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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사의 현장에 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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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요거사 작성일 2008-02-28 14:57 댓글 0건 조회 1,0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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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은 잔동(殘冬)을 밟고 계절을 추스릅니다
설중매 복수화가 다투어 피고
심곡(深谷)에도 버들꽃이 숨을 토합니다.
저기 음울한 하늘에
이따금 푸르름이 들어나다가 다시 먹구름이 몰리면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함박눈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설백(雪白)의 유현(幽玄)한 운율은
잃어버린 십년세월의 조종(弔鐘)인양
참회의 시를 쓰나 봅니다.
윤리와 도덕이 상실된 이땅위에
망각의 피안(彼岸)인듯 소리없이 흔적만 남기니
허(虛)와 무(無)의 두 경지가 어우러져 차라리 몽환적(夢幻的)입니다.

(8791).jpg.


어제 아침
코끝을 아리는 강바람을 의식하여 두툼한 오리털 파커을 꺼내입고
좀체로 하지않던 목도리까지 두른후에 일찍암치 집을 나섰습니다.
두명의 동행자와 함께 국회의사당에 도착한건 9시 조금넘은 시각
이른 아침이건만 새 대통령의 탄생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국회앞은
몰려든 인파로 장사진을 이루었고 경쾌한 장내음악이 흥을 돋우고 있었습니다.
5군데나 설치한 100여개의 검색대를 통과하여 일반석 중간쯤에 자리잡았습니다.
행사장 여러곳에 참석자들에게 나누어줄 빨강,파랑,노랑 머풀러 배포대가
마련되어 있었으나 우리가 도착 했을때는 이미 동이나 있었습니다.

행사장 정면은 2개의 대형 태극기가 앙연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토록 오랜세월 보아온 것이언만 오늘따라 왜 그리 코끝이 찡 하던지...
울컥 치미는 격정을 주체치 못하여 그여 눈물을 글성이고 말았습니다.

우렁찬 북소리가 여의벌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70여명의 무용수들이 펼치는 풍년을 기원하는 북춤 「풍고(豊鼓)」에 이어
소리꾼 "장사익"과 국악합창단,중앙무용단이 어우러져
'어화~시절 좋을씨고~'풍년가가 울려퍼지고
테너.소프라가수들의 화음과 타악연주단, 사물놀이 한울림,
B-Bpy의 아크로바틱이 어우러진 한바탕 춤판
,천지울음'이 벌어진 식전공연의 이름은
나라가 태평하고 세세년년 풍년이 든다는 의미의 「시화년풍(時和年豊)」
이라 붙혔답니다.
4부에 걸쳐 40분간 진행된 행사는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시화년풍아리랑'을 정점으로
5만여명의 군중들을 몰아로 밀어 넣었습니다.

listimg_link.php?idx=2&no=2008022511371973212_3.jpg.

드디어 오전 11시
이명박 대통령이 '환영무'속을 가르며
청사초롱을 든 어린이의 안내를 받아 단상에 올랐습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
오른손을 높히들고 대통령선서를 하는 첫마디를 들으며 지난 10년의
혼돈과 상실을 떠울렸습니다.
ㅡ그넘 헌법...좌파정권과의 이념논쟁...북핵볼모...굴욕적 퍼주기...
서해해전의 폄하...주적개념의 실종...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며...』
ㅡ빈부의 양극화...청년실업...부동산 투기...숭례문 소실....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것을 국민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
ㅡ지도자의 품위...탄핵...존경받는 대통령...

스물한발의 예포가 울리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습니다.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한다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경제살리기를 위한 성장동력의 확보와 신바람나는 기업,
전화위복의 농어민,당당한 여성,정상화된 공교육,규제혁파,세금감면....'
끝없이 쏟아지는 장미빛 청사진이
내게는 왜 그렇게 공허하게만 느껴지는지 ㅡ
열열히 박수를 보내고 있는 단상 위 천여명 인사들의 모습에서도
이따금 우뢰와 같은 박수로 호응하는 광장의 군중들의 모습에서도
마네킨같은 무표정만 보이는 것은
아마도 잃어버린 지난날의 상처가 남긴
냉소와 좌절감이 너무 깊었던 때문인가 봅니다.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그렇게 후련스러워 보일수 있다는데
놀랐습니다.
한조각 연민이라도 있어야 함이 인지상정이련만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는 천만다행이라는 이 매마른 감정은
어찌된 것일까요.

전직 대통령의 차량을 환송하고 대통령은
다시 중앙통로를 통해 국회 정문까지 걸어서 퇴장했습니다.
마린보이 박태환,피겨요정 김연아등 국민대표와
한류스타,공연출연진,군의장대,취타대,군악대가 일열로 도열하고
일반인 참석자들도 '시화년풍아리랑'을 합창하면서 삼색머풀러를 흔들며
'이명박'을 연호해 취임식장은 그야말로 형형색색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화합의 물결을 이뤘습니다.

20080226.jpg

17대대통령 취임식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썰물처럼 밀려나오는 군중들에 휩싸여 여의벌을 빠져나오면서
나는 긴 숨사레를 몰아쉬고 한껏 찌프린 잿빛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어느 한순간 얼굴위로 솜털같은 눈꽃하나 하늘~ 내려앉습니다.

그런 생각이 울컥울컥 명치끝을 치밀어 옵니다.
우리는 정말로 불행한 국민이라고 ㅡ
생각하면 우리 대한민국은 행복한 대통령을 갖지못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존경할 대통령을 갖지못한것이 맞는 말인지 모릅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한 말로를 보았다는 자괴심이
바로 그것입니다.
대통령 그들의 책임도 있을터이지만
대한민국과 그 국민의 책임도 없지 않을터이기에 말입니다.

부디 새로운 대통령은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조금전 취임식장에서 한 국민에 대한 약속을 실천하여야 합니다.
5년후 오늘 이자리에서
저렇게 쓸쓸히 떠나는 전직대통령처럼 그런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도 한명쯤은 존경하는 대통령을 갖어야 하지 않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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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석별을 바로 앞두고
어제부터 시작한 봄눈의 세레나데는 여직까지 한껏 펼쳐지고 있습니다.
남풍(南風)은 어디로 밀려나 있는가.
일시에 휘날려 퍼붓는 맹열한 나비떼의 춤사위는
바람개비의 공간속에 눈부신 법열(法悅)을 머금고 있습니다.
그의 여백(餘白)에서
나를 찾는것은
억제된 자유로움에서 날개짖고픈
혼자만의 Fantasy 인가 봅니다.



분명
서설(瑞雪)이겠지요?







2008.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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