요! 라고 외치는 사이
땀 흘리며 훈련하고 때로는 축구와 배구를 하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연병장은
멀어져만 갔다 뭔가 아쉬움이 남기도 하였다
어머니는 쌀 두말을 머리에 이고 나는 멜빵을지어 쌀 세말을 지고 시장에갔다
바로 동짓날 하루전으로 기억된다 바람 한점 막을 수 없는 노상에 앉아 푸성귀를
팔고있는 할머니 화덕에 연탄불 한장 피워놓고 꼬부라진 손가락을 애써 주물러 피우며
이거 떨이로 다 줄테니 200원만 주고 가요! 다 헤진 목도리로 목과 얼굴을 감싸고
눈과 코 입 만이 간신이 드러낸 얼굴에도 주름살은 숨기지 못 한 채 할머니의
목소리 마져 추위에 떨고 있었다
몇일전 영하 27도 ! 삼십년 만에 찾아온 추위라 했다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로서의
겨울이다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나서는 순간 문고리에 손이 달라붙었다
내가 어렸을때 느끼던 겨울이 새삼 머리에 스쳐갔다 어머니가 기워준 광목 버선에
고무신 중허리를 새끼줄로 동여매고 등교하다 집으로 되돌아와 신발을 벗을때
버선과 고무신이 얼어붙어 벗겨지지않고 버선이 발에 얼어붙어 벗겨지지 않았던
그 시절 지금와 생각하면 어렸을 때가 더 용감했던것 같다
그날 저녁 우리 식구는 찜질방에 찾았다 샤워를 하고 찜질방 한곳에 모인 우리는
아침에 추웠던 느낌을 서로 주고 받으며 시간이 얼마쯤 지나자 삼복을 맞은듯
땀이 물줄기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시간에도 거리에서 군고구마를 팔고 찹쌀떡을
팔고있는 그 들에게는 얼마만큼의 취위로 다가서고 있을까를 생각하니 흐르던
땀방울이 멈춰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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